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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Nov 13. 2020

가을 나들이와 크림소스 홍합요리

홍합을 사러 밴쿠버 그랜빌 아일랜드까지 가다!

우리 식구들은 해산물을 좋아한다. 지난번엔 굴 파티를 했는데, 이번엔 신선한 홍합이 나왔다고 연락이 와서 남편이 홍합을 주문했다. 역시나 우리가 해산물을 대 먹는 Skipper Otto이다. 전에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수익금이 그대로 어부에게 가는 일종의 협동조합 같은 개념의 단체인 이곳은 매년 회원을 받으며, 일정 금액을 미리 입금하여두었다가 그 돈으로 해산물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물론 보증금보다 더 많이 먹으려면 다시 보증금을 추가로 넣으면 된다. 


대부분 어부들이 잡아 올린 다음 날 우리가 가서 받아온다. 그러니 마트에 나온 것보다 언제나 훨씬 신선하다. 어제 잡은 굴을 우리 상에 오늘 올린다는 개념이니,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먹게 된다. 이번에 홍합이 나오는 날은 공교롭게도 남편의 대장내시경 전날이었다. 그래서 원래는 남편이 가서 픽업해 올 생각이었지만, 물만 먹으며 버텨야 하는 저녁시간에 가서 그걸 픽업해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남편은 그날 회의도 있어서 더 일찍 가서 픽업할 수도 없었다.


보통 픽업 시간은 3시에서 7시 사이여서, 이번엔 내가 딸아이와 함께 가서 가져오기로 하였다. 어차피 자가격리도 끝났으니 나가서 한 바퀴 돌아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원래 계획은 2시쯤 나가서 3시에 픽업해서 4시까지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사람일이 마음 같지 않다 보니 출발시간이 늦어졌다. 나가는 김에 다른 볼일도 보려고 했는데...




집에서 출발한 시각이 2시 반쯤이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비는 오지 않았고, 그래서 시작부터 기분 좋은 나들이었다. 집 앞은 벚나무에서 떨어진 잎들로 가득했고, 차의 유리창도 가을로 가득 차 있었다. 가을...



일단 한인마트에 들러서 쌀도 사고, 그 옆의 ABC마트에서 김치 담갔을 때 사용할만한 유리병도 샀다. 원래 사려고 했던 김치통은 없었지만, 대신 큰 유리병이 가격이 저렴해서 일단 뭐에 써도 쓸 수 있을 거 같아서 집어 오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밴쿠버 시내로 출발!


가는 길도 가을이 한가득이었다. 딸은 기분이 좋다고 열심히 카메라를 눌러댔다. 우리의 목적지는 밴쿠버 시내에 있는 항구 피셔맨스 와프(Fisherman's Wharf)였지만, 바로 그 옆에 있는 그랜빌 아일랜드(Grandville Island)를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웠다. 그래서 거기에 있는 아트용품점 OPUS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그랜빌 아일랜드로 들어서는 길 / 미술용품점 OPUS


오랜만에 방문한 그랜빌 아일랜드는 황량해 보였다. 코비드의 영향이겠지? 날씨도 스산한데 한적해서 더욱 스산해 보였다. 한때, 에밀리 카 대학이 들어있을 때에는 참 북적이는 기분이었는데... 그리고 작년에 어머니와 동생네 식구들이랑 왔을 때에도 관광지스럽게 북적였는데, 이렇게 쓸쓸한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좋은 점이라면 주차장이 임시로 무료라고 쓰여 있었다. 모든 일에는 항상 이면이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이렇게 한적해 보여도 미술용품점에 들어설 때에는 밖에서 대기를 해야 했다. 안에 머무를 수 있는 팀의 수가 한 손에 꼽았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들어가게 되었을 때에는 우리 모녀는 1인처럼 세트로만 다니라는 지시를 받았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서로를 쳐다보고, 어떤 규칙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공상과학영화의 미래도시에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OPUS를 나설 때는 이미 거의 5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얼른 홍합을 픽업하러 가야 하는데, 뱃속이 출출해져 왔다. 나는 그렇다고 치지만 딸은 배가 고프면 멀미를 하기 때문에 뭔가 먹어야 했다. 그래서 퍼블릭 마켓으로 향했다. 퍼블릭 마켓의 음식이 가성비가 별로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양한 먹거리가 있으므로 간단하게 급히 요기하기에는 나름 적합하다. 



연어가 들어간 파이와 라자냐를 골라서 항구 앞에 나와 앉아서 먹었다. 그때만 해도 그리 어둡지 않았는데, 다 먹고 나오니 제법 어두워지고 있었다. 남편에게도 요기했다는 사진을 보내주었다. 남편은 이미 회의를 마치고 퇴근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우리가 함께 저녁을 먹지 않는 날이지만 그래도 늑장 부리지 말고 이제 얼른 홍합 찾으러 가야지!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피셔맨스 와프까지는 멀지 않다. 걸어서 가도 10분 거리. 차로는 5분 걸린다. 항구에 도착해서 서둘러 간다는 것이, 오랜만에 왔더니 헷갈려서 옆집 Mitch's Catch에 가서 줄을 섰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예약된 것이 없다고 하다 보니, 아차차! 다 비슷하게 생겨서 헷갈린 것이다. 간판을 멀쩡히 보고도 딴짓을 하다니!


다시 Skipper Otto로 가서 이름을 대니 바로 찾아준다. 싱싱한 홍합을 가져다가 바로 저울에 올려놓고 4파운드를 달아주었다. 꽤 넉넉히 주문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양이 적었다. 작년엔 아마 이 두배는 산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딱 주문한 만큼 달아주는 것이니 얌전히 받아서 집으로!






다음 날 남편의 내시경 결과는 아주 좋았다. 가끔 용종이 있곤 했는데 이번엔 아주 깨끗하다고 했다. 코비드 상황이어서 함께 따라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마취가 깨어나는 시점에서는 전화를 받고 남편을 맞이하러 들어갈 수 있었다. 휠체어에 앉으라고 하자 나를 쳐다보며 웃는 남편.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이 씩씩한 사람은 껄껄 웃으며, 내가 자기의 휠체어를 밀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물론이지!


그리고 집에 오고 나서는 바로 기운을 되찾아서 함께 저녁 메뉴를 고민하였다. 전날 받아 온 홍합을 오늘 먹는다니 신나지 아니한가!


홍합을 요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국식으로 국물 듬뿍 삶는 방법도 있지만, 양식으로 와인을 넣고 끓이는 방법도 있다. 홍합을 좋아하는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해도 다 맛있게 잘 먹겠지. 아,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 고달프다! 하하! 결국은 그중에서 우리가 함께 즐겼던 추억이 있는 방법이라면 단연코 크림소스를 넣어 끓인 프랑스식 홍합요리다. 


이 홍합전용냄비가 탐이 나서 검색해봤는데 엄청 비싸더라는!


작년에 신혼여행 가서 노르망디 지방을 다니면서 매일 먹었던 그 홍합요리! 너무 맛있어서 국물까지 다 마셔버린 그거, Moules Marinières à la Crème! 집에 오면 꼭 다시 해 먹자고 했던 그 요리를 하자고 했다. 홍합은 애피타이저에 해당되니 본식은 무엇을 할까 하다가,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하면 어울리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홍합은 내가, 스파게티는 남편이 요리하기로 했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자 일단 홍합을 냉장고에서 꺼내와 씻었다. 열어보니 약간 입을 벌리고 있는 거 같아서 놀랐는데, 물을 끼얹어주니 다시 꽉 다물어줘서 다행이었다. 홍합은 굳이 해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맹물에 잘못 담가놓으면 잘못하면 오히려 익사를 할 수 있다. 농도를 맞춰 소금물을 만들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구입 후 바로 냉장고에 넣고, 조리하기 직전에 손질을 하는 것이 쉽다.


홍합의 겉면에는 이물질이 상당히 많이 묻어있는데, 솔 같은 것으로 벅벅 문질러서 최대한 깨끗하게 씻어준다. 악착같이 붙어있는 것 같지만 문지르면 대부분 떨어져 나간다. 수염도 제거해주는데, 잡아당겨서 나오지 않는다면 무리해서 잡아 뜯지 말고 가위로 잘라주면 된다. 깨졌거나 입을 완전히 벌린 홍합은 골라서 버린다. 


물에 소금을 한 줌 타서 손질한 홍합을 담가 두고, 위는 행주로 덮어서 어둡게 해 준다. 대략 20분 정도 이렇게 두고 나서 솥에 넣기 전에 마지막 헹굼을 하면 된다. (귀찮으면 이 과정을 건너뛰고 그냥 잘 씻어서 체에 밭쳐놔도 된다) 그리고서 그동안 다른 재료를 준비한다. 먼저 부케 가르니(bouquet garni)를 준비한다. 한 줌의 파슬리에 월계수 잎, 그리고 타임을 하나로 묶어주면 된다. 


프랑스 요리에는 샬롯(shallot)이 흔히 사용되는데, 아주 작은 양파 비슷한 재료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흔히 구하기 어렵고, 일반 가정에 평소에 쟁여두는 재료도 아니므로 양파를 대신 사용해도 된다. 추가로 리크(leek)의 흰 부분도 함께 사용해도 좋다. 샬롯이나 양파를 곱게 다져주고, 마늘도 한 두쪽 곱게 다져서 준비해둔다. 


또한 별도로, 파슬리에서 잎 부분만 한 줌 정도 모아서 큼직하게 다져준다. 마늘이나 양파처럼 곱게 다질 필요는 없고, 마지막에 향을 곁들이기 위해서 장식처럼 들어갈 것이므로 성큼성큼 다져 주면 된다.



이제 큼직한 팬을 준비한다. 솥도 좋고, 큼직한 웍도 괜찮으나 뚜껑이 있어야 한다. 홍합이 익으면서 입을 벌리면 자리 차지를 많이 하기 때문에, 홍합 양의 두배가 들어갈만한 팬을 선택해야 한다. 팬을 중불에 올리고 버터를 한 큰 술 큼지막하게 넣어서 녹여준다. 센 불로 하면 쉽게 타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동안 홍합을 재빨리 찬물로 헹궈서 체로 받쳐 물기를 빼둔다.


버터가 녹으면 부케 가르니와 마늘, 양파를 넣어서 저으면서 익혀준다. 약간 투명한 빛이 돌면서 부드러워지면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이제 불을 센 불로 올리고, 화이트 와인을 끼얹은 후 홍합을 넣고 재빨리 뚜껑을 덮는다. 다 익는 데까지 대략 3~4분 정도면 되는데, 중간에 서너 번 뚜껑 열지 말고 팬을 통째로 흔들어서 섞어준다.


뚜껑을 열어 홍합이 입을 다 벌렸는지 확인한 후, 덜 열린 것이 있으면 1분 정도 시간을 추가한다. 다 익었다 싶으면 부케 가르니를 꺼낸다. 그리고 준비된 생크림과 다져둔 파슬리를 넣고 한번 휘저어준 후 불을 끈다.

 


완성되면 즉시 서빙한다. 홍합 전용 냄비라든지 멋진 냄비에 했다면 그대로 식탁에 올려도 되고, 우리처럼 그냥 큰 프라이팬에 했다면, 큰 서빙 접시에 담아서 식탁에 낸다. 우리는 별도로 버터를 한 큰 술 녹여서 마늘과 파슬리 어우러지게 만든 소스를 준비했지만, 막상 홍합 국물이 너무 맛이 있어서 소스에는 손이 가지도 않았다.



앞에 개인 접시를 놓고, 각자 자기 앞에서 까먹은 후, 껍질만 따로 모았다. 국물은 홍합 껍데기를 이용해서 떠서 먹기도 하고, 숟가락으로 푹푹 건져서 먹었다. 이 크림 국물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우리 세 식구는 완전히 음미하면서, 그리고 신음하면서 정신없이 먹었다.

 


원래 4~6인분의 애피타이저인데, 배 채울 만큼 셋이서 나눠먹었으니 저녁을 안 먹어도 되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맛있는 다음 코스가 기다리고 있으니 건너뛸 수는 없었다. 샐러드는 간단 버전으로 상추와 토마토, 래디쉬, 오이 등등을 넣고, 남편이 만든 앤초비 소스를 섞어줬다. 그리고 위에는 파르마지아노 치즈를 갈아서 뿌려줬다.



파스타는 내가 바쁜 사이에 전적으로 남편이 했기 때문에 소스 만드는 과정샷은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그저 크림소스 파스타라는 것밖에... 소스를 팬에 따끈하게 준비해서 만들고, 스파게티를 따로 삶아서 다시 볶아준다. 


마지막으로 위에 파슬리와 치즈 간 것을 얹어서 마무리!


결국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파스타가 너무 맛있게 되어서 우리 가족은 또다시 음미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딱 취향에 맞는 알덴테의 스파게티면에 부드러운 크림소스는 정말 일품이었다.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글루텐프리 스파게티였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았고 질감이 딱 좋았다. 역시 남편의 파스타는 일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번에 딸이 만들었던 마카롱 남은 것으로 식사를 마무리하였다. 끝에 남은 못난이들이었지만, 맛은 전혀 손색이 없었고, 오히려 냉장고에서 며칠 성숙되어서 더 부드럽고 맛있었다.


계핏가루를 넣는 바람에 많이 주저앉아서 속상해했는데, 처음보다 계피향이 깊게 나면서, 속이 촉촉하며 부드러운 마무리였다.


우리네 삶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참 많다. 우리 집에선 음식도 그중 하나이다.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서, 그 재료의 맛을 최대로 살리는 것은 요리하는 기쁨도 배가 시킨다. 전망 좋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좋은 서비스를 받으며 먹어도 좋겠지만, 집에서 이렇게 먹는 것도 우리가 부릴 수 있는 최대의 사치 중 하나인 듯싶다. 


이 모든 것이, 역시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덕분이라는 데에서 또다시 감사한다.





크림소스 홍합요리 (Moules Marinières à la Crème)

4~6인분


재료:

홍합 1.75kg (4lb)

마늘 2쪽, 곱게 다진다.

샬롯 2개 (또는 양파 반쪽), 잘게 다진다.

버터 1큰술

타임, 파슬리, 월계수 잎을 묶어서 만든 부케 가르니

화이트 와인 100ml

생크림 120 ml

파슬리 잎, 뜯어서 한 줌 정도, 적당히 다져준다.

바게트 빵 (곁들이기를 원하면 옵션으로 준비)


만들기:

1. 홍합은 껍질을 문질러 깨끗하게 씻는다. 입을 벌리고 죽어있는 것은 먹지 않는다. 

    입을 벌렸어도 물이나 소금물에 담그면 다시 입을 다물어야 살아 있는 것이다.

    수염은 가위로 깨끗하게 잘라내고, 겉면의 지저분한 것들은 물로 다시 헹궈준다.


2. 홍합이 넉넉히 들어가고 남을만한 팬을 중불로 올리고 버터를 녹인다. 

    홍합이 익으면 부피가 거의 두배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팬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3. 다진 마늘과 샬롯(양파)을 넣고, 부케 가르니도 함께 넣어서 마늘과 양파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혀준다.


4. 불을 센 불로 올리고, 와인을 끼얹은 후 홍합을 넣고 뚜껑을 덮는다. 

    3~4분 정도, 홍합이 입을 벌릴 때까지만 익혀준다. 중간에 몇 번 뚜껑 열지 말고 팬을 흔들어서 준다.


5. 뚜껑 열어 홍합이 입을 다 벌렸는지 확인한 후, 부케 가르니를 꺼내고

    생크림과 다진 파슬리를 넣어 휘저은 후 불을 끈다. 완성.


6. 따끈할 때 따뜻한 바게트와 함께 서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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