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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영어_02] 이해 불가라고? 아니면 끝내준다고?

It’s really mind-boggling.

by 라슈에뜨 La Chouette

남편이 잘 쓰는 표현 중 하나가 "Wow! It's mind-boggling!"이다. 나는 사전을 보고 단어를 외우는 성격이 아니고 문장을 통해서 뉘앙스를 받아들이는 스타일인 데다가, 사실 대화 중에 사전을 찾아보게 되지는 않으니 그저 감으로 그런 느낌이구나 하고서만 넘겼었다.


이번에 여행 다니면서도 남편이 정말 자주 이 말을 쓰는 이유가, 유럽의 여러 광경이 너무 굉장해서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시칠리아의 팔레르모에 있는데, 관광에 몰두하지 않는 우리 성격상 꼭 멋진 곳을 찾아가지 않고 그냥 밥 먹으러 거리를 걸어가도 온통 거리에 있는 건물들이 모두 유적지처럼 보이는 거다. 이런 곳에서 그냥 사람들이 평소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mind-boggling 한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mind-boggling 이 무슨 뜻인가 말이다.


boggle이라는 단어를 캠브리지 사전에 찾아보면 이렇게 나온다.

to have difficulty imagining or accepting something as true or possible, or to give the mind such difficulty


즉,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을만하다는 뜻이다.


그러면 좋은 뜻일까? 나쁜 뜻일까?

오늘 방문한 성당 Santa Maria dell'Ammiraglio 보니, 그 안에 가득한 조각품이며 장식이며, 도대체 인간의 힘으로 이런 것을 만들었을까 상상하기 힘든 그런 실내였다. 그런 것을 보면 저절로 "Wow! It's mind-boggling!"이라고 외치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그저 감동해서 하는 말이다. 즉, 좋은 의미.


반면에 우리가 밤배를 타고 시칠리아에 들어올 때 그 풍경도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다. 한쪽에서는 해가 뜨고, 다른 한쪽에서는 달이 지는 장면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입이 떡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남편은 역시 이 표현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 직후에 생각지도 못한 에피소드가 발생해서 서로 간에 오해가 생기고 말았다. 나는 남편이 선실로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안으로 향했는데, 남편은 내가 자신을 보고도 못 본척하고 다른 일로 바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남편이 거기 있는지 몰랐을 뿐인데. 남편은 그 상황을 설명하려 했는데, 나는 남편이 장난으로 나를 놀린다고 생각하고 그냥 흘려버리고 말았다. 그때 남편이 내 반응을 보고 "It is so mind-boggling." 말했는데, 이때의 의미는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당신이 왜 그러는지) 난 도저히 이해가 안 가."


그런데 나는 그 역시 그냥 풍경을 보고 하는 소리려니 하고 무심하게 넘겨서 남편을 더욱 속상하게 하고 말았다. 사실 나는 아무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남편이 진짜 오해를 하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한 것이었다.


아무튼 부부싸움(도 아니지만)은 칼로 물베기라 곧 서로 상황을 이야기하고 풀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이 표현이 화근이었던 것이다. 남편은 마음 상해서, 마누라가 왜 그랬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갔던 것인데, 그 mind-boggling이나 경치를 보고 좋아하는 mind-boggling 이 그 순간 구분이 안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 이 표현을 하게 될 때마다 웃게 되었고, 이제 나도 이 의미의 뉘앙스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또다시 mind-boggling 한 일이 발생했다. 내일 시외버스를 타고 도시 간 이동을 해야 하는데, 기차역 옆 버스 터미널에서 타면 된다는 버스가 도대체 아무 데도 보이지 않고, 안내도 딱히 없고, 티켓 부스도 없고, 티켓 판매소 같은 곳에 물어봐도 자기네는 그 티켓을 팔지 않는다며 쫓아내기 바빴다. 우리는 숙소를 옮기는 중요한 문제이고 워낙 장거리여서 자주 있지도 않은 버스여서 실수 없게 확실하게 하고 싶었는데, 그 넓은 기차역을 무더위에 헤매면서도 아무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저 저 멀리 한쪽 구석에 Modica라고 쓰인 작은 플랫폼 하나가 있을 뿐이었고, 오늘의 버스 출발시간이 지나도록 버스는 오지 않았다.


물어봐도 영어로 대답해줄 수 없는 두 명의 이태리 총각들은 그저 거기에 앉아서 언젠가는 버스가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우리는 이 어이없는 상황이 너무나 mind-boggling 했다. 결국은 여기서 시간을 지체하다가 점심 예약한 식당 시간이 늦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빨리 가려고 구글에서 검색해서 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는 노선대로 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달려갔다! 서둘러 내려서 건너편에서 다시 타려니 그곳 정류장에는 임시로 이곳이 폐쇄되었다는 글자가 붙어있었다.


도대체 이곳의 교통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일까? 참으로 mind-boggling한 하루였다!



발음 주의 : 글자상으로는 마인드버글링... 정도로 되겠지만, 실제로 발음할때에는 d를 마음속으로만 발음하고, 거의 마인버글링 처럼 해야합니다. 발음을 한글로 쓰는 것은 옳지 않지만, 그래도 현재로선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서...


영상이 아니라 소리만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추후 원어민 발음도 함께 추가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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