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없이도 달콤한 간식, 양도 눈대중으로 가능하다!
탄수화물을 끊은 이후로 해 먹지 않은 아이템인데, 요새 슬슬 다시 탄수화물 조금씩 먹게 되면서 손을 대게 된다. 그래도 밀가루와 설탕을 따로 넣지 않으니 영양간식이라고 감히 이름 붙여보겠다.
간식을 전혀 하지 않던 나와 달리, 남편은 점심 이후 저녁 전에 꼭 간식을 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옆에서 같이 집어먹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라도 만들어놓으면 덜 나쁜 간식을 먹게 되는 셈이니, 옛 추억도 살리고 주전부리도 해결하는 일거양득이라 하겠다.
이 오븐 찹쌀떡은 해외교포들에게 인기를 끌어온 오래된 간식이다. 초기에 미국으로 이민 간 교포들이 한국의 찹쌀떡을 그리워하면서, 방앗간이 없으니 마른 찹쌀 가루라도 사서, 미국 집집마다 달려있는 오븐으로 구워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똑같은 방식으로 유래된 것이 엘에이 갈비인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 찹쌀떡을 20여 년 전 올케에게 배웠다. 당시에 나는 미국 로체스터에 살았고, 남동생네는 텍사스에 살아서 놀러 갔었는데, 싹싹하고 살림 잘하는 올케가 이 맛있는 것을 구워줘서, 당장 레시피 받아다가 어디 여행 갈 때마다 구워서 챙겨가지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올케에서 유래된 요리가 꽤 여러 가지가 되는구나, 클램 차우더도 그렇고, 닭봉 요리도 그렇고... 언제 다 레시피 올린다냐)
아무튼 당시에는 레시피에 쓰여 있는 곧이곧대로 하느라 특별히 마트에서 농축우유(evaporated milk)도 구하고 애를 썼었는데, 그냥 우유를 넣어도 충분히 맛있고, 이제는 계량도 필요 없이 눈대중으로 대충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되었다. 지난번에는 우유가 떨어져서 휘핑크림과 커피크림을 섞어서 넣었는데 훌륭했다. 오히려 기름져서 틀에서 더 쉽게 떨어졌던것 같다.
원래 레시피는 찹쌀가루로만 하지만, 이것도 쌀가루나 아몬드가루를 좀 섞어서 만들어도 색다르게 맛있다. 완전 쫀득쫀득한 것을 원한다면 찹쌀가루로만 해도 되지만, 난 멥쌀가루가 좀 섞인 게 더 먹기 편하다. 한 때, 찹쌀가루가 너무 비싸서 밀가루를 섞기도 했는데, 이젠 밀가루를 끊은 데다가 남편이 못 먹으니 밀가루를 넣는 일은 없다.
반죽은 부어가면서 농도를 맞추면 된다. 꾸덕하게 용암처럼 흐르는 정도에서부터 아래 사진처럼 간신히 흐르는 정도까지 적당히 하면 된다. 아무래도 질면 더 촉촉하고, 되면 표면이 좀 더 바삭하달까? 큰 차이 없다.
함께 들어가는 속재료들도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다. 원래 레시피에서는 반죽 한 켜 깔고, 그 위에 호두와 단팥 뿌리고, 다시 그 위에 반죽을 덮어주는 것이었는데, 해 보니, 그냥 다 섞어서 해도 맛은 똑같다! 다만 윗 표면이 매끄럽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도 또 매력이지 않은가? 그리고 고구마를 넣어도 되고, 위에 아몬드 슬라이스를 뿌려줘도 되고, 불린 콩을 넣어줘도 되고, 그야말로 내키는 대로 뭐든 섞어줘도 맛있다.
그리고 설탕을 당시에도 확 줄여서 넣기도 했지만, 하나도 안 넣어도 충분히 달다. 사실 찹쌀이나 쌀에도 고유 단맛이 있을 뿐 아니라, 고구마나 건포도 같은 것들이 이미 달지 않은가! (그래도 단맛을 좋아하는 분들은, 자일리톨이나 설탕을 1/3컵 정도 넣을 수 있다)
예전에는 큰 틀에다가 구워서 가위로 자르곤 했는데, 요새 이 머핀틀에 구우니 참 편리하다. 실리콘 머핀틀이어서 버터를 칠하지않아도 달라붙지 않고, 쉽게 뒤집어서 떨어진다. 다회용이니 환경에도 좋고, 여러모로 편리해서 애용하는 편이다. 큰 틀에 구우면 아무리 버터 많이 발라도 쉽게 안 떨어지곤 하니, 유산지라도 놓고 버터 칠을 하는 것이 좋다.
(북미 계량컵 240ml 기준)
재료:
녹인버터 1큰술 (팬에 바르는 용도)
마른 찹쌀가루 2컵
마른 쌀가루 1/2컵 (찹쌀가루 사용하면 더 쫀득)
아몬드가루 1/2컵 (없으면 찹쌀가루 사용해도 무방)
소금 1 작은술
베이킹파우더 1 작은술
우유 1컵 반 정도 (습식 가루를 사용할 경우에는 우유의 양을 반으로 줄이고, 눈치껏 더 넣는다)
단맛을 원하면 설탕이나 자일리톨 또는 에리스리톨 1/3컵 정도 추가
견과류 부순 것, 건포도, 찐팥.... 또는 불린 콩이나 단호박, 군고구마 등등 원하는 것 아무거나 듬뿍
※ 고명이 적으면 맛이 없다. 듬뿍 넣어주자!
만들기 :
1. 가루를 먼저 잘 섞은 후, 거기에 젖은 재료를 부어 섞어준다.
2. 우유는 처음부터 다 넣지 말고 봐 가면서 넣는다.
반죽은 손에 잡히진 않고, 되직하게 뚝뚝 떨어지듯 흘러주면 적당하다.
(조금 더 되직해도 된다. 그러나 더 질어서 줄줄 흐르면 잘 익지도 않고 나중에 잘 안 떨어지니 유의!)
3. 오븐 팬에 유산지를 깔고 녹인 버터를 잘 발라준다. 실리콘틀을 사용하면 안 발라줘도 무방하다.
4. 오븐을 180°C (350°F)로 예열한다.
5. 반죽에 속재료를 다 넣어서 섞어주고 틀에 넣고 구워준다.
머핀 팬이나 쿠키 시트나 식빵 틀이나 상관없이 시간만 조절해주면 됨.
6. 팬 크기에 따라서 40분~1시간 구워준다.
7. 젓가락으로 찔러봐서 반죽이 묻어 나오지 않고, 위가 살짝 노랗게 되면 완성.
큰 틀에 구웠다면 잘라서 서빙한다.
냉동이나 냉장 가능하며, 먹기 직전 살짝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