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쉬운 보양식
우리 집이 소고기를 반 마리 (side beef) 단위로 구입한다는 포스팅을 한 바 있다. (여기를 클릭 → https://brunch.co.kr/@lachouette/82) 그런데 그렇게 사 오면 많이 남는 부위들이 있다: 다짐육, 국거리 용, 그리고 뼈. 한국처럼 사골 따로, 우족 따로, 잡벼 따로 이렇게 챙겨주지 않고, 그냥 뭉뚱그려 "뼈"로 몇 봉지 담아서 왔다. 그게 냉동실에서 놀고 있는데, 추운 날씨 가기 전에 한번 확실하게 고아 줘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주말 곰국을 강행했다.
곰국... 음! 곰으로 만든 국도 아닌데 어째 이름이 곰국일까? 사실 어릴 때 이 이름이 너무나 이상했다. 어머니는 맨날 곰국이라고 하는데 좀 무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푹푹 고아 내서 곰국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곰탕, 설렁탕, 사골국, 곰국, 우족탕... 참 종류도 많긴 하구나. 다 커서 외식하면서 보니, 이 이름에 따라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곰탕은 고기를 같이 끓여야 한단다)
하지만 집에선 늘 곰국이었다. 어머니가 고아내는 냄비 안을 들여다보면, 하도 우려내서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다가 종국에는 다 바스러지곤 했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 우리는 그렇게 먹고 자라났다. 한때에는 곰국을 오래 우려내면 인이 나와서 칼슘의 흡수를 방해한다고 해서 꺼려지고도 했는데, 해외 연구를 통해서 그것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오히려 인이 뼈 안의 미네랄 흡수를 도와서 골다공증의 위험을 45% 정도 줄여준다고 한다. 실상 체내에 존재하는 우리 몸의 인 성분의 85%가 뼈와 치아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여기 닥터팬더 선생님이 맨 아래쪽에 잘 설명을 해주심. 참고하시면 좋음 : https://www.drpandatv.com/blog/calcium-series) 그래서 그 이후로는 다시 즐겨 먹는 중이다. 더구나 나는 저탄고지를 하면서 소기름도 꺼리지 않게 되었다. 소기름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먹은 소인가가 중요하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곡물을 먹고 자란 소에는 오메가 6가 많아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에 자연스럽게 풀을 먹고 자란 소의 기름에는 오메가 3가 높기 때문에 권장할만하다.
기름은 우리가 먹어서 몸에 채우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을 먹을 시, 남는 열량을 지방으로 변환시켜 채우는 것일 뿐이며, 콜레스테롤은 우리가 지방을 안 먹는다고 해서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필요에 따라 간에서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식물성 지방은 강한 핵산으로 억지로 추출해 낸 유해한 기름이며, 불안정한 다가불포화지방산이어서, 쉽게 산패되며 트랜스지방산이 되기 쉽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 모든 지방은 포화지방과 압축 기름으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이 곰국의 지방은 전혀 걷어내지 않았다. 느끼해서 싫은 분들은 알아서 걷어내고 드시면 된다. (나중에 기름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정리 예정)
그러면 본격적으로 사골국을 끓여보자. 사골국을 뽀얗게 끓이는 비법은 정육점 아주머니께 배웠다. 어느 날 사골을 사러 갔더니 끓이는 법을 가르쳐주시겠다며 상세히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 이후로 나는 한 번도 실패를 한 적이 없다. 끓일 때마다 정말 뽀얀 국물이 가득 나온다!
그럼 비법을 포함하여 스텝 바이 스텝으로 만들어보자. 우리 집에 있는 소뼈는 어느 일부 부위가 아니고 온통 여러 가지 다 들어있는 잡뼈이다. 물론 사골도 섞여있다. 한국에서 구입한다면, 사골과 잡뼈를 섞어서 끓이면 좋다. 내가 한국에 살 때는 심다누팜이라는 곳에서 풀 먹인 소의 뼈를 사곤 했는데, 고깃값은 비싸지만 뼈 값은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직하게 소를 목초 사육해서 키우는 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우리는 일단 서양 소뼈의 누린내를 잡아야 한다. 한국식 고기 요리는 핏물 제거부터 시작된다. 핏물을 미리 빼줌으로 인해서 고기 안의 누린내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장조림이나, 각종 뼈 국, 갈비찜 등등에서 핏물 빼기는 필수 과정이다. 날이 추울 때에는 보통 전날 밤에 담가서 밖에 내놓고 자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으면, 실내에서 찬물로 수시로 바꿔 가면서 빼주는 것이 좋다. 특히 여름철에는 상하지 않게 조심한다. 나는 보통 3~6시간 정도, 물을 갈아주면서 담가 둔다. 여러 군데 벌리면 설거지가 늘어나니, 직접 끓일 들통에다 담그자.
하지만 이 과정만으로 핏물이 충분히 다 빠지지는 않는다. 이때 유용한 방법이 커피 넣고 애벌 끓여주기이다. 핏물이 어느 정도 빠졌다 싶으면 이제 찬물에 커피를 약간 넣어서 뼈를 넣고 한번 와그르르 끓여준다. 인스턴트커피가 편리하지만, 우리는 없어서 그냥 원두커피 간 것을 넣었다. 어차피 다 씻어내서 버릴 것이다.
이 부분은 항상 급히 하다 보니 정신없어서 사진이 없지만, 물이 끓으면서 위에 부글부글 핏물 뭉친 게 잔뜩 뜰 것이다. 이때 물 다 쏟아버리고 사골도 찬물로 깨끗이 씻어준다. 물론 들통도 깨끗이 씻어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한다.
이제 다시 들통에 찬물을 받고, 깨끗하게 씻은 사골을 담아서 큰 불로 끓여준다. 이때 주의 사항 나온다!
* 주의사항 1
냄새나지 말라고, 양파나 파.. 뭐 그런 거 넣어서 끓이면 뽀얀 국물이 안 나온다.
야채들이 국물이 맑아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냥 사골만 끓인다.
* 주의사항 2
보통은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뭉근하게 끓이는데, 이러면 누린내가 나기 쉽다.
그냥 계속 팔팔 끓인다. 물론 불을 약간 줄이긴 하겠지만, 팔팔 끓게끔 해둬야 한다.
이렇게 끓이다보면 탐스러운 뽀얀 국물이 나올 것이다. 여기서 일반적인 추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충분히 끓여서 양이 반 정도로 줄면, 1차 끓이기가 끝난 것이니 다른 통에 따라내고, 새로 찬물을 가득 부어서 또 똑같이 끓인다. 다시 반으로 줄면 또 따라내고, 한번 더 반복한다. 이렇게 3차까지 끓인 국물을 섞으면 적당한 사골 국물이 만들어진다.
혹시, 따라내어 둘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 1차 끓이기 한 후에 반으로 줄면, 거기에 다시 찬물을 채우고 다시 끓여서 졸이는 방법을 하여도 좋다. 아무튼 이렇게 여러차례 끓여야 제대로 우러난다.
뭐 식구가 많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사골뼈는 남았는데 더 우려내 봐야 금방 먹을 사람이 없다면, 사골을 잘 싸서 냉동하였다가 다시 끓여도 된다. 이 뼈가 정말 다 녹아서 부서져 없어지므로, 남은 사골 버리지 말고 뒀다가 나중에 사태 같은 것 넣고 함께 고으면 여전히 훌륭한 국물이 나온다.
냉동실이 마땅치 않다면 뭐 굿바이 하여도 좋다. 그 대신 냉동할 국물이 한가득일 테니까. 한 번 이렇게 애를 써서 만들어 놓으면 한동안 정말 유용하다.
우리는 국물이 반쯤 줄었을 때, 저녁식사 시간이어서 이것으로 저녁을 먹었다.
뼈에 붙은 살을 발라내고, 함께 있던 도가니도 딱 적당히 익었길래 썰어주고, 파 종종 썰면 그대로 식사 완성이다. 진작 깍두기를 좀 해 놓을걸... 아쉬운 대로 김치로 해결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대신 고기 듬뿍 넣어서 먹은 것이 아래 왼쪽 사진이다. 연골과 고기는 초간장 만들어서 찍어먹었다. 한 세 번쯤 이렇게 먹고 나서, 오른쪽은 일주일 후쯤의 저녁식사이다. 간단하게 두부김치랑 호박나물, 숙주나물, 장조림과 명란을 곁들이고, 국물 냉동하고 남은 것으로 사골 시금치 된장국을 끓였다. 나는 시금치를 다듬으면 데쳐서 나물은 딱 그날 먹을 만큼만 상에 올리고 나머지는 얼렸다가 된장국으로 사용하는데, 아주 편리하다. 매일 한식을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잔반이 계속 냉장고에 있다 보면 난처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왼쪽 사진의 국에 기름이 둥둥... 사실 고기는 기름 맛이어서, 그리고 이 고기는 건강한 고기이므로 우리는 기꺼이 이 기름을 먹는다. 개인적으로 입이 쩍쩍 붙는 기름을 좋아한다. 하지만 느끼해서 싫은 분들은 기름 걷어내면 그냥 뽀얀 전형적 사골국 나오니 걱정하지 마시길.
아래 왼쪽 사진은 고기 발라내고 남은 뼈, 어느 정도 우러난 다음이다. 뼈에 구멍이 뚫리고 많이 파인 모습이다. 그러나 찬 물 넣고 다시 끓이면 오른쪽처럼 또 뽀얀 물이 우러난다. 반으로 줄 때까지 다시 끓였다.
이것들은 1리터짜리 메이슨 자에 담은 일부 사진이다. 찍지는 않았지만 추후에 더 담아서 자그마치 20병을 만들었다. 사진의 말간 국물은 고깃국물이다. 이왕 불 지핀 김에 장조림도 함께 만들면서 냉면용 고기 국물도 확보해놨다. 작은 병들은 금방 먹을 것들이다. 집에 있는 1리터 병은 모조리 다 써서 어쩔 수 없이 작은 병에 담은 것이다. 병뚜껑에는 날짜와 내용물을 적었고, 충분히 식은 후에 냉동실로 갔다.
원래 유리병에 뜨거운 것을 담을 때에는 한꺼번에 붓지 말고, 조금 먼저 넣어서 병을 온도 변화에 적응시켜야 한다. 안 그러면 깨지기 쉽다. 너무 찬 것을 담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서늘한 방에서 충분히 식힌 뒤 냉동실로 향했다. 얼면서 늘어날 때 혹여라도 단단히 굳은 기름 때문에 병이 깨질까 봐 기름을 깨뜨렸다. 다시 말하지만, 기름이 싫은 분들은 이때 걷어내도 된다. 근데 이 기름 모았다가 전 부치거나 붂음에 사용해도 맛있다. 원래 우지는 최고급 식용기름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냉동고 빵빵하게 채워놓았다! 완료!
재료 :
사골 및 잡뼈
찬물
커피
끓이기 :
1. 뼈를 찬물에 담가서 핏물을 빼준다. 3~6시간 정도 물을 바꾸면서 빼준다.
2. 들통에 뼈를 담고, 딱 잠길 정도로만 찬물을 받은 후, 커피 한 숟가락을 넣고 센 불로 끓인다.
3. 와르르 끓어오르고 지저분한 것들이 떠오르면, 1~2분 정도 끓인 후 찬물로 깨끗이 씻어낸다.
4. 들통도 깨끗이 씻고, 새로이 뼈와 찬물을 부어 다시 끓인다.
센 불로 끓이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5. 팔팔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중강 정도로 줄이되, 뭉근해지지 않게 계속 팔팔 끓인다.
6. 국물이 반 정도로 줄면, 뼈에 붙은 고기를 발라내고, 다시 물을 채워서 끓인다.
아니면 아예 국물 전체를 덜어내고 새로 찬물을 가득 받아 다시 끓인다.
7. 국물이 반으로 줄면 다시 덜어내고 한 번 더 한다.
그리고 나머지를 다 섞으면 국물 완성.
8. 먹을 만큼 먹고 남은 것은 냉동 보관한다
기름이 느끼해서 싫은 분들은 찬 곳에 내놨다가 떠오른 기름을 제거하면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