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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Sep 10. 2020

튀기지 않고 돈가스? 치킨?

오븐에서 우아하게 해결하자

지난달에 돼지고기를 샀다. 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우리 집은 고기를 마리 단위로 산다. 얼핏 들으면, 얼마나 대식구이길래 그러나 싶겠지만, 그건 아니고, 냉동해서 두고두고 먹는다. 농장에서 직접 주문해서 구입하는데, 이렇게 하면 양질의 고기를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기도 하거니와, 오늘 뭐 해 먹을까 하고 고민할 때, 냉동실을 뒤져서 바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돼지고기는 단골집이 있다. 고기가 있느냐고 주문하면, 돼지 잡을 날이 될 때 알려주고, 그전에 미리 통화로 어떤 부위를 원하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같은 돼지여도 자르는 방법에 따라서 다른 부위가 생길 수 있다. 남편이 좋아하는 폭찹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부위이고, 베이컨이나 햄 같은 것도 원하면 미리 훈제해서 준다. 남편이 한국인과 결혼한 사실을 알고 있으니, 항정살을 원하냐고 묻기도 했고, 삼겹살도 모두 베이컨 만들지 않고, 반은 생삼겹으로 달라는 말도 했었다.


그리고 고기를 받아왔는데, 생전 있지 않던 포크커틀렛(Port Cutltet)이라는 부위가 새로이 등장했다. 동양인 고객이 생기면서 생긴 게 아닐까 싶다. 이 부위는 우리가 흔히 먹는 바로 그 돈가스 부위이다. 폭찹을 근사하게 바비큐 하는 남편이지만, 새로운 부위는 그에게 낯설었다. 반면에 나는 머릿속에 바로 돈가스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돈가스 하면, 기사식당 왕돈가스 스타일과 일식 타입의 돈가스 두 가지가 떠오르는데, 나는 일식 돈가스 스타일을 좋아한다.


대학 다닐 때, 후배 따라서 갔던 명동 돈가스가 너무나 맛있고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캐나다 오기 전 한국에 살 때에는 마포에 돈가스 전문점이 있었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혼자서 돈가스를 만들어서 파는데, 가겟세를 내지 않는 집주인이어서 재료를 아낌 없이 사용했다. 큼직하고 두툼한 생돈가스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고, 튀김 기름도 매일 바꾸기 때문에 직장인들 점심시간 직전에 가면 정말 맛있었다. 소스도 직접 만들어서 더욱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 음식이 그리워서, 양배추를 듬뿍 준비해서 곁들였더니, 별로 손 가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음식이 되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부드럽게 완성된 고기를 남편도 맛있게 먹었다. 튀기지 않으니 준비가 요란하지도 않았고 빨리 준비되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우리집의 포크 커틀렛 부위는 너무 얇게 썰어서 고기 씹히는 맛이 약하다는 것. 그러나 그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므로, 이대로 만족하기로!


단출 썰렁했지만 든든하게 잘 먹었다. (나중에 한 조각 더 먹은 것은 안 비밀!)




물론, 돈가스는 원래 튀겨야 제맛이다. 튀김옷에 빵가루까지 입혀서 튀기면 좋겠지만, 튀김 기름을 많이 쓰는 것이 싫기도 하고, 튀기는 일 자체가 그리 재미난 작업이 아니지 않은가! 물론 작은 튀김류를 할 때에는 전에 소개한 것처럼 프라이팬을 기울여서 기름을 적게 쓰고 튀기지만, 돈가스 같은 것은 그렇게 튀기면 속이 잘 익지도 않고, 억지로 익히려다가는 겉을 태우기 쉽기 때문에 추천하는 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아예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굽는 돈가스를 선호한다. 이 방법을 선택함과 동시에 온갖 번거로움은 저 멀리 사라지고, 순식간에 준비해서 속전속결로 끝낼 수 있다.


원래 이 방식은 지인에게 배운 닭튀김 방식이다. 퍽퍽한 닭가슴살을 이렇게 하면 촉촉하게 먹을 수 있는데, 처음에는 닭에만 사용하다가, 어느 날부터 돼지고기에도 활용해봤더니 손색없이 잘 구워져서 그 이후로 즐겨 먹던 아이템이다.


그러면 뜸 그만 들이고 비법 공개! 


모든 비결은 마요네즈에 있다. 



마요네즈를 만들어 본 사람들은 재료가 무엇인지 쉽게 기억할 것이다. (마요네즈 쉽게 만드는 레시피는 다음 기회에!) 물론, 몇 가지 부수적인 재료들도 들어가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재료는 기름과 달걀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튀김요리에도 필수인 것이다. 튀길 때 달걀을 넣으면 튀김이 바삭해진다. 


많은 오븐 튀김 레시피들이 재료에 기름을 바르라고 추천하지만, - 나도 예전에 해 봤다 - 막상 그렇게 하면 바삭하지 않고 엄청 눅눅한 요리가 된다. 그런데 마요네즈는 그렇게 기름을 먹은 것 같은 질감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리고 소금 간도 되어있고, 모든 양념이 다 되어있는 셈이니 일석이조다. 고기의 핏물을 키친타월로 닦아준 후 마요네즈만 버물버물 해주면 준비 1단계 완료다. 


얼마나 묻혀야 하는지 묻지 말자. 그냥 한 숟가락 듬뿍 넣어 비벼보고, 좀 뻑뻑한 거 같으면 더 넣어주고 그러면 된다. 나중에 빵가루를 편하게 묻힐 수 있을 정도가 되도록 한다. 그래도 궁금하면 오른쪽 사진 참조.


왼쪽은 돈가스에 막 마요네즈를 한 숟가락 투여한 사진, 오른쪽은 치킨가스에 적당히 마요네즈 버무린 모습


그리고, 사실상 닭가슴살이나 돼지 등심 부위는 그리 맛있는 부위가 아니다. 그야말로 퍽퍽 살이어서, 잘못 요리하면 목이 메는 음식이 되고 만다. 그런데 이렇게 마요네즈로 마사지를 해주면, 고기가 기름을 먹으면서 보드랍고 촉촉해진다. 마요네즈에 버무려서 바로 요리해도 되지만, 반나절 정도 냉장실에 두면 더욱 촉촉하게 먹을 수 있다. 


특히 닭고기 요리를 할 때, 취향에 따라서 약간 매콤한 맛을 곁들이고 싶다면, 마요네즈에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서 버무려 줘도 좋다. 그러면 겉돌지 않는 매운맛을 첨가할 수 있다. 한국인은 매콤한 맛을 좋아하니까!


자, 그러면 겉에 둘러주는 빵가루는 어떻게 할까? 가장 쉽게 애용하던 편법은, 사실 과자를 으깨서 묻혀주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리츠, 한국에서는 제크라는 과자를 빻아서 그걸로 입혀줬었는데, 이게 요리를 더욱 바삭하게 해주는 비법이 될 수 있다. 



우리 집에서는 그러나 제크를 쓸 수 없다. 빵가루를 쓸 수도 없다. 남편이 밀가루를 못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가지 방식을 시도해봤다. 우선, 글루텐프리 일식 빵가루 Panko를 사봤는데, 어찌나 딱딱하던지 입천장이 까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믹서기에 갈았는데도 잘 갈리지도 않았다. 믹서기에만 흠집이 났다. 이건 완전 실패였다.


그리고, 돈가스가 아니라 치킨을 할 때, 빵가루 대신에 코코넛채를 이용해봤는데, 나름 맛이 있었다. 단점이라면 코코넛 향이 강해서, 동남아 음식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바삭해서 질감은 좋았다.

이 정도 길이의 코코넛 채가 적당했다.


제크 대신이라며, 글루텐프리 과자도 사봤다. 가장 가까운 재료라고 구입했지만, 어쩐지 들큰한 맛이 들면서 흡족하지 않았다. 남편은 괜찮다고 말해줬지만, 나는 그냥 꿩 대신 닭 같은 기분으로 사용했었다.


그러다가 오늘은 코스트코 글루텐프리 식빵이 마침 냉동실에 있길래, 푸드 프로세서에 갈아서 빵가루를 만들어서 사용했다. 사실 밀가루를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도 이 방법으로 빵가루를 만들어서 써도 좋다. 


기름에서 직접 튀기는 것이라면 빵을 그냥 갈아서 쓰기만 해도 바삭하게 된다. 평소에 빵을 먹는다면, 식빵 가장자리 님은 거 냉동했다가 사용해도 좋다. 빵을 적당히 찢은 후, 믹서기에 누르면서 갈아도 되고, 푸드 프로세서에 돌려줘도 된다. 아니면 강판에 갈아줘도 가능하다.


그런데 오븐에서 튀김을 할 때에는 이렇게만 하면 결과물이 다소 눅진하게 된다. 따라서, 갈아준 빵가루를, 그대로 오븐에서 10~15분 정도 구워주면 좋다. 중간에 한두 번 뒤적여서 타지 않게 해주는 것이 귀찮기는 하지만, 맛이 완전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렇게 하라고 강력 추천한다. 남으면 지퍼백에 담아서 냉동했다가 다음번에 다시 사용해도 좋다. ( 다 귀찮으면 역시 제크가... ㅎ)


빵가루이든 과자 가루이든지 간에 준비가 되었으면 냉장고에 버물버물 해놨던 고기를 꺼내서 앞 뒤로 묻혀준다.


그리고는 팬에 올려서 오븐에 구워주면 된다. 이왕이면 이렇게 랙이 있으면 좋다. 뒤집을 필요 없이 아래쪽까지 바삭하게 된다.


하지만, 없다면 그냥 유산지를 깔고 구워도 된다. 다만 중간에 한 번 뒤집어주면 된다. 예전에 치킨 만들 때에는 늘 유산지에 했었는데, 항상 맛있게 잘 나왔다.


오븐에 재료를 넣었다면, 이제 소스를 만들자. 소스는 기사식당용 소스와 일식 돈가스식 소스로 나뉜다. 기사식당 소스는 80년대 대학생들이 데이트할 때 먹던 돈가스 소스와 같은 종류라고 보면 되겠다. 나는 일식 돈가스식으로 먹고 싶으니까, 우스터소스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물과 우스터 소스를 1:1로 넣어주고, 케첩 0.3, 간장은 조금만 넣어서 끓이다가, 전분을 물에 타서 섞어주고 불 끄면 된다. 전분을 끓는 물에 직접 넣어주면 섞이지 않고 바로 엉기기 때문에, 언제나 따로 풀어서 사용해야 한다. 물과 전분의 비율을 1:1로 해서 완전히 녹여준 후에 부어주면 된다. 그리고, 휘휘 젛어서 불을 끄면 그다음에 알아서 엉긴다. 


요렇게 따로 담아서 서빙하면 깔끔하고 좋다.


그리고 또한 함께 먹을 야채를 준비해준다. 영배추를 곱게 채 썰어서 찬물에 잠시 담가 뒀다가 건져서 물기를 완전히 빼준다. 나는 철저히 일식 돈가스 방식으로 해서, 양배추만 아주 듬뿍 먹는 방식을 선호한다. 식당에서 사 먹던 시절에는 꼭 리필해서 두 접시 듬뿍 먹었었기에, 여분으로 늘 넉넉하게 준비한다. 



한 번은, 신나게 돈가스를 굽다 보니 양배추가 없는 거다! 굽다 말고 사러 갔다가는 다 식은 돈가스를 먹게 될 거 같아서 난감해했더니, 남편이 배추를 사용하자는 거다. 오잉? "배추는 한 번도 이렇게 안 먹어봤는데?" 했더니, 자기가 전에 배추로 코울슬로를 만들었었는데 진짜 맛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 한 번 해보지 뭐, 하고 냉장실에 마침 있던 배추를 착착 썰어서 곁들였는데, 아주 입에서 살살 녹으며 맛있었다. 앞으로 자주 애용하게 될 것 같다. 

배추와 함께 한 돈가스. 서빙에 겨자가 빠지면 서운하지!


돈가스를 굽는 시간은 사실상 몇 분이라고 말하기가 곤란하다. 고기의 크기와 두께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15분 만에 완성되기도 하고, 한 25분 정도 걸리기도 한다.


대부분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면, 그 이후에 5분 정도에 끝이 난다. 겉을 봐서 약간 노릇노릇하게 되면, 속도 익었다는 증거니까 과하게 익히지 말도록 하자. 처음 할 때에는 자신이 없으면 하나 꺼내서 잘라보는 것도 방법이다. 


바삭하게 하기 위해서 온도를 높게 잡아서 굽기 때문에, 우리 집 얇은 커틀렛 고기는 15분도 충분했다.


완성되면 오븐에서 꺼내서 그대로 서빙해도 되고, 좀 더 일식 기분을 내려면 미리 칼로 썰어서 젓가락으로 먹게 할 수도 있다. 

집어 먹기 쉽게 잘라서 서빙
케피어 음료를 만들어 곁들이니 와인처럼 보인다


밥을 얹고 싶다면, 옆에 동그랗게 해서 올리면 되고, 미소 국물이 먹고 싶다면, 멸치 다시마 넣은 된장국을 연하게 끓여서 팽이버섯과 작은 두부를 띄우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소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대부분 구입할 수 있는 것들에는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들큰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된장으로 해도 충분히 맛있다.


좀 더 색다르게 하려면, 다른 종류의 음식과 함께 서빙해도 좋다. 아래는 여름에 만들었던 라따뚜이인데, 완전 채식이기 때문에 저것만으로는 아무래도 식사가 약하다. 그래서 이렇게 돈가스에 곁들이면 아주 적당하다.


라따뚜이와 곁들였던 돈가스



그리고 원조인 치킨 튀김. 예전에 즐겨먹던 아이템이다. 이렇게 간단히 샐러드와 곁들이면, 어느 치킨 샐러드 부럽지 않다. 손도 별로 안 가고, 완전 부드러우며, 간단하게 점심 손님에게 내밀을 수도 있다. 반갑지 아니한가!






돈가스 만들기


돈가스 재료:

돼지 등심 또는 안심,  넙적하게 돈가스 모양으로 자른 것으로 준비 *

마요네즈, 2큰술 정도 크게 떠서 준비

고춧가루 1큰술, (옵션) 원하는 사람만

빵가루 또는 제크(리츠) 과자 빻은 것

양배추 또는 배추, 얇게 채썰 것

미소 된장국물, 밥  - 취향에 따라서 준비 **


소스 재료:

(4인분 분량)

물 1컵

우스터소스 1컵

케첩 1/3컵

간장 2큰술

타피오카 전분 2큰술 + 물 1큰술 (다른 전분은 1큰술)


1. 돈가스 고기의 핏물을 키친타월로 다독여 제거한 후 마요네즈로 버무려준다.

2. 마요네즈 분량은, 고기의 양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부드럽게 코팅될 정도로 넉넉히 발라준다.

3. 취향에 따라서 매콤하게 먹고 싶으면, 이때 고춧가루를 좀 섞어준다.

4. 그대로 바로 사용해도 좋고, 몇 시간 냉장하면 더 부드러워진다. (전날 준비해두고 다음날 요리해도 된다)

5. 빵가루나 과자 가루를 준비한다. 과자는 절구로 곱게 빻아주거나, 분마기로 적당히 갈아준다.

    식빵 사용 시는 적당한 조각을 내서 믹서기에 곱게 갈아준 후, 

     오븐에 올려서 160°C(325 °F)로 10~15분 정도 구워준다. 타지 않게 중간에 한 번 뒤적여준다.

6. 양배추, 또는 배추를 최대한 얇게 썰어서 준비한다. 얼음물에 잠깐 담가 뒀다가 건지면 더욱 아삭하다.

7. 오븐을 200°C(400 °F)로 예열한다.

8. 고기에 빵가루를 묻히고 유산지 혹은 랙을 깔은 베이킹 팬에 올려서 굽는다.

   시간은 고기의 두께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데,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5분 정도 지나면 적당하다.

   얇은 고기는 15분이면 충분하고, 두꺼워도 대략 25분이면 완성된다.

9. 고기를 굽는 동안 소스를 만든다. 

   전분물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냄비에 넣고 끓인 후, 전분을 물 1큰술에 잘 섞어서 냄비에 넣고 섞어준다.

   그리고 불에서 내려서 적당한 용기에 담아준다.

10. 양배추의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접시에 담아주고, 완성된 고기를 함께 얹어 서빙한다.

11. 연겨자와 소스도 별도의 용기에 서빙한다.


* 닭가슴살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 한입 크기로 썰어서 사용하면 먹기 편리하다.

** 미소 된장국 대신 일반 된장국을 연하게 끓여도 좋다.

    멸치, 다시마로 국물을 낸 후, 팽이버섯과 두부를 작게 썰어서 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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