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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Apr 22. 2020

내게 고기 사주는 사람

사람을 '대접'한다는 것

고기에 대한 집착 혹은 사랑을

공감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채

인생의 반을 살았다.

마지막 서른을 살며  

이게 '마흔앓이'인가 하며 보내 보니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고기가 당긴다는 그 심정을.


피곤하지 않았던 날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항상 피곤하다.

고기라도 좀 사다 먹어야지 싶었는데,

우리 부부를 위해

고기를 사준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와~ 정말 고맙다.

만남의 제안이 고맙고 사실 고기는 더 고맙다.


남편과 지인이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동안,

나는 시중들기를 자처하며,

실은 최선을 다해 고기를 먹었다.

밥도 냉면도 심지어는 야채도 외면한 채,

살짝 양파 소스만 몇 개 얹어

고기로 살뜰히 배를 채웠다.

배를 채우는데 삶이 차오르는 느낌.

이 느낌이 요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한다.

삶이 허기지고 체력이 달리는 모양이라며

굳이 나를 잔뜩 변호한다.


이전에 지인들과 식사를 하며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이렇게 맛있는 거 먹으면 애들이 걸리지요?~"


헉 어떡해...

나는 전~혀 애들이 생각나거나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식탐이 있는가

내가 넘 무심한 엄마인 건가.

아님 그냥 쿨한 건가.


내게 고기를 사준 사람.

이분은 나도 생각하지 않은 아이들 생각에 생갈비를 또 포장까지  해서 들려 보내 주셨다.

 

아...

사람을 대접한다는 것에 대해

한 수 배운다. 


내가 알고 있는 수준은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고기를 먹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고기 대접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이게 받아보니 참 좋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들 몫까지 손에 받아 들고 들어오며, 고기 대접 그 이상의 수준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돈을 더 써서가 아니라,

이것이 그 사람의 인격이고

돈 쓰는 수준임을 깨닫는다.


잘 먹고, 잘 배웠다.

믿지 못할 수도 있는데..

고기보다 교훈은 더 값졌다♡


커피값까지 내실까 봐,

쌩~하니 달려가 후딱 커피값을 치렀다.

나의 수준은 딱 요 정도의 염치.

부끄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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