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에 번역기 사용은 금물
얼마 전 한 페친의 담벼락에 올라온 글, 이게 무슨 뜻 일까?
Every life is ruined.
도대체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었는데, 아래쪽 달린 덧글들을 읽다가 답을 찾았다. 바로 이런 사진이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 매생이 전복죽 집에서 영어로 설명을 달기 위해 구글 번역기를 이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친절한 구글 번역기는 알 수 없는 이 두 단어의 조합을 나름 분석하여 해석을 하였던 것이다 :
모든 생이 전복되었다
그 창의성에 혀를 내두르며 구글 번역기를 시도해보니, 그새 조금 발전되어서 Every life is abalone.로 나온다. 구글 번역기도 진화한다. 사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는데, 여전히 이런 허술한 구석이 나온다. 그래도 파파고는 한국의 번역기여서 이런 것은 더 잘한다. 지금 찾아보니 "Seaweed abalone porridge" 이렇게 나온다.
번역기마다 번역의 수준은 각자 다르다. 최악은 페이스북 번역기이고, 크롬 자동번역도 만만치 않다. 물론, 번역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경우는 감안을 하고 읽어야 한다.
남편은 한국어를 전혀 못한다. 지금 새삼 배우기에는 너무 힘들고, 그래서 내가 페이스북이나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을 자동번역을 이용해서 읽어본다. 크롬 자동번역의 경우, 어떤 때에는 아주 그럴싸하게 번역되어서 즐겨 읽기도 하는데, 어떤 날은 화면을 열면서부터 폭소가 터진다.
이틀 전인가, 유부초밥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레시피를 올렸는데, 남편이 그것을 열자마자 정신없이 웃는 것이 아닌가? 다음 캡처를 보면 정말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boil it with a married woman 이라니! 결혼한 여자랑 같이 끓인다고? in this tree는 또 어디서 뜬금없이 나무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양념한 아줌마... seaseoned married woman!
원본을 불러와보자!
원래 이 대목에서 유부도 같이 넣고 졸여주면 더욱 맛있다. 특히나 예전에는 지금 같은 조미 유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정식 조미를 해주면 맛이 훨씬 고급스럽고 좋다.
이 대목 : this tree
유부 : married woman
유부는 유부남, 유부녀를 줄여서 부르는 속어로 쓰이기도 한다만서도, 그렇다고 해도 그걸 유부녀로 해석하는 것은 분명 로봇의 오버다. 거기다가 대목은 큰 나무라고? 이렇게 두 개의 단어를 오역함으로써 전체 번역 자체가 이해 불가한 것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가장 형편없는 번역은 페이스북 번역이다. 거의 성공하는 경우가 없다. 지난 대보름때 음식 사진과 함께 간략하게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보면...
Korean first Full Moon day of the year.
대보름이라고, 모른 척 하기는 서운해서,
부럼은 호두와 땅콩만... 까면서 드는 생각이, 요즘은 칼로리 과다 시대인데, 이렇게 어렵게 까서 먹으면 과다 흡입이 불가능하겠다 싶다. 역시 자연의 섭리인 거지.
예전에 한 때는 구곡 나물에 오곡밥에 할거 다 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뜬금없이 넘어갔다. 전날 한인마트 갔는데 재료도 마땅치 않아서 마른 나물도 포기... 더덕에, 시금치, 느타리버섯무침에 김은 서운해서 세장만 굽고, 단백질은 대구 있는 거 다져서 전 부치고.. 오곡밥 해서 먹음.
오곡밥과 부럼이 있으니 된 거라고 우김. ㅎ
그리고 달 보고 소원 빔. 남편이 한 장 찍고, 내가 한 장 찍고... 카메라로 제대로 찍는 성의도 안 보인, 널널한 주말이었다.
번역을 염두에 쓴 것이 아니었고, 페이스북에 쓰느라 일기처럼 뚝뚝 끊어지고 비문도 많아서 사실상 번역이 어렵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만서도, 완성된 문장도 제대로 없거니와, 잘 모르겠으면 같은 단어를 수없이 반복하는 오류까지 발생한다.
이쯤 되면, 대략이라도 무슨 내용이 지나갔는지 상상이 불가한 수준이다. 그래서 귀찮아도 페이스북에서는 종종 영어를 병기해서 적곤 한다. 위와 같이 황당한 번역이 나오는 경우 남편은 한글 원본을 복사해다가 구글 번역기에도 돌려보고 파파고에도 돌려보면서 내용을 유추한다. 물론 모든 곳에서 전혀 다른 번역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페이스북 번역은 매번 다르게 나온다.
그리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 남자 페친이 "두 분 잘 어울리세요, 꿀 뚝뚝" 뭐 이런 내용을 썼는데, 그게 마치 나를 유혹하는 것처럼 번역되어서 남편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대놓고 페북에서 바람을 피우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은가?
무슨 뜻인지 모를 땐 번역기 활용해요
자동번역은 분명히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외국어를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고, 꼭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자동번역은 더욱 발전되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안타까운 것은, 영어공부 혼자 하는 분들이 번역기 돌려서 뜻을 이해하며 공부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기 때문이다.
내가 굳이 특히나 초보자를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적 즉각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 웬만큼 잘하는 분들은 도움 없이도 잘할 수 있다. 솔직히 학원을 다닌다고 영어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공부는 늘 본인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원은 그저 도울 뿐. 그래서 영어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있다면, 혼자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도 충분히 실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런데 초보자들은 그게 쉽지 않다. 모르는 문장이 나와서 사전을 찾아도, 그 안에서 뭐가 이 문장에 맞는 의미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번역기를 이용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그 안에 이렇게 많은 오류가 있는 것이다.
빨리 가는 길이 꼭 좋은 길은 아니다. 지름길인 줄 알고 들어섰는데 가다 보니 딴 길로 샌 경우는 난감하지 않은가? 초보자가 독학하는 경우라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모르는 문장이 나왔을 때, 영영사전을 찾아보고, 사용된 예문을 살피면서 같은 단어의 여러 가지 활용 예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처음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공부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번역기는 믿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