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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Nov 11. 2019

소고기 반 마리를 화끈하게 쟁이다!

풀 먹여 키운 유기농 소고기로 냉동실 채우기

우리 집은 무엇이든지 쟁여서 먹는 스타일이다. 아니 사실 나는 매번 딱 필요한 만큼만 딱 사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특히나 고기 같은 것은 냉동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내가 전에 살던 집 냉동실에는 견과류와 각종 가루류, 그리고 버터가 들어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결혼하고 났더니 남편은 집에 냉동고를 추가로 두 개씩이나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참으로 놀라웠다. 


그렇게 큰 냉동고에 무엇을 담을까? 하나는 해산물과 돼지고기를 담고, 나머지 하나는 육수 종류와 소고기를 담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쟁일까? 바로 사서 바로 먹는 것이 최고라는 나의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오히려 남편은 제때에 좋은 품질의 고기를 먹기 위해서 미리 쟁여놓는다. 나도 상당히 유기농을 고집하고 까다로운 편이지만, 남편도 음식에 관해 꼭 고집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연어는 무척 좋아하지만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는 절대 안 먹는다. 색소에 항생제 범벅이라고 여러 번 방송되었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는 음식에 들어간다. 그래서 태평양 자연산 Chinook와 알래스카 홍연어 Sockeye 고집하는데, 우리가 생선을 구입해오는 밴쿠버 선착장의 Skipper Otto에서 연어 좋은 거 들어온다고 알림이 오면 예약했다가 가서 가져온다. 즉, 해산물이 막 들어올 때 좋은 것으로 사다가 냉동해놓고 먹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직접 산지에서 사거나, 항구에서 사거나 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러면 일반 식품 가격으로 유기농 품질의 식품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다리품을 팔아서 좋은 음식을 보다 저렴하게 먹자는 취지이다. 


밴쿠버 어부들의 선착장 Fishermen's Wharf의 아름다운 저녁 풍경


두 주일 전에는 가서 닭을 다섯 마리 사 왔다.  어제 올린 통닭 레시피(https://brunch.co.kr/@lachouette/79)는 그 닭을 사용해서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이다. 그 글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날씨가 추워지니까 올해의 마지막 닭 잡는 날이라고 해서, 내년 봄까지 먹을 요량으로 구입한 것이다. 돼지도 떨어져 가는데, 아직 햄 종류가 남아서 그걸로 버티고 있고, 소고기가 필요해서 전부터 남편이 벼르다가 드디어 구입한 것이다.


채식주의자들의 일부는 환경을 위해서 채식을 멀리하는데, 사실상 바른 환경에서 자란 고기를 섭취하는 것이야말로 환경에 도움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소를 키우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유전자 조작 옥수수 사료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토지가 황폐화된다고 하지만, 원래 소는 옥수수를 먹게 태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옥수수 사료를 먹은 소들은 정상적인 소고기가 가진 오메가 3가 없고, 옥수수의 오메가 6을 엄청나게 함유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먹으면서 우리도 영양 불균형의 피해를 입는다. 소는 풀을 먹게 되어있다. 가축의 트림이 공기 오염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원래 풀을 먹는 소들은 풀을 먹으면서 토양에 대고 트림을 한다. 그러면 그 성분이 흙 속으로 들어가서 비료가 되고, 그 땅에서 풀은 더욱더 잘 자라게 된다. 원래 자연에 맞는 섭리이다. 이렇게 풀 먹은 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더 많은 땅에서 자연스러운 소가 자랄 것이다. 


유럽의 목초 사육장


우리 부부가 고기를 구입하는 법은 어렵지 않다. 그냥 근처의 Craglist 사이트에 가서 검색을 하는 것이다. 중고나라당근 비슷한 사이트인데, 부동산부터 중고물품, 식품 할것없이 그 근처 동네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을 판매한다.풀 먹여 키운 유기농 소고기 판매하는 사람을 검색하면 몇 군데가 나오고, 들여다보면서 가격과 농장이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른다. 예전에 포스팅한 적 있는 야채 농장 찾는 법과 마찬가지이다. 그때 비트 잔뜩 사다가 이것저것 해 먹고, 사과도 잔뜩 따왔는데, 아마 사과 이야기는 갑자기 바빠져서 못 쓴 듯하다. 그것도 한번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데...


아무튼 남편은 그렇게 해서 마음에 드는 농장을 한 군데 찾았고, 한 달 전쯤 농장에 가서 계약을 하고 선금을 주고 왔다.  반마리(Side Beef)를 구입하는 것이다. 반 마리라는 의미는 소를 좌우로 구분해서 한쪽을 구입하는 것이고, 이렇게 구입하면 소의 모든 부위를 다 먹을 수 있다. 간이나 심장이나 이런 내장들이 다 포함이다. 나 없을 때 주문해서 곱창은 주문하지 않은 듯하다. 적으면서 떠올려보니 나도 생각도 못 했었네. 다음번에는 그것도 달라고 해야겠다. 아무튼 달라고 하는 내장도 다 주고, 원하는 모양대로 썰어준다. 스테이크용, 스튜용, 이것저것에다가 나머지 다짐육까지 해서 총체적으로 구입하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물론 목장 주인이 고기를 해부해주는 것은 아니고, 그에게 예약을 하면 그가 거래하는 정육점에 연락을 해서 우리가 주문한 커팅을 맡긴다. 그러면 우리는 그 정육점으로 찾아가서 고기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주문한 지 한 달 만에 드디어 농장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고기가 냉동숙성되어 준비되었으니 오라는 음성메시지를 남겨놓았다. 우리는 수표를 준비해서 그에게 먼저 건네주고 가려고 농장 주인에게 연락했더니, 길이 막혀서 정육점이 일찍 문 닫으면 낭패를 볼 테니 정육점에서 만나자고 했다. 


Ennis Farm Meats, Langley


5시에 문 닫는 정육점에 4시 반쯤 도착했다. 아직 문을 닫지 않았고, 농장 주인도 그곳에서 만났다. 우리 이름을 확인하고는 뒤쪽으로 오라고 불러서 박스를 꺼내오기 시작했다. 나는 무거워서 들 생각도 못하는 그런 박스들이 6개나 되었다!


박스에 이름과 내용이 적혀있다.


우리는 차에 고기를 싣고, 다른데 하나도 안 들르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이미 손질된 후 냉동된 고기이기 때문에 녹기 전에 다시 냉동고에 넣어야 한다. 집에 와서 들여놓고 보니 역시 양이 많구나! 그래도 이번 소가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고 하니 이 정도로 만족!



박스를 열면 안에 고기 싸는 특수 종이로 다 포장이 되어있고, 내용물이 무엇인지도 다 쓰여있었다. 그리고 내장 종류는 그냥 비닐에 담아놓았다. 이것도 정육점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저렇게 비닐에 보관하면 오래가지 못하니 조만간 진공 포장을 다시 해야 할 듯싶다.



모든 박스를 열고 고기를 꺼내서 분류해야 한다. 다 분류된 게 아니므로, 같은 종류끼리 모아놓아야 나중에 꺼내 먹을 때 편하다. 마트에 장 보러 갈 때 사용하는 초록색 바구니를 3층으로 쌓아서 분류를 했다. 사골뼈도 있던데 국 끓여 먹으면 겨울에 아주 좋을 듯싶다. 


이렇게 냉동실에 쟁여놨으니 한동안 고기 걱정 안 하고 지낼 수 있어서 좋다. 보통, 남편은 아침에 우리 오늘 뭐 먹을까 하고 생각하고서 고기를 냉동실에서 꺼내놓고 나간다. 그리고 퇴근해서 오면 고기가 해동이 다 되어있어서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서양식 요리는 한식처럼 복잡하지 않으니, 그대로 바비큐 그릴에 굽고 와인을 곁들이면, 스테이크 집 부럽지 않다.


지난 여름 어머니 오셨을 때 구웠던 스테이크. 버섯과 통감자구이, 시저샐러드를 곁들여 간단히 식사.


우리 부부는 비록 외식을 즐기지 않는 성격이어서, 여행 가는 경우가 아니면 거의 밖에서 사 먹을 일이 없지만, 우리에겐 이런 음식이 우리가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사치이지 싶다. 이런 사치를 누리고 살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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