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상관없을 줄 알았다

홈스쿨링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by 라슈에뜨 La Chouette

나는 원래 홈스쿨링 같은 것은 전혀 계획에 없던 사람이었다. 내가 홈스쿨링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아이가 3살 때였다. 당시에 아이 아빠가 미국에서 주재원을 하게 되어서 잠시 미국에서 살았었는데, 거기서 친하게 지낸 미국인 친구 조안이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말했던 순간이었다.


도대체 그게 뭐지? 우리나라 같은 입시지옥이 아니라, 미국처럼 아이들의 천국인 곳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교육시켜 보겠다고 다들 난리인데, 정작 미국에 있는 이 사람은 왜 학교 교육을 거부하고,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려고 할까?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서 친구들도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데, 엄마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다고 학교를 거부하고 왜 아이에게 매달려서 일생을 보내려 할까? 나는 뭔지 알지도 못하는 홈스쿨링에 대해서 처음부터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부터 하였던 것 같다.



조안을 알게 된 것은 아이가 잠시 다녔던 어린이집 덕분이었다. 미국에서 살았어도 아이가 집에만 있어서 바깥 생활을 접할 기회가 없던 차에, 어느 교회에서 하는 어린이 집에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다니게 된 것이 아이의 첫 사회생활이었다.


당시에 그곳이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그 동네는 인도가 없이 찻길만 있었고, 우리 집은 차가 한대뿐이어서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이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교회 측에서 수소문을 해주었고, 조안이 카풀을 해주겠다고 나서는 덕분에 우리 아이는 어린이 집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딸아이는 어려서 상당히 분리불안 증세를 보여서, 한시도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말도 안 통하는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으니 그것이 얼마나 청천벽력 같았을까.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지면서 그곳에서 지내는 두 시간 내내 울었다. 선생님들도 걱정을 했고, 아이가 언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니,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교회 로비에 머물러주기를 부탁했었다. 조안도 특별한 다른 일이 없으면 나와 함께 있어주었고, 그러면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한 이후에 그녀는 우리 집에 와서 함께 바느질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하였다. 나보다 연배가 있기도 했지만, 조안은 상당히 성숙하고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언제나 기다림이 있었고, 성급하지 않았다. 아이가 잘못을 하면 지적을 하지만, 곧장 야단을 치기보다는 스스로 깨닫게 하는 시간을 주는 성격이었다.


딸이 둘이었는데, 작은 아이가 우리 딸과 동갑이었고, 큰 아이는 딱 그때가 학교에 가야 할 시점이었다. 조안은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말을 했다. 나는 그때 그 단어를 처음 들었다.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였는데, 무슨 장점이 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 놓고 나의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을 포기할 생각도 없었지만, 그보다도, 그것으로 아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도 알지 못했다.


그때 막 그 지역으로 이사를 온 조안네 식구들은 호텔에서 계속 거주하다가 드디어 집을 사서 이사를 하였다. 집은 숲 속에 있는 것처럼 프라이버시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곳이었고, 건물은 크지 않았지만 넓은 마당에 수영장도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곳이었다.


그 집에 놀러 가면, 집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놀다가 들어와서, 커다란 도화지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공부는 언제 할지 모르는 듯 한 분위기였다. 틀에 박힌 교육을 받은 내 입장에서는 그 자유로움이 좋아 보이면서도 뭔가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어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필요한 순간에 자유롭게 공부하고, 모르는 것은 들고 와서 엄마에게 물어봤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앞으로 점점 더 많은 것들을 가르쳐야 할 텐데 엄마가 그런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조안은 커뮤니티 같은 것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홈스쿨링을 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하면서, 공동육아를 하는 시스템이었고, 재능기부로 이어지는 관계였다. 나는 그 역시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어차피 그러면 학교에 가는 것과는 뭐가 다를까 하는 것이 나의 의문이었다.


미국은 당시에 홈스쿨링이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역별로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공동체 생활을 배울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국가에서도 지원되는 것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도 학교가 가진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한국이 아닌 미국 학교는 그저 천국이라 상상하였으니 내 무지가 얼마나 심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답답하다. 내가 지금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면 당시에 조안의 교육법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때는 그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딴 세상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의 이러했던 반응은, 내가 나중에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내 주변에서 만난 반응과 같은 것이었다. 또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도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이 된다. 그럼 나는 어쩌다가 홈스쿨링을 하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