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재료로 집에서 만드는 코코넛 파우더와 밀크
나는 코코넛 제품을 좋아한다. 먹어도 몸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첫 번째 코코넛 애용품은 코코넛 오일이었다. 8년 전 심각한 위장병을 앓고 있어서 아무 기름도 먹을 수 없던 순간에, 나를 다시 기름지게 만들어줄 수 있었던 유일한 식품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모든 요리를 다 코코넛 오일을 사용해서 만들었고, 못 먹던 음식들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내 상황은 정말 심각해서 몸의 앞 뒷면이 모두 엑스레이 사진 같았던 지경이었기에 코코넛 오일은 내게 생명의 은인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저탄고지를 시작하면서 코코넛 가루를 이용한 베이킹을 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급기야 코코넛 밀크로 요거트를 만들어먹기에 이르렀다. 이 코코넛 밀크 요거트는 어떤 상표의 코코넛 밀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맛이 많이 달라지는 데다가, 대부분의 경우 첨가물이 들어있어서 무첨가 제품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 대목에서 나만의 코코넛 밀크를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사실 코코넛 밀크는 우유가 아니다. 우유는 젖소에서 나오는 것이고, 코코넛 밀크는 코코넛에서 나오는 과육을 갈아서 물과 섞은 음료이다. 이대로 마실 수도 있고, 카레 같은 요리, 또는 피나콜라다 같은 칵테일 등등에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코코넛에는 상당히 많은 지방이 들어있고, 온도가 차가워지면 굳기 때문에, 많은 제품에서 물과 기름이 잘 섞이게 하기 위해서 유화제를 넣는다. 또한 우유 같은 질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구아검이나 잔탄검 같은 재료를 첨가해서 끈적한 느낌을 더해준다. 대체로 종이팩에 든 것은 더 많은 첨가물이 들어있으면 맛도 상당히 떨어진다. 그나마 캔에 들은 것들이 첨가물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역시 많은 오가닉 제품에도 구아검 첨가가 많기에 순수한 제품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괜찮은 제품을 한 캔 산다면, 한국에서 3천 원 정도 하겠고, 이곳에서는 그보다 좀 싸니, 사 먹는 것이 편리하긴 하다. 그러나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꺼번에 왕창 만들어서 냉동할 수 있으니, 안심스러운 재료와 훌륭한 가격으로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래서 전부터 벼르다가 지난달에 미국에 장 보러 가면서 코코넛 채를 두 봉지 집어왔다.
신선한 코코넛을 사서 깨서 신선한 과육을 넣으면 더욱 맛있겠지만, 한국에서는 구하기도 힘들겠거니와 나 역시 거기까지는 힘이 미치지 않을 것 같아서, 말린 코코넛 플레이크로 시도하였다. 다만, 설탕 무첨가, 굽지 않은 것으로 구입하여야 한다. 크기는 너무 두껍게 썰은 것만 아니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럼 만들기 시이작!
유기농 코코넛채를 준비한다. 마른 코코넛과 물과의 비율은 1:2 정도면 적당하다. 더 진하면 코코넛크림에 가까울 것이고, 물이 너무 많으면 아무래도 좀 맹숭맹숭할 듯하다. 나는 코코넛 2 컵으로 해서, 대략 800ml의 코코넛 밀크와 1컵 정도의 코코넛 파우더를 만들었는데, 다음번에는 이왕 애쓰는 김에 양을 두세배 정도 늘려서 해도 좋을 것 같다.
물을 팔팔 끓인 후, 코코넛 채에 부어서 잠기게 한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 충분히 불려야 믹서로 쉽게 갈을 수 있다. 나는 처음에 곧이곧대로 물을 다 부었는데, 한 컵 정도는 따로 두는 게 좋을 듯하다. 그 이유는 뒤에서...
한 시간이 지나고 나니 상당히 불어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믹서기 바이타믹스에 부었다. 그리고 최고속도로 완전히 우유처럼 될 때까지 갈았다. 이것은 믹서기 성능에 따라 다르니 체크하면서 몇분간 잘 갈아야 한다.
이제 넉넉한 볼에다가 체를 받치고, 그 위에 베보자기를 깔았다. 커피 필터는 안된다. 반드시 보자기나 아니면 약 짜는 주머니 같은 것을 이용해야 한다. 처음에 물을 한 컵 정도 덜 넣으라고 했던 이유는, 이 과정에서 믹서기에 붙어있는 수많은 찌꺼기를 헹궈내기 위해서이다. 위 오른쪽 사진을 보면, 믹서기 안쪽에 상당히 많이 묻어있는데 긁어내기가 쉽지는 않다.
액체가 충분히 내려갔다 싶으면 보자기를 뭉쳐서 꼭 짜준다. 나는 소싯적 약 달였을 때 짰던 기억을 더듬어, 젓가락 두 개로 감아 짜줬다. 그리고도 모자란 듯하여, 남편더러 다시 또 짜 달라고 해서, 최대한 수분을 모두 따라냈다. 그래서 나온 양은, 500ml 메이슨 자 2병이다. 아래 사진만큼 채웠으니 꽉 채운 것은 아니었고, 사실 나중에 물을 살짝 더 넣어서 헹궜으니 실제로는 저보다는 좀 덜 나온다고 보인다.
코코넛 밀크는 정말 맛있고 고소했다. 뭔가 진짜의 맛이랄까? 그러고 나서 나머지 찌꺼기도 버리지 않는다. 이게 바로 코코넛 파우더의 원료이다. 똘똘 뭉쳐있던 가루를 다 풀어서 오븐 팬에 유산지를 깔고 얹었다. 우리 오븐에는 warm and hold 버튼이 있어서 거기에 맞췄다. 일반 오븐이라면 최저 온도로 맞춰서 넣으면 좋을 것 같다. 굽는 게 아니라 말리는 것이라는 게 포인트.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말린 것 같다. 수분이 완전히 날아갔다 싶게 말리면 된다. 꼭 오븐이 아니어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거나,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말린 후에는 분마기에 갈아주면 된다. 우리는 커피 그라인더에 갈았는데, 미니 분바기 같은 곳에 갈아도 잘 갈릴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병에 담아 보관하고, 쿠키 같은 것을 구울 때 사용하면 좋다!
다음번에는 기필코 양을 두 배로 해서 만들테닷!
밀크 약 800ml
파우더 약 250ml
준비 :
무설탕 코코넛 슈레드 (또는 코코넛 플레이크) 2컵
끓는 물 3컵~4컵
만들기:
1. 끓는 물에 코코넛 슈레드를 넣고, 1시간 동안 불린다.
2. 물을 1컵 정도 따라 내놓고, 나머지를 모두 믹서기에 쏟아부어, 곱게 갈아준다.
3. 큰 볼에 체를 받치고, 그 위에 베보자기를 얹어놓는다.
4. 믹서기의 내용물을 모두 붓고 내려준다.
따라놓았던 물로 믹서기 내부를 씻어서 함께 부어준다.
5. 액체가 다 내려갔다 싶으면, 베보자기를 감싸서 최대한 짜준다.
(젓가락으로 한약 짜듯이 하면 잘 짜진다)
6. 코코넛 밀크 완성! 병에 담는다.
7. 짜고 남은 코코넛 가루는 오븐 팬에 유산지 두르고 고루 펴 담아준다.
8. 오븐을 최저온도 또는 말리기 버튼이 있으면 그곳에 맞추고 바싹 마를 때까지 말려준다.
대략 2시간 정도 말린 것 같다. 구워져서 색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9. 완전히 보송보송할 때까지 말려서 커피 분쇄기가 갈아주면 코코넛 파우더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