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Jan 31. 2022

설탕 없는 수정과

과하게 달지 않아서 고급스럽고 건강한 음료

설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에는 기름진 음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입가심을 해주는 개운한 음료도 필요하다. 한국의 대표 음료라고 하면 역시 수정과와 식혜를 떠올릴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수정과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수정과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면 설탕이 여간 많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집에서 만들어도 그러니 마트에서 사 먹는 것은 그냥 설탕물이라 봐도 무방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설탕을 끊고 나서는 이 수정과가 그리워도 만들 생각을 안 했었다. 하지만 겨울이 오면 수정과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가 재작년 초에 남편의 자식들을 초대해서 한식 안주 파티를 했었는데, 그때 디저트로 이 수정과를 무설탕으로 해서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작년에 신년 음료로 오랜만에 다시 했는데, 우리 식구 입맛에서는 재료의 단맛으로 충분히 즐길 만했다. 


잣 동동 띄워서 깨강정과 함께 예쁜 잔에 서빙


그 이후로 추석 때에도 만들어서, 우리 집에 송편 빚으러 왔던 지인들과도 나눠먹었는데, 다들 맛있다며 레시피를 물었으니, 다른 사람들 입맛에도 괜찮은 음료라 생각되어 레시피를 공개하려고 별러왔다. 그리고 게으름 때문에 여태까지...!


물론, 설탕을 직접적으로 넣지는 않지만 단맛이 나는 재료를 함께 사용했다. 놀랍게도 계피에서도 단 맛이 제법 나온다. 그리고 대추와 감을 넣으면 설탕 없이 단 맛이 난다. 원래는 수정과에 곶감을 넣는 것이지만, 계절에 따라 단감으로 타협해도 좋다. 물론 이렇게 하면 자연 당분이 있어서 당지수는 좀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설탕 듬뿍 들어간 수정과 같기야 하겠는가. 명절이니 이 정도로 맛을 즐기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설탕이 없는 대신에 일반적인 수정과보다 진하게 끓인다. 그렇지 않으면 맹물 같이 맛없다. 원래 나는 계량 같은 것 안 하는 사람이지만, 이번엔 레시피 올리려고 마음먹고 일부러 계량을 하였다. 


수정과를 만들 때, 생강과 계피를 함께 넣고 끓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본연의 맛이 잘 나오지 않는다. 둘 다 향이 강한 향신료이기때문에 함께 끓이면 서로의 맛을 상쇄시킨다. 진한 맛을 내려면 반드시 따로 끓여서 합쳐야 한다. 


계피는 물로 먼지만 빠르게 휘리릭 씻어낸다. 깨끗하게 하겠다고 애벌로 끓여내는 경우도 보았는데, 그렇게 하면 이미 풍미는 반 이상 빠졌다고 봐야 한다. 계피는 찬물에 넣어서 끓이고, 넉넉한 양을 넣어서 맛이 진하게 나게 하는 것이 좋다.



생강은 껍질을 까고 납작하게 썰어서 끓여준다. 나는 생강을 제일 큰 들통에 끓였다. 나중에 생강을 건져내고 여기에 다른 액체를 합쳐줄 것이다. 생강 끓이고 남은 것을 갈아서 냉동해뒀다가 음식 할 때 조금씩 넣어도 좋다.


곶감이 없다면 단감을 사용해도 좋다.


그리고 곶감이 없다면 단감을 끓이는데, 꼭지 따고 씨 빼서 썰은 후에 물 1리터 넣고 끓였다. 사진에는 없지만 이때, 대추도 함께 넣어서 끓였다. 내가 계량까지 했지만, 사실 적량이라는 것은 없다. 더 진한 맛을 원하면 더 많이 넣어도 된다. 그런데, 단감이나 대추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수정과가 탁해진다. 감을 안 넣는 것이 색감으로는 투명한 것이 훨씬 예쁘다. 그러나 약간의 단맛을 내기 위해서 투명함을 포기한 것이다.


곶감이 있다면 더 좋다. 곶감은 그러나 처음부터 끓이지 않고, 다 끓여서 섞고 나서 식힌 후에 넣어야 하니 아직은 필요하지 않다.


모든 재료는 큰 불로 먼저 끓인 후,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뭉근하게 한 시간 정도 끓인다. 충분히 끓었다 싶으면 모든 물을 하나의 큰 솥으로 다 옮긴다. 이때 체를 받치고 건더기는 걸러낸다. 단감은 이미 형태가 거의 없다. 조금 남아있다면, 가능한 한 뭉개 준 후 체로 걸려준다. 



뜨거울 때 거르는 이유는, 그대로 다 식으면 맛이 다시 건더기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약 달일 때에도 그래서 뜨거울 때 거르라고 한다. 약효도 함께 다시 흡수되기 때문이다. 


모두 한 군데로 모았으면 큰 불로 한 번만 와그르르 끓여준다. 맛을 보고, 더 달았으면 좋겠다 싶으면 여기서 설탕이나 감미료를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식으면 좀 더 달아지니 뜨거울 때를 기준으로 맛을 맞추면 안 된다. 게다가 단감이 아닌 곶감을 사용한다면, 식은 후에 넣기 때문에 단맛이 더 추가된다.


우리는 작년 연말에 준비하면서 이렇게 진하게 우려서 병 3개를 만들었고, 그중 큰 플라스틱병 하나는 설 때 먹으려고 얼려두었다. 



수정과는 또한, 이렇게 해서 물만 마시지 않는다. 잔에 따라 낼 때, 곶감도 넣고, 잣도 띄우고, 대추도 띄워서 마무리하기 때문에, 수정과 자체의 맛이 그리 강하지 않아도 그 향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대추는 돌려 깎기 하여 씨를 뺀 후 돌돌 말아서 랩으로 칭칭 감아서 냉동하였다가 썰어준다. 랩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김밥 썰듯이 썰은 후 랩을 제거하는 것이 더 깔끔하게 잘린다. 이 대추는 약식 만들었을 때 위에 얹는 장식으로도 아주 예쁘다


장식 대추 손질 및 활용


곶감도 비슷하게 손질한다. 칼금을 내서 벌린 후, 씨를 빼고 그 자리에 호두를 넣어 돌돌 말아준다. 호두는 4등분 정도가 적당하다. 단단히 말아서 얼린 후 마찬가지로 썰어주면 예쁜 곶감 호두말이 꽃이 된다. 수정과에 넣는 외에도 다과상의 간식이나 술안주로 내놓으면 예쁘다.


시작점에 호두를 놓고 한번 말은 후, 다시 호두를 넣는 식으로 반복한 후 단단히 눌러서 모양을 잡는다.


잣은 갓을 떼어서 깔끔하게 준비한다. 모두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한 만큼씩만 잘라서 사용하면 좋다. 예쁜 잔에 장식들을 넣고, 수정과를 부어주면 마시는 동안 곶감이 젖어들면서 부드러워져서 먹기도 좋다. 





수정과

3 리터 분량


재료:

- 생강 200g + 물 2리터

- 계피 200g + 물 2리터

- 대추 10알 + 물 1리터

- 소금 1/2 작은술

- 곶감 3개 또는 단감 2개


만들기:

1. 생강은 껍질을 까고 씻은 후, 납작납작하게 썰어서 물 붓고 끓인다.

2. 계피는 통째로 물로 빠르게 씻어준 후, 큰 들통에 물 받아서 끓여준다.

3. 대추도 살짝 헹궈서 물 넣고 끓인다. (단감을 사용하면 이때 함께 넣고 끓인다.)

4. 큰 불로 끓이기 시작하여,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중약불로 1시간 정도 끓인다.

5. 건더기 다 건져내고 그대로 모두 한 군데 모아서 와르르 끓을 때까지만 끓여준다.

6. 한 김 식으면 곶감을 넣고 완전히 식힌 후 냉장 보관하여 먹는다.

7. 먹을 때, 곶감과 대추 편, 잣을 얹어서 예쁘게 서빙한다.

    

* 플라스틱 병에 담아 냉동하였다가, 먹기 하루 전날 내려서 먹으면 똑같이 맛있다.

* 남은 생강을 분마기로 갈아서 소분해서 냉동했다가 음식 할 때 사용해도 좋다


곶감과 대추, 잣을 넣어서 먹으면 디저트가 필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