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l 25. 2020

오븐 찹쌀떡, 되는대로 만들기

설탕 없이도 달콤한 간식, 양도 눈대중으로 가능하다!

탄수화물을 끊은 이후로 해 먹지 않은 아이템인데, 요새 슬슬 다시 탄수화물 조금씩 먹게 되면서 손을 대게 된다. 그래도 밀가루와 설탕을 따로 넣지 않으니 영양간식이라고 감히 이름 붙여보겠다.


간식을 전혀 하지 않던 나와 달리, 남편은 점심 이후 저녁 전에 꼭 간식을 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옆에서 같이 집어먹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라도 만들어놓으면 덜 나쁜 간식을 먹게 되는 셈이니, 옛 추억도 살리고 주전부리도 해결하는 일거양득이라 하겠다.


이 오븐 찹쌀떡은 해외교포들에게 인기를 끌어온 오래된 간식이다.  초기에 미국으로 이민 간 교포들이 한국의 찹쌀떡을 그리워하면서, 방앗간이 없으니 마른 찹쌀 가루라도 사서, 미국 집집마다 달려있는 오븐으로 구워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똑같은 방식으로 유래된 것이 엘에이 갈비인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 찹쌀떡을 20여 년 전 올케에게 배웠다. 당시에 나는 미국 로체스터에 살았고, 남동생네는 텍사스에 살아서 놀러 갔었는데, 싹싹하고 살림 잘하는 올케가 이 맛있는 것을 구워줘서, 당장 레시피 받아다가 어디 여행 갈 때마다 구워서 챙겨가지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올케에서 유래된 요리가 꽤 여러 가지가 되는구나, 클램 차우더도 그렇고, 닭봉 요리도 그렇고... 언제 다 레시피 올린다냐)


예전에 구웠던 사진들을 일기장에서 찾음


아무튼 당시에는 레시피에 쓰여 있는 곧이곧대로 하느라 특별히 마트에서 농축우유(evaporated milk)도 구하고 애를 썼었는데, 그냥 우유를 넣어도 충분히 맛있고, 이제는 계량도 필요 없이 눈대중으로 대충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되었다. 지난번에는 우유가 떨어져서 휘핑크림과 커피크림을 섞어서 넣었는데 훌륭했다. 오히려 기름져서 틀에서 더 쉽게 떨어졌던것 같다. 


지난번엔 우유가 없어서 생크림과 커피크림을 반반 섞었는데 있는데 뽀샤시하게 맛있게 나왔다!


원래 레시피는 찹쌀가루로만 하지만, 이것도 쌀가루나 아몬드가루를 좀 섞어서 만들어도 색다르게 맛있다. 완전 쫀득쫀득한 것을 원한다면 찹쌀가루로만 해도 되지만, 난 멥쌀가루가 좀 섞인 게 더 먹기 편하다. 한 때, 찹쌀가루가 너무 비싸서 밀가루를 섞기도 했는데, 이젠 밀가루를 끊은 데다가 남편이 못 먹으니 밀가루를 넣는 일은 없다.


반죽은 부어가면서 농도를 맞추면 된다. 꾸덕하게 용암처럼 흐르는 정도에서부터 아래 사진처럼 간신히 흐르는 정도까지 적당히 하면 된다. 아무래도 질면 더 촉촉하고, 되면 표면이 좀 더 바삭하달까? 큰 차이 없다.


함께 들어가는 속재료들도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하다. 원래 레시피에서는 반죽 한 켜 깔고, 그 위에 호두와 단팥 뿌리고, 다시 그 위에 반죽을 덮어주는 것이었는데, 해 보니, 그냥 다 섞어서 해도 맛은 똑같다!  다만 윗 표면이 매끄럽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도 또 매력이지 않은가? 그리고 고구마를 넣어도 되고, 위에 아몬드 슬라이스를 뿌려줘도 되고, 불린 콩을 넣어줘도 되고, 그야말로 내키는 대로 뭐든 섞어줘도 맛있다.



그리고 설탕을 당시에도 확 줄여서 넣기도 했지만, 하나도 안 넣어도 충분히 달다. 사실 찹쌀이나 쌀에도 고유 단맛이 있을 뿐 아니라, 고구마나 건포도 같은 것들이 이미 달지 않은가! (그래도 단맛을 좋아하는 분들은, 자일리톨이나 설탕을 1/3컵 정도 넣을 수 있다)


예전에는 큰 틀에다가 구워서 가위로 자르곤 했는데, 요새 이 머핀틀에 구우니 참 편리하다. 실리콘 머핀틀이어서 버터를 칠하지않아도 달라붙지 않고, 쉽게 뒤집어서 떨어진다. 다회용이니 환경에도 좋고, 여러모로 편리해서 애용하는 편이다. 큰 틀에 구우면 아무리 버터 많이 발라도 쉽게 안 떨어지곤 하니, 유산지라도 놓고 버터 칠을 하는 것이 좋다.







오븐구이 찹쌀떡 

(북미 계량컵 240ml 기준)


재료:

녹인버터 1큰술 (팬에 바르는 용도)

마른 찹쌀가루 2컵

마른 쌀가루 1/2컵 (찹쌀가루 사용하면 더 쫀득)

아몬드가루 1/2컵 (없으면 찹쌀가루 사용해도 무방)

소금 1 작은술

베이킹파우더 1 작은술

우유 1컵 반 정도 (습식 가루를 사용할 경우에는 우유의 양을 반으로 줄이고, 눈치껏 더 넣는다)

단맛을 원하면 설탕이나 자일리톨 또는 에리스리톨 1/3컵 정도 추가

견과류 부순 것, 건포도, 찐팥.... 또는 불린 콩이나 단호박, 군고구마 등등 원하는 것 아무거나 듬뿍

※ 고명이 적으면 맛이 없다. 듬뿍 넣어주자!


만들기 :

1. 가루를 먼저 잘 섞은 후, 거기에 젖은 재료를 부어 섞어준다.

2. 우유는 처음부터 다 넣지 말고 봐 가면서 넣는다. 

   반죽은 손에 잡히진 않고, 되직하게 뚝뚝 떨어지듯 흘러주면 적당하다. 

   (조금 더 되직해도 된다. 그러나 더 질어서 줄줄 흐르면 잘 익지도 않고 나중에 잘 안 떨어지니 유의!)

3. 오븐 팬에 유산지를 깔고 녹인 버터를 잘 발라준다. 실리콘틀을 사용하면 안 발라줘도 무방하다.

4. 오븐을 180°C (350°F)로 예열한다.

5. 반죽에 속재료를 다 넣어서 섞어주고 틀에 넣고 구워준다.

   머핀 팬이나 쿠키 시트나 식빵 틀이나 상관없이 시간만 조절해주면 됨.

6. 팬 크기에 따라서 40분~1시간 구워준다.

7. 젓가락으로 찔러봐서 반죽이 묻어 나오지 않고, 위가 살짝 노랗게 되면 완성.

   큰 틀에 구웠다면 잘라서 서빙한다.

   냉동이나 냉장 가능하며, 먹기 직전 살짝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더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추억의 유부초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