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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Dec 10. 2021

애피타이저로 폼나는 새우 칵테일

아들은 생일 상으로 스테이크를 원했을 뿐이고...

우리 집에서 생일은 가장 중대한 행사 중 하나이다. 자식들은 이미 다 출가해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생일 때만큼은 가족들을 모두 모아놓고 아빠가 생일상을 차린다. 메뉴는 생일 당사자가 선택하는데, 광범위하게 '그리스식 디너'라든가 '줄리아 차일드 스타일 디너'라고 지정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으로 골라 '콘비프'라든가 '생선회'라고 꼭 집어서 메인을 지정하기도 한다.


내가 남편과 결혼한 이후, 그의 큰 딸은 처음으로 한식 디너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식이요. 간단하게 비빔밥 같은 거면 어떨까요?"


내가 있으니 정통 가정식 한식을 먹어볼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식당에서 사 먹어 본 한식의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은 데다가 고기를 먹지 않는 그녀는, 한식으로 가장 유명한 코리안 바비큐를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뭔가 부담스럽지 않게 준비할만한 것을 말하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생일상에 비빔밥이라니! 그건 안 될 말이라고 내가 딱 잘라서 말했다. 한국에서의 비빔밥은 원래, 냉장고에 남은 반찬들을 털어 넣어 비벼 먹는 것이 보통이므로 생일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그렇게 해서 나는 생일 한정식을 처음 선보일 기회를 잡았다. 홍합을 넣어 미역국을 끓이고, 오징어 숙회와 단호박구이를 애피타이저로 시작하여, 황태구이, 녹두전, 호박전, 새우장, 참치회무침, 삼색나물, 나박김치, 오이소박이 등을 만들었고, 곁들이 술은 막걸리로, 디저트는 팥빙수로 준비해서 근사한 상을 차렸었다.


이런 생일을 위해서 남편은 미리 장을 보고, 재료를 밑 손질한 후에, 자식들이 도착을 하면 그때 함께 조리를 마무리한다. 아빠를 보고 자란 자식들은 다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즐겁게 해낸다. 한식 메뉴였을 때에는 큰사위가 바비큐에서 황태를 구웠고, 둘째 아들은 참치회무침을 만들었고, 딸은 녹두전을 부쳤고, 막내아들은 가지무침을 만들었다. 


나는 레시피들을 영어로 써서 제공해야 했는데, 정확한 계량을 하지 않고 눈대중으로 만들던 요리들이라 레시피 만드느라 몹시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전 과정이 다 잔치의 일부이고 즐거움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 일방적이고 고된 노동을 요구하지 않고 웃음을 나누며 진행된다.


이번에 둘째 아들의 생일 메뉴


외식보다 더 멋진 식탁을 만들기 위해서 남편이 준비하는 또 한 가지는 바로 메뉴판이다. 


그날의 음식 코스를 넣은 풀코스 메뉴판을 만들어서 제공한다. 한식은 한글로 쓰고 밑에 영어로 설명을 달고, 그리스식은 그리스어로 적는다. 디자인과 색을 고민하여 매번 다른 느낌으로 만들어서, 그 메뉴판을 보는 것으로도 즐겁다.


지난 주말이 둘째 아들의 생일이었는데, 고기를 좋아하는 그는 프라임 립 스테이크를 선택했다. 그러면 정말 큰 프라임 립을 준비하는 아빠. 하지만 역시 스테이크만 덜렁 준비하지는 않았다. 시저 샐러드 이외에 별다른 사이드가 필요하지 않기에, 대신 아들이 좋아하는 새우로 화사하게 칵테일을 만들어서 애피타이저로 제공했다.


애피타이저로 제공된 새우 칵테일, 모든 그릇은 밑에 받침으로 접시를 놓는다


그리고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본 근사한 초콜릿 디저트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손이 너무 많이 가는 데다가 완벽하게 모양을 빼기 쉽지 않아서 이틀을 꼬박 애를 먹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진한 초콜릿 케이크


이런 생일파티의 좋은 점은,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준비하여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식구들이 모여서 편안하게 먹고 즐기며 우애를 나누기 좋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네 명절도 원래 그런 취지였을텐데, 그 일이 가족의 특정 일부에게만 의무화되고, 나머지는 구경하는 분위기가 된다던가, 가족끼리 덕담을 나누는 대신 의도치 않게 압박을 가하고 잔소리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많은 가정에서 더 이상 반갑지 않은 행사로 전락하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잦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한 두 달에 한 번씩 모두 모여서 웃음꽃을 피우고, 서로의 소식을 나누는 것은 생일인 사람만의 기쁨이 아니라 사실은 모두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 되었다. 준비를 하는 일의 대부분이 우리 부부에게 주어지지만, 기쁨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니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이렇게 하고 싶다. 



칵테일 새우

북미식 계량(1컵=240ml)


모양만으로도 한몫하는 이 메뉴에는 정답이 없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취향에 따라 바꿔도 좋다. 중요한 점은, 보기에 예뻐야 한다는 것이다. 대하가 들어가니 맛은 좋을 수밖에 없다. 레몬 대신 귤을 써도 좋고, 소스에도 고추장이나 고추냉이를 넣어도 좋을 것 같다.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샬롯은 양파를 물에 담가 매운맛을 날리고 면포로 닦은 후 사용해도 되고, 아예 빼도 큰 상관은 없다.


투명한 유리잔에 제공하고, 잔이 넉넉하지 않으면 유리 볼에 크게 만들어서 개인 접시에 덜어 먹도록 유도해도 된다. 볼 밑에 접시를 하나 더 받치면 훨씬 세련된 서빙이 된다. 특히 개인 잔인 경우, 받침 접시에 새우 꼬리를 담을 수 있으니 실용적인 면에서도 좋다


재료: 

꼬리 달린 대하, 데쳐서 물기를 완전히 제거

아보카도, 깍둑썰기 해서 준비

양상추, 깨끗이 씻어서 잘게 채썰기

레몬, 속껍질까지 벗겨내고 깍둑썰기

샬롯, 잘게 다져서 준비

소스


소스:

생크림 1컵, 부드럽게 거품을 낸다.(60% 정도) - 없으면 마요네즈나 사워크림

토마토소스 5큰술 - 없으면 케첩 2큰술

레몬즙 1/2개 분량

우스터소스 1큰술

타바스코 핫소스 1 작은술 

소금, 후추 약간


만들기:

1. 예쁜 유리잔에 먼저 양상추를 깔아주고, 소스를 좀 둘러준다.

2. 잔의 가장자리에 새우를 얌전히 둘러준다. 

3. 아보카도를 넣고 소스를 다시 두르고, 레몬과 샬롯으로 장식한다.

4. 접시에 받쳐서 작은 포크와 함께 서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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