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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Apr 03. 2020

웰컴 드링크, 소소한 환대

여전히 삶은 삶이다

친구가 집에 놀러 오는 흔한 일이

지금은 참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변하고 경직된 일상.


아이들과 함께 집에 갇힌 내게

친구는 방문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친구도 조금은 조심스러워했고,

나도 한껏 경직되어 있었기에

나는 만남을 미루자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는

그렇게 깔끔하게 매듭지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어린이집 휴원도 무기한으로 연장되었다.

사람이 그리웠다.

내가 돌보는 이 두 녀석도 사람은 사람이다만

나는 누군가의 말처럼 '고품격 대화'가 그리웠다.


오고 가는 수다 사이

서로의 삶을 통해 스물스물 새어 나오는

가치 있는 말들, 공감의 말들이 그리웠다.


만남의 즐거움이 고갈되니 일상이 퍽퍽했다.

방문을 거부했던 나는

꼬리를 내리고 친구에게 방문을 요청했다.

둘째의 낮잠 시간으로 약속을  잡고 첫째에게는 영화를 보여 줄 계획이었다.

오늘따라 작전이 다 들어맞는다.

계획한 시간에 아이가 잠이 들고 때마침 아이를 위한 무료 프리미엄 영화도 올라와 있다.


호들갑을 떨며 채비를 마치고 나니 목이 말랐다.

아이들 용으로 쟁여 놓은 음료수를 꺼냈다.


순간.

여행을 하던 날들,

반갑고 설렜던 웰컴 드링크가 생각났다.


태국 여행을 갔을 때,

매우 목이 마른 상태로 숙소에 도착했었다.

그때 지체하지 않고 내어 준

열대과일 맛의 웰컴 드링크가

얼마나 달고 시원했는지 모른다.

갈증이 해소되고

환대받는 느낌에 열렬히 즐거웠었다.


나도 급히, 아이들 음료를 빌려 어설픈 세팅을 해 본다. 격렬하게 당신을 웰컴 하는 마음으로.


도착한 친구는 고맙게도 목이 말라했다.

고급진 음료는 아닌 것 같아 조심스레 물을 권했는데 시원~하게 준비한 나의 웰컴 드링크를 택해 벌컥벌컥 마셔 주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고

친구는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손을 소독하고

입고 온 옷을 현관에 걸어두며 배려해 주었다.

나도 경직되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고

오래간만에 좋은 시간을 보냈다.


3월이 되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친구가 운영하는 원데이 클래스 코바늘 뜨기에 참석하고 싶었다.

친구는 무너진 나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를 이루어 주기 위해 재료를 바리바리 챙겨 와 방문 클래스를 열어 주었다.

아이들의 방해는 있었지만, 나는 충분히 즐거웠다.


모든 것을 일단 유보하자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이제는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들로 일상을 조율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조심해야겠지만 지나치게 경직되지 않기로 한다.


여전히 삶은 삶이다.


내게 와준 손님을

이전보다 더 격하게 환영하고 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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