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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l 23. 2020

여름철엔 쟁반국수

소스 만들어두고 여름 내 즐기자

올해 밴쿠버 날씨가 참으로 요상하다. 사실 밴쿠버는 일 년 중 열 달이 비가 오고, 딱 두 달 반짝 너무나 좋은 날씨가 이어지는데, 그게 바로 7월, 8월 여름인 것이다. 운이 좋으면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한 석 달 정도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맑고 더운 날 좋아하는 나는 늘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그런데! 올해는 7월 중순까지 비가 오고 으슬으슬 추워서, 쟁반국수나 냉면은커녕 월남 쌀국수만 주야장천 생각났던 것이다.


코비드 19 때문에 기분도 여러 가지로 울적한데, 거기에 날씨까지 협조를 안 하니 진짜 우중충하고 속상했는데, 드디어 연 사흘 해가 나면서 오늘 최고기온이 30도를 찍었다.  한 달이나 늦었지만, 여름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남편은 덥다고 하지만, 캐나다 여름 날씨는 그래도 그늘에만 가면 시원한 그런 건조한 날씨이기에 나 같은 족속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인 날씨이다.


오늘 7월 20일, 쟁반국수가 저절로 생각나서 지난번에 만들어놨던 소스와, 그냥 집에 있는 재료들을 던져 넣고 쓱쓱 비벼서, 데크에 앉아서 먹었다. 



이 쟁반국수는 한국에 있을 때, 친구들 놀러 오면 한 번씩 해 먹던 아이템이다. 나는 집에서 소스를 준비하고 국수 삶으면, 친구들이 속재료를 몇 가지씩 챙겨 와서, 우리 집에서 다 함께 섞어서 비벼먹었었는데... 언제나 배려심 깊고 정 많은 그 친구들이 그리워지는구나!


안 그래도 쓰다가 만 포스팅이 잔뜩 밀려있는데, 이것도 잔소리가 길어지면 또 미완성으로 끝날까봐 대충 여기서 마무리하고 레시피로 들어가 본다.


소스는 다행히 전에 만들어놨어서 오늘은 수월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여름이 되면 소스를 늘 넉넉히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음 내킬 때 잘 비벼먹곤 했었기에, 여기 와서도 더워질 여름 날씨를 대비해서 소스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 신기하게도 이 소스는 만든 당일날보다 그다음 날이 더 맛있다. 숙성이 필요한 듯



소스에 들어가는 특이한 재료라면 멸치육수가 있고, 그 나머지는 기본적인 것들이다. 양파와 배를 갈아서 넣기 때문에 굳이 설탕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 하지만 단 맛을 더 많이 원하는 분들이라면, 약간의 설탕이나 자일리톨을 넣을 수 있으리라. 물론, 내 레시피엔 설탕이나 매실청 같은 것은 없다. 꿀도 물엿도 없다. 아래에 있는 레시피에 뭐 몇 숟가락 등등이 쓰여있기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입맛이므로 간을 보고 원하는 것을 가감하면 좋다. 겨자는 매운맛을 내는 겨자로 넣으라고 추천한다. 


남편은 밀가루를 못 먹기 때문에, 일반 메밀국수로는 쟁반국수를 만들 수 없다. 그런데 요새 100% 메밀국수가 나왔다! 원래 메밀만으로는 국수를 만들 수 없다고 들었는데, 이런 경지가! 뚝뚝 끊어지는 진짜 메밀국수를 원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강추이다. 다만, 가격은 좀 많이 비싸다. 흑!



이 국수는 6분간 삶고, 불을 끈 후 5분간 그대로 담가놓는 차이가 있다. 그러면 평양식 냉면에 딱 맞는 국수가 나온다. 쫄깃한 함흥냉면용 국수로는 적합하지 않다.


쟁반국수의 재료에서, 단백질은 쇠고기 편육이나 삶아둔 닭고기를 사용한다.  쇠고기를 원한다면 양지를 삶아서 국물로는 소스도 만들고, 남은 것은 냉동해두었다가 나박김치나 동치미와 섞어서 냉면 해 먹어도 좋다. 우리 집에서는 바비큐 하고 남은 닭고기가 냉장고에 있어서 그것을 사용했다. 닭을 먹고 남은 것이 있다면 잘게 찢어서 사용하면 좋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단백질은 삶은 달걀이다. 나는 달걀이 과하게 삶아져서 노른자 주변에 청색 테두리 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지라 딱 노른자가 거의 익을 만큼만 삶아준다. 


보통 국수를 삶을 때, 달걀을 미리 씻어서 함께 삶아주는데, 찬물에서부터 달걀을 넣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국수를 넣어서 5분 정도 더 삶으면 딱 원하는 만큼 나온다. 원래 우리 집에서 애용하는 쌀소면은 딱 5분 삶으면 좋기 때문에 안성맞춤이다. 예전에 밀가루 소면을 먹을 때에는 3분만 삶다 보니 반숙을 애용했었는데, 요새는 완숙을 먹게 되었다. (반숙을 원하면 미리 꺼내도 될 일을 절대 그렇게는 안 함). 이번 메밀국수 삶을 때에는 중간에 꺼냈다.


찬 물에 달걀 넣고 물 끓기 시작한 후 중불로 줄이고 5분 있다가 꺼내면 딱 이렇게 삶아진다.


기본이 되는 야채들은 주로 채를 썰면 된다. 좀 더 큰 덩어리를 원한다면, 오이나 당근은 납작납작하게 슬라이스 해서 반 갈라도 좋다. 양배추가 들어가면 씹히는 맛이 좋으니 되도록이면 넣기를 추천한다. 깻잎은 여러 장을 포개어 놓은 후에 한꺼번에 돌돌 말아서 채 썰면 썰기가 편하다. 불어 요리 용어로 시포나드(Chiffonade)라고 하는데, 바질 같은 것을 썰 때에 주로 애용되는 방법이다. 상추는 손으로 쭉쭉 찢어주면 좋고, 배가 들어가면 시원해서 맛있지만, 없으면 사과로 대신해도 된다.



야채류를 모두 준비해서 미리 접시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더운 여름날 더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아주 큰 접시에 야채를 가장자리로 빙 둘러서 담고, 국수를 가운데 얹은 후 소스를 뿌려서 상에 내고, 함께 비벼 먹는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국수에 간이 잘 안 배는 경우가 생겨서 한없이 소스를 더 넣게 되곤 하는데, 차라리 접시에 담기 직전에 국수를 소스에 비벼서 얹으면, 위에 뿌린 소스는 야채만 감당해도 되니, 더 맛이 있다.


땅콩 호두 같은 견과류를 넣으면 고소한 맛이 나고, 약간 달콤함을 곁들이고 싶으면 건포도를 넣어준다. 생밤도 있으면 납작납작 썰어서 넣어주면 오도독 씹히면서 좋다.



이렇게 담았더니 남편이 말한다. "아 또 그거, 예쁘게 다 만들어놓고 막 섞는 거 하는구나!" 


서양식 식탁 매너는, 서빙된 음식을 흩트리지 않는다. 그래서 제일 괴로워하는 것이 비빔밥이다. 근사하게 차려놓고 다 휘저으니까! (언제 기회가 마련되면, 한국 식탁매너와 서양식 식탁매너의 차이점도 한 번 정리하고 싶다) 

예전에 먹었던 사진. 식탁에 서빙 후 휘휘 섞어주었던 흔적...


그래서 오늘은 미리 섞었다. 어차피 화창한 날씨에 데크 나가 앉아서 무릎에 올려놓고 먹을 것이므로, 간편하게 미리 비벼서 각자의 그릇에 담았다. 


따사로운 햇살에 푸른 하늘, 푸른 잎들을 보며 앉아서 국수를 먹으니 이 순간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여러 가지로 머릿속이 어수선하여 한동안 도통 글을 못 썼는데, 그래서 쓰다 만 밀린 글들이 잔뜩 있는데, 어찌 다시 마음을 잡아보면 좋을 듯싶다. 





쟁반국수 만들기 :


양념장  :

아래 재료를 모두 섞어서 하루 전날 미리 냉장해둔다. (간 보며 내용물 가감 가능)

고기육수 또는 멸치 육수 1/2컵 (다시마 + 멸치 + 물을 끓여서 식힌다)

배, 양파 간 것 각각 1/3 컵

고춧가루 4큰술

소금 1/2 큰술

들깻가루 3큰술

통깨 2큰술

간장 2큰술

식초 4큰술

겨자 2큰술

참기름 2큰술

다진 파


쟁반국수 재료 :

메밀국수 

소고기 편육  또는 익힌 닭고기 살을 찢어서 사용

배, 오이, 당근, 양배추, 깻잎, 상추, 쑥갓,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등등 가능한 대로 준비.

삶은 달걀 2~3개,
땅콩(호두), 건포도, 밤


만들기 :

1) 양념장은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미지근하면 맛없음)

2) 모든 토핑 재료가 다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 있는 대로 마련한다.
3) 편육, 달걀, 밤 --> 납작하게 썬다 (닭고기는 삶아서 결대로 찢는다)

4) 야채는 채 썬다 (미리 접시에 담아 랩 씌워 냉장고에 넣어두면 시원함)

5) 메밀국수는 삶아 찬물에 씻어 체에 밭친다.

6) 커다란 접시에, 야채를 색 맞추어 빙 둘러놓는다.

7) 국수는 양념장에 먼저 비벼서 가운데 담아준다. 

8) 위에 달걀과 건포도, 으깬 견과류 뿌려주고, 소스를 다시 위에 끼얹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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