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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Feb 03. 2020

귀한 사람

나를 귀하게 만들어 준 선물

한 TV 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 이영자가 실장으로 진급한 매니저에게

귀한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이 나왔다.

음식도 참으로 고급졌다만

쉴 새 없이 귀한 사람 '대접'을 하는

이영자의 태도가 참으로 와 닿았다.


우리 실장님은 이렇게 귀한 음식을

귀한 사람이라는 그녀의 끊임없는 추임새를 보며, 나는 무심코 집어 먹던 널브러진 아이의 과자를 멀찍이 밀어 놓았다.

나도 귀한 사람이고 싶었다.

귀한 것을 먹는 귀한 사람.



 

남편의 지인이 집에 오며 아이들 선물과 별개로 나의 선물을 들고 왔다.

보통은 휴지 같은 생필품을 들고 오거나

아이들 간식이나 선물을 사 오기 마련인데

나만을 위한 선물이라며 따로 들려주니

내 마음도 아이처럼 기뻤다.

작은 사이즈의 선물 봉투부터  마음이 설렜다.

아까워서 한참을 들여다보며 충분히 설레 하고 선물을 열었다.


립밤과 핸드크림. 

좀처럼 내가 내 돈 주고 사게 되지는 않는

다소 값이 나가는 브랜드의 것이었다.


~ 아이들의 멀티밤을 찍어 바르고,

대~~  세타필 한 번 꾹 눌러 바르면 끝나던 핸드크림.

그마저도 사실 바를 일이 많지는 않았다.

나를 위해준 지인의 마음이 따뜻했고,

선물을 고르는 젊고 예쁜 그녀의 모습이 그려져 마음이 상큼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입술이 나의 손이 참 귀하게 느껴졌다.

내가 귀. 한. 사람인 것 같았다.



아무 거나 바르고 아무 거나 먹고사는 인생이 아니라,

좋은 것을 (비싼 것이 아니라 정성스레 지켜보고 마음을 담아 선택한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바르는 인생을 살겠다는 다짐을 기억해 낸다.


입술과 손뿐이랴.

나의 일상을, 나의 살림을 귀하게 여기고

나의 아이들과 남편을 귀인으로 여기며 사는

귀. 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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