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l 26. 2020

노 밀가루 해물파전

바삭바삭 노릇노릇 파전! 거기다가 튀김은 덤으로!

한때는 정말 엄격하게 저탄고지를 했었는데, 결혼해서 살면서 아무래도 느슨해지다 보니 이제는 밥을 먹기도 하고, 국수도 먹고... 그렇지만 절대로 안 먹는 것이 두 가지 있으니, 그게 바로 밀가루와 설탕이다. 설탕의 유해성은 담배에 버금간다고 하는 데다가, 설탕을 끊고 나니 단 맛 자체가 싫어져서 손을 안 대게 된다. 밀가루 역시 건강에 나쁘고 소화도 잘 안 되는 데다가 남편이 실리악(글루텐 알레르기)이어서 같이 먹으려면 밀가루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가끔 땡기는 것이 바로 해물파전이다. 밀가루 없이 해보고 싶어서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봤지만, 그 어디서도 밀가루 없는 해물파전은 없었다. 밀가루도 아니고 대부분 부침가루나 튀김가루 같은 조미료 들어간 가루들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고 (나도 예전에 그랬다!) 밀가루 없이 달걀로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던데, 그것을 해물파전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것은 해물 오믈렛이라고 해야 할 듯싶다. 


그러다가 지난 3월에 남편 자식들 불러다가 한국 안주 저녁상 차림을 테마로 해서 차리게 되었는데, 막걸리 안주로 파전이 빠질 수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름대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여러 가지 실험을 거듭한 결과, 나름의 레시피를 만들어냈다. 내가 밀가루 대용으로 사용하는 가루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타피오카 전분은 쫀득함과 바삭함을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힘이 있다. 그래서 바삭한 반죽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글루텐프리 베이킹용 가루와 섞어서 시도를 했는데 너무나 마음에 들게 반죽이 나왔다. 


잠시 추억을 되짚어, 당시의 상차림을 다시 보자면...

1차는 애피타이저로 마른오징어 구이와 땅콩, 멸치볶음이었다. 맥주를 곁들였다. 마요네즈 고추장 소스도 필참!
2차는 막걸리에 해물파전, 오징어볶음, 도토리묵을 쒔고...
3차는 소주와 골뱅이무침, 두부김치, 알탕이었다. 잔치 때는 바빠서 사진이 늘 만족스럽지 않음!


그러고는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제 저녁하려는데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냉동실에서 해물 모둠이 발견되었다. 한 번 더 해 먹어야지 하고 한 봉지 더 사다 놓고 까먹었던 것이다. 마침 찬거리도 마땅치 않은데 이거나 하자 싶어서 얼른 꺼내서 휘리릭 파전으로 저녁을 잘 해결했다.




해물파전은 일반 부침개처럼 반죽 잔뜩 만들어서 거기다가 파 섞어 넣고 국자로 뜨거나 부어주는 방식으로 하면 맛이 없다. 밀가루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파와 해물 맛으로 먹어야 하는데, 반죽이 주인공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가지 간단한 팁을 공유해본다.


나처럼 글루텐프리로 한다면, 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반반 섞어주고, 물을 부어가면서 농도를 약간 묽다 싶게 만든다. 소금도 잊지 않는다. 타피오카 전분이 없다면 찹쌀가루를 사용해도 된다.


해물은 오징어와 홍합, 조갯살, 새우 등등을 준비해주면 좋지만, 간편하게 냉동 해물 모둠을 사용할 수 있다. 품질이 좋은 것으로 선택해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냉동의 경우, 식초를 푼 물에 30분 정도 담가서 씻어주고, 물기를 꼭 짜준다. (그렇다고 마구 심하게 짤 필요는 없다.)


대파는 길이로 몇 번 썰어서 가늘게 만들고 (그러나 파채처럼 아주 가늘게 할 필요는 없다) 종종 썰 필요 없이, 한번 정도만 중간을 잘라주면 적당하다. 나는 주로 쪽파를 사 먹는 편이어서 별로 손댈 게 없다.


급히 하느라 해물이 반죽에 먼저 뛰어들어갔지만, 사실은 파 다음 순서이다.


달걀도 한 개만 따로 풀어둔다. 여기에도 소금을 조금 넣는다.


이제 프라이팬을 불에 올리고 기름을 둘러준다. 맛있는 기름으로 해야 맛있다. 나는 주로 집에 있는 거위기름을 사용하는데, 그게 없다면 아보카도 오일도 좋다. 기름을 넉넉하게 둘러준다.


그리고 이어서 파를 반죽에 담그는데, 파를 반죽에 묻혀준다는 기분으로 적셔준 후, 바로 팬에 올린다. 나는 맨손으로 요리하는 편이라서 그냥 손으로 집어서 팬에 올린다. 파를 전체적으로 팬에 깔아준 후, 너무 반죽이 모자라서 붙지 않을 것 같은 부분이 있다면, 반죽을 가장자리에 조금 더 뿌려준다. 



그리고 그 위에 해물을 역시 반죽에 적셔서 뿌려준다. 이것도 손으로 집어서 뿌리듯 올려주는 것이 편하다. 국자로 뜨면 반죽을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손으로 하는 것이 좋고, 맨 손 쓰는 것이 싫다면 비닐장갑을 끼고 하면 된다. 반죽은 다만 재료들을 붙게 하는 접착제 역할을 할 뿐이다.



해물을 다 얹고 나면, 그 위에 달걀 풀은 것을 뿌려준다. 갈지자로 왔다 갔다 그냥 뿌려주면 된다. 그러면 처음에 반죽에 비어있던 곳이 달걀로 채워진다.


그 뒤 사진을 깜빡 잊고 안 찍었는데, 접착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바닥이 노릇노릇 익어가면, 부서지지 않게 재빨리 뒤집어준다. 그렇게 윗면도 다 익히고 나면, 다시 뒤집어서 도마에 올리고, 파의 반대방향으로 썰어준다. 썰지 않고 바로 뜨겁게 서빙해도 되지만, 아무래도 찢어먹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나는 파의 결 반대방향으로만 썰어줬다. 그러면 쉽게 분해되어 먹기 좋다.


완성. 사실 둘이서 이거 한 장이면 다른 반찬은 준비할 필요도 없다. 밥도 없어도 되지만 서운하니 그냥 조금 거들었다. 그리고 엊그제 새로 한 오이소박이와 부추김치도 곁들여주었다. 깍두기는 일주일 전에 담근 거...


간장은 초간장(간장, 식초, 후추) 해서 간단히 찍어먹어도 되는데, 우리는 처분하려는 오래된 간장 오이피클이 있어서 그걸 처분하는 차원에서 싹 해치웠다. 다음번엔 새로 담근 것으로 먹을 수 있을 듯. 흔히 갖은양념 넣은 양념장을 곁들이기도 하는데, 나는 그러면 양념 맛이 너무 강해서 부침의 맛이 깎아내리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요기서 끝낼 수도 있지만, 덤으로 하나 더!


파전을 한 장만 부쳤더니, 반죽 양이 살짝 많아서 남았다. 깔끔쟁이 남편이 버리려는 것을 재빨리 가로채서 작은 그릇에 옮겨 담아서 냉장실로 넣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반죽으로 깻잎튀김을 했다. 어차피 집에 깻잎을 심어둬서 아무 때나 꺼내올 수 있으니 반죽 남은 것을 활용하여 훌륭한 애피타이저가 되었다. 반죽이 차가우면 튀김이 더욱 바삭하게 된다. 그냥 어제의 그 반죽에 살짝 담갔다가 튀기면 그만이다.



나는 튀김요리를 잘 안 하는 편인데, 그 결정적인 이유가, 기름이 남는 것을 아주 싫어하기 때문이다. 산화된 기름을 나중에 다시 쓰자니 싫고, 버리자니 아깝기도 하고, 환경오염되는 것도 싫고... 그러나 부득이 튀김요리를 할 때에는 기름을 조금만 사용해서 프라이팬을 기울여서 튀긴다. 친정어머니가 늘 하시던 방법인데, 약간 귀찮기는 하지만 아주 효과적이다.


실제 튀김을 할 때에는 바빠서 사진을 못 찍어서, 그냥 물 담아서 재연해보았다.


팬을 달구고, 기름을 부은 후, 기름이 뜨거워지면, 아래 사진처럼 기울여서 튀김을 한다. 깻잎 튀김을 예로 들면, 오른쪽 기름에다가 튀김옷을 씌운 깻잎을 넣고, 잠시 튀겨주다가, 왼쪽 위로 밀어 올려서 기름을 빼면서 한 번씩 뒤집어주면 기름이 빠지면서 나머지가 바삭하게 튀겨진다. 큰 팬에 하면, 보통 깻잎 4장이 계속 돌아간다. 


나도 좀 부지런하면 유튜버 하면서 생생하게 설명하면 더 좋을 텐데, 일거리가 너무 많을 거 같아서 차마 엄두가 안 난다. 그냥 이렇게만 설명해도, 우리 독자님들이 찰떡같이 알아들어주시길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서 마무으리! 다른 레시피 밀린 거 또 얼른 쓰러 가야지!

 



해물파전

2장 기준


재료: 

해물 모둠 2컵

타피오카 전분 1/2컵 (없으면 마른 찹쌀가루 또는 감자전분으로 대신한다)

글루텐프리 베이킹가루 1/2컵 (나는 Bob's Red Mill의 1:1 베이킹가루를 사용) - 없으면 마른쌀가루 대체

차가운 물 1컵 (탄산수 사용하면 더 좋음)

소금 1/2 작은술

쪽파 2 줌

달걀 1개, 소금 넣고 저어서 준비

식용유

※ 찹쌀가루나 쌀가루로 대신 사용한다면, 냉동말고 건조해서 판매되는 것으로 구매하여야 함.

    방앗간에서 빻아온 습식 찹쌀/쌀가루를 이용한다면 물 양을 확 줄이고, 농도를 보면서 추가할것

    그러나, 대체하지 않고 원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식감이 훨씬 좋다.


만들기 :

1. 냉동 해물은 식초를 섞은 물에 30분 정도 담가서 해동한다. 꼭 짜준다

2. 반죽용 재료를 잘 섞어준다. 물을 처음부터 다 넣지 말고, 농도를 봐 가면서 넣는다. 

    완전히 걸죽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약간 끈적한 느낌이 있어야한다.

3. 달걀은 소금 넣고 잘 풀어준다.

4. 쪽파를 잘 씻어주고, 반으로 잘라준다. 굵으면 길이로 한두 번 잘라준다.

5. 팬을 불에 올리고, 기름을 넉넉히 둘러준다. 

6. 파를 반죽에 담갔다가 건져서 달궈진 팬에 올려 펴준다.

7. 해물도 반죽에 담갔다가 건져서 위에 얹어준다.

8. 달걀 풀은 것의 반을 그 위에 적당히 뿌려준다.

9. 바닥이 익은 것 같으면 부서지지 않게 뒤집어준다. (이렇게 두장을 각각 만든다)

10. 완성되면 도마에 올려서, 파 길이의 반대방향으로 썰은 후, 모양을 그대로 잡아 접시에 올린다.

11. 초간장이나 양념간장을 곁들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