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고기 사주는 사람
사람을 '대접'한다는 것
고기에 대한 집착 혹은 사랑을
공감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 채
인생의 반을 살았다.
마지막 서른을 살며
이게 '마흔앓이'인가 하며 보내 보니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고기가 당긴다는 그 심정을.
피곤하지 않았던 날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항상 피곤하다.
고기라도 좀 사다 먹어야지 싶었는데,
우리 부부를 위해
고기를 사준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와~ 정말 고맙다.
만남의 제안이 고맙고 사실 고기는 더 고맙다.
남편과 지인이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동안,
나는 시중들기를 자처하며,
실은 최선을 다해 고기를 먹었다.
밥도 냉면도 심지어는 야채도 외면한 채,
살짝 양파 소스만 몇 개 얹어
고기로 살뜰히 배를 채웠다.
배를 채우는데 삶이 차오르는 느낌.
이 느낌이 요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한다.
삶이 허기지고 체력이 달리는 모양이라며
굳이 나를 잔뜩 변호한다.
이전에 지인들과 식사를 하며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이렇게 맛있는 거 먹으면 애들이 걸리지요?~"
헉 어떡해...
나는 전~혀 애들이 생각나거나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식탐이 있는가
내가 넘 무심한 엄마인 건가.
아님 그냥 쿨한 건가.
내게 고기를 사준 사람.
이분은 나도 생각하지 않은 아이들 생각에 생갈비를 또 포장까지 해서 들려 보내 주셨다.
아...
사람을 대접한다는 것에 대해
한 수 배운다.
내가 알고 있는 수준은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고기를 먹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고기 대접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이게 받아보니 참 좋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들 몫까지 손에 받아 들고 들어오며, 고기 대접 그 이상의 수준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돈을 더 써서가 아니라,
이것이 그 사람의 인격이고
돈 쓰는 수준임을 깨닫는다.
잘 먹고, 잘 배웠다.
믿지 못할 수도 있는데..
고기보다 교훈은 더 값졌다♡
커피값까지 내실까 봐,
쌩~하니 달려가 후딱 커피값을 치렀다.
나의 수준은 딱 요 정도의 염치.
부끄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