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음료를 1월에 다시 즐기다
영화에서 보면 크리스마스 시즌, 가족들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 흔히 등장하는 에그넉(eggnog). 달걀이 들어간 크리스마스 알콜 음료가 나는 항상 궁금했었다. 색깔도 뽀얀게 예뻐보이는데 실제로 맛은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을 하던 어느 날, 나는 수퍼마켓에서 에그넉을 샀던 것 같다.
당시에 딸과 둘이서 캐나다에서 살고 있었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으니 그냥 기분을 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 에그넉은 정말 맛이 없었다. 그냥 많이 달고, 비릿하고, 그리고 인공적인 냄새... 전혀 매력없는 음료였다.
지금의 캐나다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크리스마스를 함께 즐기면서 나는 문득 다시 그 에그넉이 생각났다. "집에서 만들면 맛이 다르지 않을까?" 나의 질문에 남편은 당연히 다르다며, 자기가 에그넉을 해주겠다고 했다.
신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편이 정성껏 만들어줬는데 맛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실패의 경험이 머릿속에 남아있었기때문일것이다.
남편은 즉시 에그넉을 만들어줬고, 맛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사실 날달걀을 섞은 술이라니, 누가 그런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해에 그렇게 맛을 보고 나자 그 다음해에도 또 먹고싶어졌다. 기억은 다시 가물가물했지만, 무척 맛있었고 달았던 기억이 났다.
나는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나를 위해 만든다면 설탕양을 줄여달라고 부탁을 했고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먹은 에그넉은 정말 최고로 맛있었다. 고급스러움이 입안에 확 퍼지는 맛이었다. 우유곽에 담아서 파는 그것을 이것과 똑같은 에그넉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크리스마스가 한참 지나고 새해가 시작된 지도 한참 지났지만,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그 에그넉을 다시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었다.
"에그넉은 크리스마스에만 먹어야 해?"
남편은 껄껄 웃었다. "원래 보통 그러기는 하지만, 뭐, 먹고 싶으면 먹는거지!" 그래서 느닷없이 1월의 중순 어느 날 우리는 다시 에그넉을 만들었다. 아니, 우리가 아니고, 남편이...
나는 그동안 에그넉의 유래에 대해서 찾아봤다. 여러가지 설이 있었지만, 내 마음에 제일 그럴듯하게 와 닿는 것은 이것이었다.
이것은 영국 귀족들이, 겨울철 따뜻한 우유에, 육두구(nutmeg)나 계피같은 고가의 향신료를 넣은 후, 상하지 말라고 값비싼 브랜디나 셰리주를 넣어서 마신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미국과 캐나다로 건너오면서 브랜디 대신 럼주를 넣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는 럼, 브랜디, 버본(Bourbon)을 넣는다.
우리는 브랜디와 버본을 섞어서도 해봤는데, 버본만 넣은 것이 더 입맛에 맞아서 앞으로는 버본으로 쭉 가기로 했다. 향신료로 우리가 넣는것은, 한때는 금보다 귀했다던 육두구, 즉, 통 넛맥이다. 직접 갈아서 넣음으로 인해 향기를 극대화 한다. 달콤하고 고급진 향이 난다.
날달걀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부 레시피는 가열을 하라고 하는데, 남편은 가열하지 않는 레시피를 사용한다. 대신 달걀은 신선한 유기농 달걀을 사용한다. 신선하지 않은 달걀은 비린내가 나서 이렇게 날로 먹는 음식에는 적합하지 않다.
날달걀이 부담스러운 경우는 노른자를 가열하기도 하는데, 유제품을 먼저 끓이고, 달걀 노른자 푼것에 뜨거운 우유를 조금씩 넣어서 온도를 맞춘 후, 나머지를 모두 우유에 넣어서 함께 끓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보통 커스터드 만드는 방식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여전히 흰자는 익히지 않는다.
내가 에그넉에 대해서 공부하는 사이, 남편은 어느새 완성해서는 얌전하게 크리스탈 잔에 담아서 나에게 내밀었다. 옆에는 은스푼을 놓고, 위에는 팔각을 장식으로 올리니 더할 나위 없이 예뻤다. 그리고 나는 뜨끈한 버본 음료를 마시며 그 럭셔리한 맛에 빠져 들었다.
6인분, 북미식 계량컵 사용(1컵=240ml)
재료:
신선한 달걀 4개, 황백 갈라서 따로 준비
설탕 2~4 큰술 (무설탕을 원하면 자일리톨) *
생크림 1컵 (240ml)
우유 2컵 (480ml)
육두구(넛맥, nutmeg), 갈아서 1 작은술 **
버본 6 큰술 (90ml)***
만들기:
1. 큰 볼에 흰자를 담고, 핸드믹서로 저어 부드러운 거품을 올린다.
2. 설탕의 1/3을 넣고, 흰자 거품을 빳빳하게 올린다.
3. 다른 볼에 달걀 노른자를 넣고, 색이 뽀얗게 될때까지 핸드믹서로 돌려준다.
4. 나머지 설탕을 넣고 다시 강하게 돌려서 완전히 녹인다.
5. 생크림과 우유, 버본과 넛맥을 넣고 다시 잘 섞어준다.
6. 거품 내놓은 흰자를 우유 믹스에 넣고 잘 섞어준 후 냉장한다.
7. 서빙할 때 다시 잘 저어서 잔에 담고, 위에 장식으로 넛맥 가루를 살짝 뿌려준다.
보관했다가 서빙하면 맛이 깃들어 더 풍미가 좋아진다.
* 설탕의 양은 취향껏 정한다
** 통 넛맥이 없으면 가루로 판매되는 것을 사용한다
*** 버본과 럼주를 반씩 섞기도 하고, 럼주만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버본이 제일 맛있다.
※ 날달걀이 불안한 경우, 커스터드 크림을 만들때처럼, 우유와 크림을 섞어 살짝 끓인 후, 달걀 노른자에 조금 섞어주고, 다시 그 노른자 믹스를 크림믹스에 부어서 한번 더 끓여준다. 그리고나서 버본과 넛맥을 넣고 냉장했다가 충분히 식거든 달걀 흰자를 거품 올려 다시 섞어주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 무알콜로 하고 싶다면 그냥 버본을 빼면 된다. 좀 밋밋하다면 바닐라 향을 살짝 추가하면 더 럭셔리한 맛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