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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Sep 07. 2020

손쉬운 간장 오이피클

무설탕으로 만들어서, 만능으로 잘 어울리는 아이템

큰 손으로 듬뿍 사서 쟁이는 우리 부부는, 최근에 오이피클 담근다고 오이를 10킬로나 샀다. 


오이피클은 남편의 주종목이다. 한국에서 내가 만들던 오이피클은 간단하게 만들어서 냉장 보관하는 것이라면, 남편표 오이피클은 제대로 만들어서 실온 보관하는 것이다. 영어로 canning이라고 하는 이 과정은, 진짜 캔에다가 하는 것은 아니고, 주로 메이슨 자(mason jar)에 하는데, 캔 통조림 하듯이 제대로 소독 밀봉하여, 오랫동안 실온에 두고 먹을 수 있는 저장식품이다. 만드는 과정이 시간이 좀 걸리지만, 예전처럼 냉장고가 있지 않던 시절부터 유래되어오던 서양식 오이 보관법이라 하겠다. 이것에 관한 포스팅은 나중에 다시 하고...


하루 동안 후다닥 담근 오이피클, 오이소박이


그래서 오이를 왕창 산 김에, 나는 오이소박이를 좀 담그고, 간편한 반찬인 간장 오이 피클도 한 병 만들었다. 이 간장 오이 피클은 냉장고용 오이피클이다. 즉, 실온 보관하지 않는 대신, 만들기는 무지하게 쉽다. 들어가는 것도 별로 없고, 순식간에 끝난다. 


오이소박이 포스팅 진작에 한 줄 알았는데, 안 했다니! 이것도 조만간 해서 링크를 걸어야겠다.


아무튼, 요즘에야 이런 간장 오이 피클이 흔하지만, 내가 이걸 처음 만들던 당시인 20년 전만 해도 상당히 신선한 종류의 전천후 반찬이었다. 오이지처럼 손이 가지도 않고, 오이 피클처럼 이국적인 맛이 나지도 않고, 새콤 짭짜름 상큼해서 쉽게 쉽게 손이 간다. 


처음 만들던 당시에는 설탕도 좀 넣어서 만들었었지만, 지금은 설탕 전혀 없이 만드는데, 사실 양파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미 단맛이 전혀 없지는 않다. 백주부식 단맛에 길들여있다면 안 달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에 이것을 전혀 먹어본 적 없는 우리 집 식구들에겐 아주 인기 있는 반찬이다. 작년에 남편의 큰 딸 생일 때, 한식 상차림으로 했었는데, 그때 처음 소개했는데, 다들 너무나 잘 먹었다.


보관도 냉장고에 두면 두세 달도 너끈히 간다. 물론, 그전에 순삭 해버리게 되어서 그렇게 오래가지 않지만, 가끔 까먹고 냉장도 뒤로 밀렸다가 발견해도 늘 상태가 멀쩡하다.


심지어 나는 한 번 다 건져먹고 난 후에 다시 오이와 양파를 썰어서 추가로 넣어서 먹기도 하는데, 삼탕은 몰라도 재탕까지는 여전히 맛있다. 그리고 남은 간장은 부침개나 튀김 같은 거 찍어 먹을 때에도 딱 좋다. 





몇 번 만들면서 과정 샷을 찍었는데, 다시 찾으려니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이번엔 그냥 후다닥 만들어서 겨우 몇 장만 건졌다. 하지만 사실 별달리 과정 샷이 필요하지는 않다. 


간장과 식초를 3:2의 비율로 섞어주면 절임장이 바로 완성이다. 끓일 필요 없고,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서 녹일 필요도 없다. 물론, 집집마다 사용하는 간장의 짠 정도가 다르니, 만들면서 각자의 집에 맞는 짠 기로 맞추면 되는데, 일반 간장은 대략 이 비율이면 적당하다.


오이와 양파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매운 고추를 넣어주면 더 맛있다. 청양고추를 넣을 수도 있지만, 나는 할라피뇨를 애용하는 편이다. 피클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매운맛이 빠져서 적당히 먹기 좋은 맛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고추를 좀 넣어주면 예뻐서 좋다. 파프리카 빨강이나 노랑 같은 것을 함께 넣어줘도 되는데, 오래 두면 무르기 쉽기 때문에, 얘네들이 들어갔을 경우는 좀 더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못난이 오이들이 남아있어서 한 입 크기로 되는대로 잘랐다.


취향에 따라서 무나 비트를 넣어줘도 좋다. 한 번은 깍두기를 담근다고 무를 사 왔는데, 멕시코 산이라고 했던가, 엄청 맵고 쓴 맛이 났다. 그대로 김치나 깍두기를 했다가 망치면 속상할 거 같아서, 대충 잘라서 양파와 함께 잘라서 담가줬다. 사실 당시에 먹고 남긴 간장소스가 있어서 그걸 그대로 재활용했는데, 먹을 수 있는 맛으로 돌변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자, 이제 병에 차곡차곡 담아주고, 간장물을 부어주면 된다. 아래 사진에는 노란색 파프리카를 넣어줬다. 


뒤에서 열심히 피클을 만드는 남편 손


물론, 여기에도 주의 사항이 있다!


병에 오이랑 다 담고 간장을 부었는데... 꽉 차지 않는다고, "어? 간장이 모자라네?" 하면서 간장 믹스를 더 만들어서 부으면 절대로 안 된다. 그러면 엄청 짜서 먹기 힘들다.


20~30% 정도 위쪽에 비는 것이 정상이며, 그렇게 해도 오이에서 차차 물이 나와서 오이가 다 잠기게 된다. 

간장물을 처음 부어준 상태이다.


위쪽이 절여지지 않을까봐 걱정된다면, 간혹 가다가 좀 뒤집어서 놔두면 된다. 물론, 뚜껑은 완전 밀봉되도록 해야 한다. 줄줄 새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날 저녁에 모두 모여서 찍은 사진에서 간장 오이 피클이 보이는데, 벌써 제법 잠겼다.
그다음 날, 이제 아무 손색이 없게 잠겼다.


예전에 개인 홈페이지 운영할 때, 아주 인기 있었던 레시피 중 하나였다. 당시에  받았던 질문들이다. 


Q. 오래 담가 두면 짜질까봐 대충 된 다음에 건져두었는데, 그래야 하나요?

A. 그리 짜지지는 않습니다. 짜다 싶으면 오이를 더 사다가 썰어 넣어주세요.

    그리고 그렇게 짜질 만큼 오래 두게 되지 않더군요. 다 건져 먹어서...

    오히려 건져서 오래 두면 상할 위험이 있을 거 같아요.


Q. 양파도 고추도 먹나요? 날양파처럼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요?

A. 물론 먹을 수 있습니다. 날양파처럼 맵거나 냄새 심하지 않아요.

    할라피뇨 고추는 매운맛이 많이 빠져서 먹기 수월합니다.


Q. 오이를 납작 썰려면 두께가 어느 정도 되는지요?

    (내가 당시에 납작 썰기로 해서 올렸기 때문에 나온 질문)

A. 엿장수 마음입니다. 먹기 편한 사이즈로 썰면 되지요.

    뭐... 5 mm 정도라면 답변이 될는지? 저는 그 정도로 썰어요,

    하지만 길이로 4등분 해서 떡볶이 떡 길이로 썰기도 하고요,

    작은 피클용 오이라면 안 썰어도 무방하겠지요.

    하지만 먹을 때 썰어야 하는 불편함을 피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볼 때에

    자기 입 사이즈에 맞게 적당히 썰면 됩니다.

    

여기서 팁 두 가지!


남편이 피클을 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방법인데, 하루 전날 오이를 씻고, 양쪽 꼭지를 따낸 후, 얼음물에 하룻밤 담가 두더라. 그래서 나도 얼떨결에 담가 뒀던 오이로 소박이와 간장 피클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번에 더욱 아작아작하게 되었다. 한국식 오이소박이나 간장 피클에 이용해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또 하나는, 위에서 말했지만, 다 먹고 나서 간장이 남으면 버리기 아까워서 새로 오이랑 양파를 되든대로 썰어서 더 넣는데, 며칠 뒀다가 먹으면 다시 간이 배어서 먹을만하다. 처음보다는 간이 천천히 배지만, 곧 손색없는 맛으로 재탄생한다. 재탕이니 더 빨리 먹으면 좋을 듯하다. 다만 이때에는 오이가 간장물에 푹 잠기게 하지 않으면 좀 싱거워지니 유의할 것.


그리고, 사실 그 남은 간장만 따로 튀김이나 부침개 같은 거 찍어먹는 용도로 사용해도 아주 맛이 있다.

한 달 만에 냉장고 밖으로 나온 간장 오이피클


접시에 담은 사진은 찍어 놓은 게 없어서 일단 통과. 나중에 다시 찍거든 올리겠음. 오이소박이와 피클은 다음 기회에~




간장 오이 피클

(조선 오이 3~5개 분량)


재료:  

간장 1컵

식초 2/3컵

오이 3~5개

양파

매운 고추

무 약간 (취향에 따라서 옵션)


만들기:
1. 간장과 식초를 잘 섞어둔다. (오이의 양에 맞춰 재료 가감한다, 비율만 맞으면 됨)

2. 오이를 씻어서 물기 닦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양파도 집어먹기 좋은 크기로 대충 썬다

4. 고추는 송송 썬다.

5. 오이, 양파, 고추를 차례차례 유리병에 섞어 담고, 간장 믹스를 붓는다.

6. 냉장고에 넣어두고 종종 꺼내 먹는다. (이틀만 지나면 먹을 수 있다)

7. 혹시 잘못해서 너무 짜게 되면, 오이를 더 썰어 넣으면 복구된다.


┃주의 사항 

병에 간장물을 꽉 채우지 말고, 위쪽을 한 20% 정도 남겨놓을 것.

꽉 차게 부으면 너무 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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