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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Mar 27. 2020

부잣집 아침 식사?

우아하게 허겁지겁


"오빠~ 이렇게 차려 놓으니까

부잣집 아침 식사 같지 않아? ㅎ"

남편은 그닥 동의하지 않지만

나는 내가 부자인 것 같고 꽤 기분이 좋다.


이른 아침 네 식구의 아침상을 차려 놓는다.

부자들은 어떤 아침 식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만, 밥과 반찬을 차려 놓고 먹을 때와 달리

빵이 올라가고 커피가 올라가고 하면 나는 묘~하게 부자가 된 듯하고 여행을 온 듯도 하여 기분이 좋아진다.


식구의 식사를 간단히 차려 놓고,

나는

먼저

허겁지겁

아침을 먹는다.


아이들이 깨기 전에 조용히 먹고 싶다.

남편이 마주 앉아도 좋겠지만 혼자는 더 좋다. 고요한 아침의 정적이 깨지기 전에

활기찬(시끄러운) 하루가 열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평화롭게 그리고 우아하게 먹고 싶다. 애써 내린 커피의 향이 아이들 치다꺼리하며 다 날아가버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에서 자랐지만,

아이들 없이 나도 좀 '제대로' 먹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그 강박을 이겼다.


특히나 커피 향이 곁들여지는 아침 한 끼는

나도 호텔 온 듯 카페 온 듯  우아하게 누리고 싶다.

아이들이 식사 도중에 일어나면

먹다 말고 일어나 아이들 것을 차려내야 한다.

그게 싫어 빵이 좀 굳든 말든 먼지가 좀 내려앉든 말든 세팅을 다 끝내 놓는다. 몇 번 나의 이 소중한 아침 식사를 방해받고 신경질이 났던 경험이 있다.


삼시 세끼가 버거운 코로나 일상이지만,

이렇게 한 끼 '즐기고' 나면

지난한 육아와 살림에 조금 탄력이 붙는다.


자기를 돌봄의 영 순위에 놓고 살아가는 이기적인 엄마는, 오늘도 그렇게 내 배를 먼저 채워주고 내 기분 먼저 우쭈쭈 달래주고 하루를 시작한다.


부자의 아침을 먹었으니

한국으로 한 달 살기 여행이라도 온 듯,

지겨운 일상을 낯설게 보며 새롭게 보며

지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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