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던 기간에 썼던 일기

아이는 산만해져 가고, 나는 어디로이끌어야 할지알 수 없었다

by 라슈에뜨 La Chouette

홈스쿨링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3학년 올라가서 한 달도 채 안된 3월 20일경이었는데, 그러고 나서 몇 달을 정말 끙끙 앓았다. 머리가 당장이라도 깨질 것만 같았다. 요즘 이 글들을 쓰느라고 머리를 쥐어짜다가 문득 생각나서 당시의 일기장을 뒤졌다.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고 한 줄의 일기를 쓴 날도 있었다. 그냥 펑펑 울고 싶다고. 아마 엄마로서의 삶의 무게였으리라.


그리고 또 이런 장문의 일기도 있었다. 6월 1일이었다




요새 아이가 좀 삐딱하다.

언제나 모범생이던 아이가, 책을 안 가져가 벌을 서기도 하고,

그런 사실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엄마를 더욱 황당하게 한다.


발표하기로 한 날도 깜빡 잊어버려서 준비 못해가고,

알림장 놓고 가거나, 학교에 두고 오는 날이 허다하고...


그 덕에 나는 잔소리가 부쩍 늘었는데,

아이는 잘하겠다는 말은 하면서도 나아지지 않는다.


나사 풀린 아이처럼 맨날 뭐든지 잊어버리는 거...

이것이 스트레스 때문인가 보다 생각하고, 하던 과외활동도 거의 끊고

그냥 아이를 좀 편하게 놀게 해 보자.. 했었는데

그것도 아닌 듯..

아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내 잔소리는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고

언성 높여 엄하게 야단치는 일이 많아지고,

눈물 뚝뚝 흘리며 잘하겠다 하지만, 협박이 별로 먹히지 않는지

그다음 날이면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벌써 사춘기의 시작일까?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다그쳐 물으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어제도 그랬는데, 오늘 또 부딪혔다.

아이를 야단치고는

오늘 일에 대해서 일기를 써보라고 다그쳐서 방에 들여보냈다.


넋을 놓고 부엌에 앉아있는데, 나 스스로가 어찌나 한심한지...

어디로 가야 할지 참 난감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잃은 듯싶었다.

요새 내가 너무 바빠서 소홀한 탓일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책망도 들고...

어떤 식으로 아이에게 접근을 할까를 골똘히 고민했다.


그리고 뭔가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다시 열었다.


아직 어린 아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긴 하지만, 잘하겠다는 의지는 없는 실수 투성이 아이.

아이들은 누구에게나 그런 면이 있다.


내가 계속 다그쳐도 나아지지 않는 것이

내가 덜 무섭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나는 점점 더 무섭게 야단을 쳤는데,

그것은 방법이 아니었던 듯싶었다.

아이는 본질적으로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를 들고 나온 아이를 앉혀놓고 차근히 이야기를 했다.

알아듣기 쉽게 비교를 해가면서 설명을 했다.


책을 안 가져가서 벌을 받는 아이들은 평소에 어떤 아이들인지,

네가 보기엔 그 아이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네가 선생님이라면 너를 어떻게 생각을 할는지...

한 걸음 떨어져서 자신을 볼 수 있게끔 설명을 했다.


아이는 적잖이 충격을 받는 것 같았다.

자기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에 대해서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게 어떻게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차근히 설명해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는 그저 깜빡 잊었을 뿐이었고,

왜 그렇게 깜빡 잊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그리고 깜빡 잊는 게 뭐 그리 나쁜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그야말로 무책임한 길로 계속 걸어가고 있었던 것.


설명을 끝낸 나는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너는 자랑스러운 딸이야. 엄만 네가 잘할 수 있으리라 믿어.

그러니까 그런 모습 보여줄 수 있지?"


아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가슴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엄마를 가슴 아프게 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지금 익숙해져 버린 이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겠지.

하지만 나는 아이를 믿고, 많이 사랑해주며 기다려주는 방법을 다시 택했다.

그 길이 역시 최선이라고 믿기 때문에...




다시 읽어보니, 나도 참 열심히 아이를 다그쳤구나 싶다. 바르게 가라고 도와준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참 부담을 줬던 것 같다. 자랑스러운 딸이니 그 몫을 하라고 협박을 한 셈이었으니 다시 읽으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나 역시 초보 엄마였으니까. 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이 배웠는데, 아이가 스승이라는 말은 정말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아이도 함께 부대끼면서, 이 학교 생활에 어떻게든 적응해보려고 애쓴 흔적이 일기에서 보인다. 아이가 산만해지는 이유를 잘 알지 못했고, 나는 그냥 계속 가르쳐서 이끌고, 야단쳐서 이끌려고만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마음 안쪽에서는, 아이가 방향을 잃은 채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단지 엄마를 가슴 아프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그리고 뭘 하고 싶은지를 알고 그쪽으로 가야 하는데, 잘못된 훈육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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