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a question."이라고?
영어 매거진을 하나 만들어야지 하고 마음에 담고 있었는데, 일단 여행기 먼저 써야겠다 생각하고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뭐든 생각이 있을 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흔한 영어의 오류들이나 재미난 표현들을 그때그때 기록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첫 번째 이야기는 아주 쉬운 걸로!
오늘은 베니스 여행 중이었는데, 사실상 너무 피곤해서 관광을 포기하고 대략 거닐고, 식사하고 쉬운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먹을 뭔가를 사기 위해 이탈리아 슈퍼마켓 중 하나인 Despar에 갔다. 필요한 것들을 이것저것 고르고 있는데 어떤 젊은이가 남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
I have a question.
남편이 놀라서 쳐다보니, 손에 들고 있는 토마토소스 병을 보여주면서, "I want to make spaghetti, can I use this?"라고 물어봤다.
그러나 그것은 스파게티 소스가 아니고 토마토를 가지고 만든 보다 묽은 진액 같은 것이었다. 남편이 뭔가 설명을 하려는데 아무래도 그 친구가 알아듣지 못하는 거 같고 해서, "한국 분이세요?" 하고 묻고는, 그것이 아니라, 이것들이 파스타 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을 섞어서 소스로 해놓은 것이니 이쪽에서 고르라고 알려주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생각하니 너무 웃긴 거다. 왜 하고많은 사람 중에서 우리 남편에게 물었을까 말이다. 그래서 내가 왜 걔네들이 당신에게 물었을까? 했더니 "내가 ESL 선생처럼 생겼나 보지." 하며 둘이 같이 웃었다. 영어 선생님같이 생긴 건 뭐야.
남편이 말했다. "학원에서 아마 다 그렇게 가르치나 봐, I have a question이라고 말을 걸라고... 한국 학생들은 꼭 그렇게 시작하더라." 그리고는, "You don't need to announce that you have a question."이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내가 질문이 있다는 것을 굳이 선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잠시 생각해보니, 우리는 한국에서 흔히 길을 묻거나 할 때에, "저기요, 말씀 좀 묻겠는데요,... " 하면서 말을 거니까, 영어로도 나름 그대로 번역해서, "I have a question." 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영어와 한국어는 1:1 대응으로 바꿀 수가 없으므로 이렇게 묻는 것은 참 이상해 보인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묻고 싶다면, 보다 간단하게 이렇게 접근하자. "Excuse me." 훨씬 더 쉽고 세련되어 보인다.
아무튼, 그 젊은이들은 권해주는 소스 중에 하나를 골랐고, 고민하다가 양파와 고기도 골랐으니 맛있는 스파게티를 해 먹었을 거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