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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Nov 23. 2020

노 밀가루 만두 만들기

딸아이와 남편이 동시에 별식을 즐길 수 있도록!

지난달, 딸이 오게 되어서 한국 마트 장보기를 할 때, 잊지 않고 집어 들은 것은 만두피였다. 딸의 애정 아이템 만두... 아이는 어릴 때부터 만두를 좋아했다. 사람의 기억 속에 크게 자리 잡는 것이 아마도 음식일 것이다. 음식의 맛, 냄새, 그리고 그것에 얽힌 수많은 추억들이 다 하나가 되어서, 하나의 음식을 떠올리면 그와 연관된 모든 일들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두드리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만두는 내게도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집에서 만두를 빚는 날이면 우리 삼남매는 신이 났고, 엄마는 자식들을 먹이기 위해서 혼자서 모든 준비를 다 하셨다. 그러면 우리는 옆에 앉아서 만두를 빚으며 들떴고, 어머니는 소를 준비하고, 만두피를 반죽하여 밀대로 밀고 틀로 찍어내셨다.


만두가 어느 정도 빚어지면, 물을 팔팔 끓여서 만두를 풍덩 던져 넣었고, 그렇게 해서 금세 만둣국이 완성되었다. 만두피는 야들야들 감칠맛이 났으면, 별것 들어가지 않은 만두 국물은 왜 또 그렇게 맛있던지... 그저 초간장 하나만 놓아도 훌륭한 식사가 되었다. 





이 글을 적으면서 옛 사진들을 찾아볼까 생각하며 일기장을 뒤져보니, 11년 전 우리 집에 한 달간 머물렀던 영국 아가씨 Sophie와 함께 만두를 빚은 기록이 나왔다. 돌이켜보면 상냥하고 마음 반듯한 그 아가씨의 당시 나이가 지금 우리 딸 나이랑 비슷하구나! 다 큰 어른처럼 혼자서 씩씩하게 한국에 와서, 알지도 못하는 우리 집에 머물면서 나를 이모라 부르며 살갑게 지냈던 기억이 참 따뜻하다. 



소희(Sophie)가 하숙생은 아니었지만, 집에 있는 날은 숟가락 하나 더 얹어서 밥을 같이 먹곤 하였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반찬이 좀 더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느 날, "우리, 만두 해 먹을까?" 했더니 딸내미와 소희가 둘 다 환호성을 지르면 신나 했다. 내가 김치를 다지는 동안 딸아이는 가서 장을 봐왔고, 소희는 고기에 다른 재료를 넣어서 치댔다. 나는 두유 만들고 남은 찌꺼기와 아침에 짜고 남은 당근 사과주스 당시에 사용하던 휴롬에 남은 야채까지 쓸어 넣어서 만두 속을 만들었다. 피는 간단히 구입해서 사용했는데, 둘이 얼마나 신이 나서 만두를 빚던지, 아주 사랑스러웠다. 초상권을 위해서 사진은 살짝 편집했지만, 저 손만 봐도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주 큼직큼직 빚어서 후딱 쪄서 줬더니, 둘 다 엄지를 척 올리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라며 행복하게 먹었다.




내가 어머니의 그 물에 빠진 야들야들한 만두를 좋아했듯, 딸아이도 그 만두를 좋아했다. 미국으로 공부하러 갔다가 방학에 다니러 오면 만두는 딸아이의 먹고 싶은 리스트 맨 꼭대기에 있었다. 특히나 외할머니의 만두가 먹고 싶다 하면, 우리 어머니는 한 걸음에 달려오셨다. 


예전처럼 만두피까지 따로 반죽하지는 않았지만, 삼대가 모여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두를 빚으면 정말 즐거웠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옛날이야기를 펼쳐주시곤 했는데, 어렸을 때 해방되던 당시의 이야기, 육이오 피난의 이야기, 학교 다니신 이야기 등등을 해주시면, 아이는 역사책에서나 만날 것 같은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며 얼마나 좋아하였는지 모른다. 나중에는 막 녹음까지 하기도 했다!



이렇게 빚고 나면, 맹물에 파만 넣고 끓여서는 가운데에 듬뿍 떠놓고 앞접시에 한두 개씩 덜어서 반을 가르고 간장을 뿌려 먹었다. 별거 없는 국물이지만, 이미 만두가 풍미롭기 때문에, 후춧가루 뿌린 초간장만 곁들여도 그저 입으로 꿀떡꿀떡 넘어갔다. 



그러면 평소에 먹던 식사량을 훌쩍 넘겨서 한없이 먹게 된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어서 평소에는 할 엄두를 잘 못 내곤 하지만, 막상 할 때면 한꺼번에 넉넉히 해서 여러 번 먹을 수 있게 준비하게 된다. 


만두는 각 가정마다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고, 만두피의 두께도 다르고, 빚는 모양도 다르고, 조리하는 방법도 다르고, 심지어 냉동 보관하는 법도 다 다르다. 우리 집은 익히지 않고 냉동한다.



쟁반에 나란히 담아서 얼린 후, 한 번에 먹을 만큼씩 모아 담아서 보관한다. 그러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나씩 꺼내서 먹을 수 있으니 좋다.




남편과 얽힌 추억이라면, 이 남자와 처음 사귀던 시절 내가 그의 집을 얼마간 방문했었는데, 그가 맛있는 서양식 음식들을 많이 해줬다. 그래서 나도 뭔가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만두를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밀가루를 먹지 못한다. 그냥 취향이 그런 게 아니고, 실리악이라고 하는 글루텐 알레르기이다. 그래서 우리가 보통 먹는 만두는 불가능했다. 나름 고민을 하다가 3가지 방법을 시도했었다. 


우선, 글루텐프리 밀가루 대용 가루를 가지고 반죽을 해보려 했는데, 그때만 해도 내가 글루텐프리 가루류에 대한 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완전히 실패했다. 무엇에도 쓸 수 없는 반죽 덩어리가 나왔고, 끈기는 하나도 없이 부서졌다. 


그러다가 월남쌈 피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그것을 한 봉지 내 앞에 턱 꺼내 주었다. 예전에 사다 놓았는데 사실 어떻게 쓰는 줄 몰라서 한 번도 안 써봤다고 했는데, 그걸로 만두를 빚었다. 뜨거운 물에 적셔서 만두를 빚으니 참 수월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서로 상당히 낯을 가릴 때에서 과정 샷 같은 것은 한 장도 찍지 못했다. 다만 쑥스러워하는 나를 남편이 찍은 사진이 남아있을 뿐이다.


내 사진 옆쪽으로 월남쌈 만두가 보인다. 그리고 오른쪽은 굴림만두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니 쌀피를 먹는 양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닐까 싶어 져서 다시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굴림만두였다. 반죽에는 실패한 가루였지만, 이렇게 동그랗게 만두 속을 빚어서 굴렸더니 그럴듯하게 만들어졌다. 처음에 굴려보니, 만두소의 수분이 금방 가루를 빨아먹어서 너무 티가 안 나길래, 한 번씩 더 굴려주고 쪘더니 그럴듯한 모양이 나왔다. 


남편은 3층짜리 대나무 찜기를 가지고 있었고, 나는 거기에 유산지를 깔고 만두를 쪘다. 처음 만두를 먹어본 남편은 감탄을 했다. 한국 음식은 손이 엄청 많이 간다고 놀라워했는데, 역시 맛도 풍요롭다며 감탄을 해서, 애써 준비한 나를 행복하게 해 줬다. 한 입 물었는데, 그 안에서 온갖 재료의 향이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라고 표현했고, 하나하나를 정말 즐기며 먹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도, 맛있는 것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 남편은 음식을 그냥 먹는 사람이 아니고 맛 하나하나를 음미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즐겁다. 





딸도 왔겠다, 남편도 만두 좋아하겠다, 만두를 안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딸이 좋아하는 일반 만두를 할 것인가, 남편을 위한 글루텐 프리 만두를 할 것인가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두 가지를 다 만들면 내겠다는 결론이 빠르게 나왔다.


예전에 글루텐프리 가루로 실패했던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쌀피가 아닌 만두 모양의 만두를 해주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포기가 안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가루에 대한 느낌을 좀 아니까 제대로 가루를 선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만두피 재도전을 하였다. 사실, 내 마음에 맞는 재료들을 섞어서 밀가루 대용품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니까 그리 해도 못할 것을 없다 싶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권하려면, 그리고 나중에도 보다 쉽게 만들려면, 시판 가루를 사용하여보고 싶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글루텐 프리 밀가루 대용 가루는 정말 종류가 많다. 수많은 회사 제품이 있고, 심지어 같은 회사에서도 여러 가지 종류를 팔기 때문에 잘 골라서 사야 한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Bob's Red Mill 이외에 더 좋은 품질의 가루를 파는 회사들도 많지만, 사실 미국이라면 모를까, 캐나다는 쇼핑 천국이 아니며, 한국 또한 그렇게 다양한 글루텐 프리 가루를 선택할 형편은 못 된다. 그래서 나는 주로 구하기 쉬운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한다.


오른쪽 상품 추천

같은 회사 제품이지만, 왼쪽은 내가 처음에 만두 만들려고 사용했다가 실패한 가루이고, 오른쪽은 내가 최근 애용하는 가루이다. 하나는 다용도 베이킹 가루, 또 하나는 1:1 베이킹 가루... 제목만 보면 그게 그거인 거처럼 보인다. 그게 내 첫 번째 실패 원인이었으리라.  왼쪽의 가루 All-Purpose Baking Flour는 콩류 베이스의 가루이며, 오른쪽 1 to 1 Baking Flour는 쌀류 베이스 가루이다. 나는 콩보다는 쌀에 기우는 취향이지만, 왼쪽에는 잔탄검이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처음에 그것을 골랐었다. 하지만, 잔탄검이라는 재료를 내가 선호하지 않아도, 반죽 등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하는 재료이며, 그것은 정말 마법처럼 작용한다. 


밀가루가 아닌 경우에는 늘어날 수 있게 지탱해주는 힘이 없기 때문에 뭔가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내가 즐겨 사용하는 타피오카 가루가 애용되는 것이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찹쌀가루도 흔히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것들에 의존을 하여도 잔탄검의 유무는 결과물을 상당히 갈라놓는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타협점이다. 다만, 잔탄검이 없이도 가능한 베이킹을 할 때에는 그냥 나만의 가루를 만들어서 사용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 만두를 위해서 오른쪽 1 to 1 Baking Flour를 선택했다. 감자전분과 타피오카 전분도 있지만, 찹쌀가루와 현미가루가 들어있기 때문에 반죽은 익반죽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어떨지 모르니 1컵만 하기로 했다. 

물을 팔팔 끓여서 일부를 붓고, 휘휘 저으면서 송편 반죽하듯이 섞었다. 원래 쌀가루 반죽은 어느 순간에 확 질어지니 조심해야 한다. 반죽을 하면서 상태를 보니, 마른 것 같아서 물을 조금 더 넣었다. 추가할 때에는 물은 한 숟가락 정도씩 조심해서 넣는다. 그렇게 해서 찰지게 치대 준다. 


반죽이 다 되거든, 젖은 보자기를 덮어서 잠시 둔다. 여름철 같으면 반죽이 쉴 수 있으니, 보관이 길어질 경우 냉장하는 것이 좋고, 사용 전에 실온에 내려놓으면 된다. 우리는 이렇게 해놓고 바로 만두 속을 준비했다. 만두소는 집집마다 다르고, 사실상 나도 할 때마다 다르다. 그래도 기본 재료라는 것은 있다.


김치만두도 있고, 고기만두도 있지만, 우리 집에는 김치를 약간 넣은 고기만두 스타일이다. 고기는 역시 돼지고기가 제맛이며, 취향에 따라서 소고기를 약간 섞을 수도 있긴 하다. 사실, 기름기가 좀 있는 맛있는 부위를 사용해야 만두를 해 놓아도 맛있다. 하지만 마트에서 파는 이미 갈아서 나오는 고기도 무방하다. 한 번은 어머니가 손녀를 위해서 삼겹살을 사 오셨는데, 그걸로 만드니 진짜 맛있었다. 보통은 목살과 안심을 적당히 섞어서 갈아온다. 정육점을 이용하던 때에는 거기서 칼로 다져줬을 때 고급진 맛이 났다. 번거로워도 집에서 직접 칼로 다진다면 더 맛있을 것이다.


입맛에 따라서, 입에 물었을 때 육즙이 툭 터지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 비법은 사실 기름에 있다. 그래서 만두집에서는 식용유를 제법 많이 넣는다고 한다. 식용유와 참기름이 넉넉히 들어가면 육즙이 살아있는 만두가 된다. 그래서 삼겹살로 만들었을 때 그렇게 맛이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 집처럼 집에 라드 내어놓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좀 넣으면 더욱 좋다. 아니면, 아보카도 오일처럼 건강한 식용유를 첨가할 수 있다. 거기에 얹어서, 감칠맛을 내고 싶다면, 간장 외에도 액젓을 살짝 가미하는 것이 비법이 될 수 있다.


재료를 넣는 데에도 순서가 있다. 고기의 누린내를 잡기 위해서 마늘, 생강, 파, 양파 등을 먼저 다져서 고기와 비벼놓고 다른 재료를 삶고, 썰고,  준비한다. 그리고 또 그 중간에 간장, 참기름, 식용유, 깨, 후추 등을 넉넉히 넣어서 치대어 간이 배도록 두면 더욱 좋다. 


다지는 일의 대부분은 남편이 했다.


그다음에 들어가는 야채류는 물기를 짜야한다. 하지만 완전히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짜는 것은 아니고, 육즙은 남아있어야 한다. 죽기 살기로 짤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물기가 남는다면 질척 질척해지고 쉽게 터진다. 숙주는 삶아서 짠 후 다져야 하고, 두부와 김치도 꼭 짜줘야 한다. 두부는 으깨어서 흩트려주고, 김치는 다져주는데, 다진다고 해서 완전히 형태가 없게 다지는 것이 아니라, 먹으면 적당히 씹히는 맛이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고기도 손으로 다지는 것이 더 맛있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넣지 않았지만, 부추를 넣거나, 배추를 넣거나 하는 경우도 있는데, 배추는 살짝 익혀서 꼭 짜서 넣어주면 달달한 맛이 날 것이다. 또한 당면을 넣는다면, 잡채 할 때보다는 살짝 꼬들하게 삶아서 넣는 것이 좋다. 


건더기가 느껴질만큼 다져주는 것이 포인트


야채와 두부까지 다 넣고 잘 섞어준 후에, 마지막으로 달걀을 깨뜨려 넣어 비벼주면, 만두소 완성이다.


이제 한쪽에서는 만두피를 만들고, 한쪽에서는 만두를 빚으면 된다. (물론, 글루텐프리가 아니라면 시판 만두피를 이용하면 수월하다.) 앞서 준비해 둔 반죽으로 만두피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조금씩 반죽을 떼어내어 하나씩 밀어서 둥근 모양을 만들 수도 있고, 피를 좀 얇게 하고 싶다면, 넙적하게 밀대로 민 후에, 둥근 틀로 찍어내면 일정한 모양의 피가 완성이 된다. 옛날에는 주전자 뚜껑 같은 것을 썼던 기억이 난다. 우리 집에서는 요리에 사용하는 작은 무스 링이 있어서 그걸 사용했더니 사이즈가 딱 좋았다. 


왼쪽: 작게 잘라서 하나씩 밀은 만두피 / 오른쪽: 넙적하게 밀어서 틀로 찍은 만두피


만두 빚기는 원래... 엿장수 마음이지만, 글루텐프리 반죽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밀가루 반죽처럼 신축성 있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밀가루 만두보다 소를 좀 적게 넣어야 한다. 욕심껏 넣었다가는 다 터져서 싸지 못한다. 모양도 둥글게 한번 더 눌러주는 일은 할 수 없다. 그냥 얌전히 평범한 만두 모양으로 접어준다.



나름 조심조심 살살한다고 했는데도, 여기저기 살짝씩 터지기 시작했다. 물에 넣고 끓이기는 완전히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조심해서 찜통에 찌기로 했다. 이미 찌기 전부터, 노 밀가루와 밀가루 만두피는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노 밀가루 만두피도 살살 다룬다면 그리 나쁜 상태는 아니었다.


위쪽은 글루텐 프리 만두, 오른쪽 아래는 일반 만두


결혼 전에 사용했던 남편의 삼단 대나무 찜기를 또 사용할 것이다. 이렇게 수분을 흡수하는 대나무 찜기가 있다면 그대로 찜통에 넣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일반 스텐 찜기에 넣고 찌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뚜껑에 수증기가 고여서 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물에 빠진 만두를 만들어 버릴 수 있다. 그럴 경우, 뚜껑을 보자기로 싸서 찌면 그런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은, 송편을 찌거나 시루떡을 만들 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또한 밑에 끓이는 물을 너무 많이 넣고 팔팔 끓이면 물이 펄떡거려서 만두가 젖을 수 있으니, 딱 필요한 만큼만 넣고, 일단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서 얌전히 끓게 해야 한다.


오른쪽 사진처럼 보자기로 뚜껑을 감싸고 찌는 것이 안전하다.


찜기 아래에는 종이 포일이나 실리콘 받침을 깔고 찌면 들러붙지 않아서 편리하다. 우리는 늘 유산지를 사용했었는데, 최근에 실리콘 받침을 구입했더니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지 않아서 좋았다.


찌고 난 결과는 놀라웠다. 크랙이 여기저기 많이 가 있던 노 밀가루 만두의 크랙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으며, 오히려 슬쩍 붙어버린 듯 야무지게 자리를 잡았다. 통통하게 모양이 살아있어서,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밀가루 피 만두 같은 쪼글쪼글함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모양상으로는 손색이 없어 보였다.



딸은 만둣국을 원한다고 해서, 밀가루로 만든 만두 일부는 국으로 끓여줬다. 사골국 같은 데에 넣어서 끓여먹는 만둣국과 전혀 다른 이 우리 집 만둣국은 아주 맹숭맹숭한 맛이다. 어쩌면 우리 식구만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냥 맹물에 파와 간장만 넣고 팔팔 끓인 후 만두를 던져 넣어서 끓이기 때문에, 만두에서 나온 육수가 이 국의 맛을 좌우해주는 지표가 되는데, 그닥 강한 향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만두를 먹으면서 이 국물을 떠먹으면, 오히려 강하지 않은 그 맛 덕분에, 만두의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뜨거우니 만두는 앞에 따로 담아두고, 하나씩 앞접시에 담아서, 반으로 뚝 끊고, 초간장을 끼얹어서 호호 불면서 먹는다.



딸만 국을 끓여줄 수 없으니, 남편은 따로 조금의 국물을 끓여줬다. 아무래도 글루텐프리 만두피를 첨벙 담그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이미 다 찐 상태였기 때문에, 거기서는 육수가 별로 나올 리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만두 속을 완자처럼 빚어서 파와 함께 끓였다. 하필이면 저 날 파가 거의 똑 떨어져서, 아쉽지만 간신히 흉내만 냈다.


그래서 찐만두와 더불어 이렇게 완자 국물을 서빙했는데, 남편이 즐거워하면서 먹어줘서 다행이었다.



여기서 제일 궁금한 것은... 그 맛이 어땠을까 하는 것일 듯! 사실 나도 몹시 궁금했다. 남편 몫으로 다 준다고 했지만, 나도 한 개 먹어보았다. 오! 이건 약간 아는 맛 같은데! 약간 쫀득한 듯하면서 고소한 맛이, 떡이랑 질감이 비슷했다. 아쉽게도 야들야들한 밀가루 피의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왕만두집의 만두피는 야들야들하지 않았다. 이 만두피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고소한 맛도 났다.


그리고 더 대박은 그다음 날이었다. 남은 찐만두를 프라이팬에 구웠는데, 이것이 정말 맛있었다! 보통 밀가루 피 만두는 끝이 말라서 딱딱해지는데, 이 노 밀가루 만두는 그렇게 되지 않고, 끝쪽도 부드러우면서도, 구워진 부분이 바삭 고소한 맛이 났다. 가래떡을 구우면 바깥면에서 느껴지는 그 맛있는 질감이 그대로 만두에서 느껴지면서, 만두의 풍미를 올려줬다. 



이렇게 글루텐 프리, 노 밀가루 만두피 실험은 나름의 성공으로 끝났다. 반죽을 하면서, "굳이 이런 노력을 해야 해?"라는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결과물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만두피를 한 컵 분량만 한 것이 나름 아쉬웠다. 


물론 대용으로, 굴림만두도 어렵지 않고, 월남쌈 피도 나름의 맛이 있지만, 이런 반죽의 만두도 할만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마 다음번에 만두를 빚을 때에 나는 또 이 반죽을 할 것이다.


글루텐프리 만두피가 모자라서, 남은 만두소는 시판 만두피와 월남쌈 피로해서 다 정리하여 냉동하였고, 며칠 동안 야금야금 다 먹었다. 월남쌈 피는 냉동한 사진도 안 찍어놨고, 그나마 최근에 엉터리로 팬에 구워서 탕수 만두 해 먹으면서 찍어놓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소스 뿌린 거라도 한 장 찍었으면 좀 그럴싸했을 텐데!) 이상으로 실험 완료!




만두 만들기


글루텐 프리 만두피 (18~20개 분량 기준) :

밥스 레드 밀 1:1 글루텐프리 베이킹 가루 1컵

소금 1/4 작은술

끓는 물 1/3컵 + 1~2 큰술 (봐 가며 추가)


1. 볼에 베이킹 가루에 소금을 잘 섞어준다

2. 팔팔 끓는 물을 뿌려서 휘휘 저어준다.

3. 데이지 않게 조심해서 반죽과 물이 섞이게 한 후, 전체가 하나가 되도록 반죽한다.

4. 밀가루가 아니므로 치댄다고 글루텐이 생기진 않는다. 하지만 잘 치대면 매끄러운 반죽이 된다.

5. 가루가 수분을 완전히 흡수하도록 젖은 면포를 덮어 30분 정도 실온에서 숙성시킨다.

   (하루 전 날 미리 반죽을 만들었다면, 지퍼백에 넣어서 냉장하고, 사용 전에 실온에 내려놓는다)

6. 겉에 베이킹 가루를 살짝 뿌려주고 밀대로 얇게 밀어준다. 

    한꺼번에 다 하지 말고, 여러 번에 나눠서 미는 것이 좋다. 

7. 적당한 틀로 찍어내고, 만일 틀이 없다면, 칼로 잘라서 네모 만두를 만들어도 좋을 듯.

8. 밀가루 만두피 같은 끈기가 없으므로, 한 번에 많은 양을 싸려 하지 말고, 부서지지 않게 조심해서 싼다.

9. 이 만두피를 이용한 경우, 끓는 물에 넣지 말고, 찜기에 찌기를 추천한다.

   전부 쪄서 두었다가, 군만두를 해서 먹어도 좋다.


만두 속 (7~8인 분량) :

돼지고기 간 것 (안심 1근, 목살 반 근 정도) - 소고기를 반 근 정도 섞어줘도 좋다.

마늘 1통 : 다져서 고기에 넣는다

생강 엄지손가락 크기 1개 : 다져서 고기에 넣는다

양파 1/2개 : 다져서 고기에 넣는다.

쪽파 6줄 정도 : 다져서 고기에 넣어 섞는다.

간장 2큰술

액젓 1큰술

참기름 3큰술

아보카도 오일 2큰술 

라드 1큰술 (옵션) - 없어도 상관없음

후춧가루 적당히 

깨 2큰술

김치  1/2 ~1 포기 : 다져서 살짝 짜준다.

숙주 1~2 봉 : 삶아서 꼭 짜고 다져놓는다

두부 큰 거 1 모 : 베보자기로 꼭 짜준다.

달걀 3개


1. 고기를 다져주거나 다짐육을 준비한다.

2. 다진 마늘, 생강, 양파, 파를 넣어서 고기와 먼저 버무려준다. 5분 정도 둔다

3. 간장, 액젓, 기름과 후춧가루를 넣고 간이 배도록 다시 버무려준다.

4. 김치는 꼭 짜서 다져서 넣고,

5. 숙주 데쳐서 꼭 짜서 다져서 넣고

6. 두부는 물기 꼭 짜고 으깨서 넣는다.

7. 먼저 잘 섞어준 후, 마지막으로 달걀을 넣고 다시 비벼주면 속 완성


만두 빚기:

1. 일반 시판 만두피인 경우, 실온 또는 냉장 해동하여 싸주고, 테두리에 물을 둘러주면 쉽게 붙일 수 있다.

2. 글루텐프리 베이킹 가루를 이용해서 반죽한 만두피는 신축성이 적으므로 일반 만두보다 소를 적게 넣는다.

   마구 잡아당기지 말고 얌전히 덮어서 눌러준다. 역시 테두리에 물을 둘러주면 잘 붙는다.

3. 만두피를 만들기 번거로우면, 베이킹 가루에 굴려주고 찜기에 쪄주면 굴림 만두가 된다.

    전체적으로 한 번씩 굴려준 후, 다시 한번 가루를 더 입혀주면 제대로 만들 수 있다.

4. 월남쌈용 피를 이용해서 만두를 만들어도 좋다. 미지근한 물에 적셔서 스피링 롤 싸듯이 하면 된다.


만두 찌기 :

1. 찜기 밑에 베 보자기나, 유산지, 실리콘 패드 등을 깔고 얹어준다. 

2. 김 오른 찜통에 얹고, 불을 중불로 줄인다.

3. 끓이는 물을 너무 많이 잡으면, 펄럭거리면서 만두가 젖을 수 있으니 주의하고,

    불도 중불 이하로 줄여서 얌전히 끓도록 조정한다.

4. 위에 뚜껑을 베 보자기로 싸주지 않으면, 뚜껑에 맺힌 물이 떨어져 만두가 질퍽해지니

    뚜껑 달린 대나무 찜기가 아니라면, 반드시 위를 보자기로 싸준다. 

5. 20분 정도 찐다.


만두 삶기/ 심심한 만둣국 (밀가루 만두피):

1. 팔팔 끓는 물에 간장과 파를 넣고 만두를 넣는다.

2. 취향에 따라서 김치찌개나 사골국, 떡국에 넣으면 맛있다.

3. 5~10분 정도면 다 익는다. 둥실 떠 오르면 속이 익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군만두 :

1. 밀가루 피 만두는 그대로 사용하고, 글루텐프리 만두피 만두는 쪄 놓은 것을 사용한다.

2. 팬을 달구고 기름을 두른다. 

3. 만두를 넣고, 한 면이 노릇해지면 뒤집어 주고, 물을 팬에 반국자 정도 둘러준 후 뚜껑을 덮는다.

4. 중불로 익혀주고, 바짝바짝 하는 소리가 사라지고 물이 마른 것 같으면 완성.


만두 보관 :

서로 들러붙지 않게 쟁반에 넓게 펼쳐서 냉동한 후, 한 번에 먹을 양만큼 지퍼백에 모아서 보관한다.

일반 만두피나 월남쌈 피는 날것으로 냉동하고, 글루텐프리 만두피는 쪄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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