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엔 쟁반국수

소스 만들어두고 여름 내 즐기자

by 라슈에뜨 La Chouette

올해 밴쿠버 날씨가 참으로 요상하다. 사실 밴쿠버는 일 년 중 열 달이 비가 오고, 딱 두 달 반짝 너무나 좋은 날씨가 이어지는데, 그게 바로 7월, 8월 여름인 것이다. 운이 좋으면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한 석 달 정도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맑고 더운 날 좋아하는 나는 늘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그런데! 올해는 7월 중순까지 비가 오고 으슬으슬 추워서, 쟁반국수나 냉면은커녕 월남 쌀국수만 주야장천 생각났던 것이다.


코비드 19 때문에 기분도 여러 가지로 울적한데, 거기에 날씨까지 협조를 안 하니 진짜 우중충하고 속상했는데, 드디어 연 사흘 해가 나면서 오늘 최고기온이 30도를 찍었다. 한 달이나 늦었지만, 여름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남편은 덥다고 하지만, 캐나다 여름 날씨는 그래도 그늘에만 가면 시원한 그런 건조한 날씨이기에 나 같은 족속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인 날씨이다.


오늘 7월 20일, 쟁반국수가 저절로 생각나서 지난번에 만들어놨던 소스와, 그냥 집에 있는 재료들을 던져 넣고 쓱쓱 비벼서, 데크에 앉아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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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쟁반국수는 한국에 있을 때, 친구들 놀러 오면 한 번씩 해 먹던 아이템이다. 나는 집에서 소스를 준비하고 국수 삶으면, 친구들이 속재료를 몇 가지씩 챙겨 와서, 우리 집에서 다 함께 섞어서 비벼먹었었는데... 언제나 배려심 깊고 정 많은 그 친구들이 그리워지는구나!


안 그래도 쓰다가 만 포스팅이 잔뜩 밀려있는데, 이것도 잔소리가 길어지면 또 미완성으로 끝날까봐 대충 여기서 마무리하고 레시피로 들어가 본다.


소스는 다행히 전에 만들어놨어서 오늘은 수월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여름이 되면 소스를 늘 넉넉히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음 내킬 때 잘 비벼먹곤 했었기에, 여기 와서도 더워질 여름 날씨를 대비해서 소스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 신기하게도 이 소스는 만든 당일날보다 그다음 날이 더 맛있다. 숙성이 필요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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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에 들어가는 특이한 재료라면 멸치육수가 있고, 그 나머지는 기본적인 것들이다. 양파와 배를 갈아서 넣기 때문에 굳이 설탕을 넣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 하지만 단 맛을 더 많이 원하는 분들이라면, 약간의 설탕이나 자일리톨을 넣을 수 있으리라. 물론, 내 레시피엔 설탕이나 매실청 같은 것은 없다. 꿀도 물엿도 없다. 아래에 있는 레시피에 뭐 몇 숟가락 등등이 쓰여있기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입맛이므로 간을 보고 원하는 것을 가감하면 좋다. 겨자는 매운맛을 내는 겨자로 넣으라고 추천한다.


남편은 밀가루를 못 먹기 때문에, 일반 메밀국수로는 쟁반국수를 만들 수 없다. 그런데 요새 100% 메밀국수가 나왔다! 원래 메밀만으로는 국수를 만들 수 없다고 들었는데, 이런 경지가! 뚝뚝 끊어지는 진짜 메밀국수를 원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강추이다. 다만, 가격은 좀 많이 비싸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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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국수는 6분간 삶고, 불을 끈 후 5분간 그대로 담가놓는 차이가 있다. 그러면 평양식 냉면에 딱 맞는 국수가 나온다. 쫄깃한 함흥냉면용 국수로는 적합하지 않다.


쟁반국수의 재료에서, 단백질은 쇠고기 편육이나 삶아둔 닭고기를 사용한다. 쇠고기를 원한다면 양지를 삶아서 국물로는 소스도 만들고, 남은 것은 냉동해두었다가 나박김치나 동치미와 섞어서 냉면 해 먹어도 좋다. 우리 집에서는 바비큐 하고 남은 닭고기가 냉장고에 있어서 그것을 사용했다. 닭을 먹고 남은 것이 있다면 잘게 찢어서 사용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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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의 단백질은 삶은 달걀이다. 나는 달걀이 과하게 삶아져서 노른자 주변에 청색 테두리 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지라 딱 노른자가 거의 익을 만큼만 삶아준다.


보통 국수를 삶을 때, 달걀을 미리 씻어서 함께 삶아주는데, 찬물에서부터 달걀을 넣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국수를 넣어서 5분 정도 더 삶으면 딱 원하는 만큼 나온다. 원래 우리 집에서 애용하는 쌀소면은 딱 5분 삶으면 좋기 때문에 안성맞춤이다. 예전에 밀가루 소면을 먹을 때에는 3분만 삶다 보니 반숙을 애용했었는데, 요새는 완숙을 먹게 되었다. (반숙을 원하면 미리 꺼내도 될 일을 절대 그렇게는 안 함). 이번 메밀국수 삶을 때에는 중간에 꺼냈다.


cook_388.jpg 찬 물에 달걀 넣고 물 끓기 시작한 후 중불로 줄이고 5분 있다가 꺼내면 딱 이렇게 삶아진다.


기본이 되는 야채들은 주로 채를 썰면 된다. 좀 더 큰 덩어리를 원한다면, 오이나 당근은 납작납작하게 슬라이스 해서 반 갈라도 좋다. 양배추가 들어가면 씹히는 맛이 좋으니 되도록이면 넣기를 추천한다. 깻잎은 여러 장을 포개어 놓은 후에 한꺼번에 돌돌 말아서 채 썰면 썰기가 편하다. 불어 요리 용어로 시포나드(Chiffonade)라고 하는데, 바질 같은 것을 썰 때에 주로 애용되는 방법이다. 상추는 손으로 쭉쭉 찢어주면 좋고, 배가 들어가면 시원해서 맛있지만, 없으면 사과로 대신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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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류를 모두 준비해서 미리 접시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더운 여름날 더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아주 큰 접시에 야채를 가장자리로 빙 둘러서 담고, 국수를 가운데 얹은 후 소스를 뿌려서 상에 내고, 함께 비벼 먹는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국수에 간이 잘 안 배는 경우가 생겨서 한없이 소스를 더 넣게 되곤 하는데, 차라리 접시에 담기 직전에 국수를 소스에 비벼서 얹으면, 위에 뿌린 소스는 야채만 감당해도 되니, 더 맛이 있다.


땅콩 호두 같은 견과류를 넣으면 고소한 맛이 나고, 약간 달콤함을 곁들이고 싶으면 건포도를 넣어준다. 생밤도 있으면 납작납작 썰어서 넣어주면 오도독 씹히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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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담았더니 남편이 말한다. "아 또 그거, 예쁘게 다 만들어놓고 막 섞는 거 하는구나!"


서양식 식탁 매너는, 서빙된 음식을 흩트리지 않는다. 그래서 제일 괴로워하는 것이 비빔밥이다. 근사하게 차려놓고 다 휘저으니까! (언제 기회가 마련되면, 한국 식탁매너와 서양식 식탁매너의 차이점도 한 번 정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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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먹었던 사진. 식탁에 서빙 후 휘휘 섞어주었던 흔적...


그래서 오늘은 미리 섞었다. 어차피 화창한 날씨에 데크 나가 앉아서 무릎에 올려놓고 먹을 것이므로, 간편하게 미리 비벼서 각자의 그릇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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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에 푸른 하늘, 푸른 잎들을 보며 앉아서 국수를 먹으니 이 순간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여러 가지로 머릿속이 어수선하여 한동안 도통 글을 못 썼는데, 그래서 쓰다 만 밀린 글들이 잔뜩 있는데, 어찌 다시 마음을 잡아보면 좋을 듯싶다.





쟁반국수 만들기 :


양념장 :

아래 재료를 모두 섞어서 하루 전날 미리 냉장해둔다. (간 보며 내용물 가감 가능)

고기육수 또는 멸치 육수 1/2컵 (다시마 + 멸치 + 물을 끓여서 식힌다)

배, 양파 간 것 각각 1/3 컵

고춧가루 4큰술

소금 1/2 큰술

들깻가루 3큰술

통깨 2큰술

간장 2큰술

식초 4큰술

겨자 2큰술

참기름 2큰술

다진 파


쟁반국수 재료 :

메밀국수

소고기 편육 또는 익힌 닭고기 살을 찢어서 사용

배, 오이, 당근, 양배추, 깻잎, 상추, 쑥갓,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등등 가능한 대로 준비.

삶은 달걀 2~3개,
땅콩(호두), 건포도, 밤


만들기 :

1) 양념장은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둔다. (미지근하면 맛없음)

2) 모든 토핑 재료가 다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 있는 대로 마련한다.
3) 편육, 달걀, 밤 --> 납작하게 썬다 (닭고기는 삶아서 결대로 찢는다)

4) 야채는 채 썬다 (미리 접시에 담아 랩 씌워 냉장고에 넣어두면 시원함)

5) 메밀국수는 삶아 찬물에 씻어 체에 밭친다.

6) 커다란 접시에, 야채를 색 맞추어 빙 둘러놓는다.

7) 국수는 양념장에 먼저 비벼서 가운데 담아준다.

8) 위에 달걀과 건포도, 으깬 견과류 뿌려주고, 소스를 다시 위에 끼얹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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