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막 쓰지 말고 골라서 사용하자
영어 설명할 때면 늘 강조하는 것이,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서 1:1로 암기하면, 실제로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서 엉뚱한 곳에다가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최근 수업 작문에서 나온 scared와 afraid를 비교해서 적어보겠다.
둘 다 사전에서 찾으면, "무서운" 또는 "두려운" 그런 의미로 나온다. 맞다. 그리고 사실상 두 단어를 교차적으로 사용해도 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대략 아무거나 써도 상대는 대부분 알아들을 것이다. 하지만 두 개는 다른 단어이므로 분명히 뉘앙스적 차이가 있고, 또한 용법도 다르다.
사전적을 자세히 읽어보면 두 단어의 뉘앙스 차이는 다음과 같다.
afraid : 자신이 그것으로 인해서 상처를 입을까 봐 두려운 상태, 보다 깊은 공포
scared : 무슨 일이 발생하여 겁을 먹는 상태, 순간적인 두려움
일단 afraid는 형용사이고 scared는 동사에서 온 과거분사형이 형용사로 쓰이는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afraid는 보다 상태적인 의미가 있다.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걱정하는 상황 같은 곳에서 흔히 쓰인다.
I'm afraid of dogs.
나는 개가 무서워.
I'm afraid of the darkness.
나는 어두운 게 무서워.
하지만 이 경우에도 scared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써도 다 알아듣고 문제가 없다. afraid가 좀 더 딱딱하고 문어체적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scared는 동사이기 때문에 겁을 먹은 순간의 느낌을 더 설명해주는 느낌이 든다.
방금 개가 골목에서 불쑥 튀어나왔다면, Oh, I was so scared!이지, afraid는 아니다.
이 문장은 일상회화에서 정말 많이 쓰인다. 보다 생생한 두려움의 순간을 묘사해준다.
하지만 생동감이 떨어져도 scared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문장도 있다.
I'm so scared that my daughter won't be able to make it through the border.
나는 우리 딸이 국경심사대를 무사히 통과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
위 문장에서는 의미상으로 afraid를 써야 하지만 afraid의 다른 의미 때문에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I'm afraid that 보다는 scared를 쓰게 되는 편이다. 더구나 과거가 되면 어떤 사건에 대해서 묘사하는 거여서 더욱 scared가 자연스럽다.
그러면 위에서 언급한 afraid의 다른 의미는 무엇일까? 이 단어는 미래적인 의미가 있어서 다음과 같은 구문에 많이 쓰인다.
I'm afraid that I can't come to your party.
미안하지만 네 파티에 가지 못하겠어.
즉, 여기서는 무서운 게 아니고, "~해서 미안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scared를 대신 사용할 수 없다. 즉, 실제적으로 두렵거나 겁먹은 것이 아니기때문이다.
A: Do you have any beer left? 맥주 남은 거 있어?
B: No, I'm afraid not. 안타깝지만 없어.
이렇게 아쉬움을 남기는 답변에 사용한다. 이런 문장의 경우, 특별히 분석하여 고민하기 보다는 그대로 암기하여 사용하면 유용하다.
내가 수업 중에 남긴 작문 문제는 이것이다.
그리고 답 예시를 이렇게 만들었다.
I was too scared to tell her the truth.
위 작문에서는, ~하기에 너무나 두려워서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어서 afraid 보다는 scared가 더 잘 어울린다. 굳이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는 문장을 덧붙이지 않아도, too가 들어가고 scared를 씀으로써 말을 못 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만일 그냥 너무나 두렵기만 했고, 진실을 말 했는지, 안 했는지의 뉘앙스를 주지 않고자 한다면,
I was so scared(afraid) to tell her the truth.
이렇게 두 가지 모두 사용 가능하긴 하다. too 대신 so를 사용하여야 하고, 두 가지를 취향에 따라서 사용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afraid를 쓰면 그녀가 나를 해코지할지도 모르는 극심한 공포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설명이 너무 장황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긴 하다. 설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는데, 막상 내가 또 말로 하려면 뭘 써야 할지 잘 모르겠는 것이 정상이다. 사실상 우리가 한글을 통해서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이렇게 장황한 설명이 필요한 것인데, 많은 문장을 접하여 자연스럽게 배어든다면, 설명 없이도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냥 거기에는 그게 잘 어울리는 느낌으로...
그러려면, 늘 강조하지만, 문장을 많이 접해야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 단어가 툭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보통 독서를 권한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문장을 만나게 되므로 상황에 맞는 뉘앙스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