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시작되고

남의 이야기였던 홈스쿨링을 고민하다...

by 라슈에뜨 La Chouette

정말 이제 내 차례가 온 것일까? 사실 이 모든 일은 초등학교 3학년 1학기의 첫 한 달을 넘기기 전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뒤를 돌아다보았다. 학교에 왜 가야 하지? 왜 다니지?


곰곰히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애들이 왜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당시에 토요휴업일이 처음 생기던 시절이어서, 수업시간수를 채우기 위해, 아이들은 하루의 반나절을 학교에서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나머지 반나절은 학교 숙제와 학원으로 또 보내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학교를 위해 할애를 하는데, 과연 그 시간 대비 효율이 있는 교육을 받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예전에 유치원 다닐 때에는 내가 아무것도 안 가르쳐도, 유치원에서 한글도 배우고, 숫자도 배우고, 그림도 배우고, 음악도 배우고, 많은 것들을 했었는데, 더 많이 배우게 되리라 생각했던 학교에서는 정작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엄마들의 극성스러운 선행학습이 문제라고들 하지만, 왜 그렇게 선행학습을 시킬 수밖에 없는지... 학교에서는 오히려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을 기준으로 전 과목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가? 애들이 다 알고 있으리라는 가정하게 간단히 설명하거나 알아서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고 채점하는 시험을 위한 학교생활인 현실. 아이들의 선행학습은 이제는 국영수에서 모자라 리코더와 후프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이 문제는 새삼스러운 문제는 아니었다. 멀리 과거로 돌아가서, 내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그랬다. 과외수업을 받거나 학원 다니는 아이들을 기준으로 수업이 이루어졌고, 순전히 학교만 다니던 나는 그때 영포자가 되었다. 영어 시간에 선생님은 "수동태 너네 다 알지?" 하며 속사포로 간략하게 지나가버렸고, 나는 수동태의 개념이 무엇인지조차 익히지 못했다. 그리고 영어는 싫은 과목이 되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 영어를 다시 공부하기까지 30년이 걸렸으니 참 먼 길을 돌아온 셈이다. 그리고 세월이 그렇게 흘렀어도, 한 반의 아이들 인원수가 반으로 줄었어도 학교 교육은 그다지 변한 것 같지 않았다.


학교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는 숙제와 시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그래도 내 아이는 그럭저럭 학교생활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만큼은 신경을 써주고 있고, 스스로도 야무지고 성실하게 따라가는 편이니까... 하지만 엄마들이 신경 많이 써줄 수 없는 집 아이들은 어쩌면 정말 학교 가서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야단만 많이 맞고 집에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 아이들은 삐뚤어질 것을 보장받는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모든 선생님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매번 학년 초마다 어떤 선생님을 만날지 조마조마하고, 그다음에는 선생님 분위기 살피고 눈치 봐서 그 선생님 취향에 맞추느라 애써야 하는 현실에서 과연 애들은 무엇을 배울까?


내가 만사를 제쳐두고 집에 들어앉아서, 학교처럼 시간표를 정하고 그것에 맞춰서 교과서 끼고 수업을 한다면, 차라리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짧은 시간에 능률도 오르고, 남은 시간에, 자기 좋아하는 책도 실컷 읽고, 나가서 박물관 미술관도 다니고...


많은 엄마들이 방학이 싫다 하지만, 나는 생각해보니 방학이 훨씬 좋았다. 아이와 여러 가지를 해 볼 수 있고, 계획을 짜서 뭐라도 뜻있는 일을 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얻는 것은 그러면 사회생활? 물론 좋은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유 없는 싸움과 폭력, 왕따, 욕이 반이 말투.... 이런 것들도 역시 아이들과의 사회생활에서 생기는 부작용인데,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비율을 본다면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이 될까?


우리 아이는 게다가 몸이 약한 아이였다. 감기를 끼고 살았는데, 훌라후프 때문에 운동장을 돈 그날도, 아픈 와중에 억지로 학교 간 것이었고, 그날 무리한 것 때문에 자면서 밤새 끙끙 앓았다.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계속 학교를 보내며 아침마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해라" 하고는, 제발 별일 없는 하루를 보내길 소심하게 빌고 있었다니!


당시에 반 급훈이 '정신 차리고!'이었는데, 어느 순간 오히려 내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홈스쿨링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아볼 것은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홈스쿨링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자퇴 개념도 없었다. 그냥 출석 미달로 퇴학을 당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홈스쿨링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대안학교들에 대해서도 좀 알아보았지만, 당시만 해도 대안학교도 그리 많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자연인을 추구하는 시골의 대안학교로 갈 생각 있는 것은 아니었고, 집에서 먼 대안학교를 데리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그리고 대안학교 역시 정식 인가를 받은 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어차피 검정고시는 봐야 하는 것이고, 학교의 콘셉트가 우리와 맞지 않으면 역시 그에 대한 스트레스도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과 고통스러운 날들이 흘렀다. 정말 그 기간동안 발 뻗고 잔 날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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