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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Apr 20. 2022

우물 밖은 위험해?

개구리처럼 우물 안에서만 살 수는 없어

가끔 페이스북에 떠오르는 글들이 내 과거를 회상시키는데, 당시에 생각했던 일들을 현재 똑같이 느끼고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반대로 그 이후로 급변한 내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오늘 내가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서 읽은 나의 과거는 이러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가기...
2018.4.19

물론 나는 늘 바깥세상과 자주 접하지 않고 나만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정말 우물 안 개구리로 살고 있다는 것을 요즘 참 실감한다.

탱고를 배우고 나서 처음으로 밀롱가라는 곳에 가보면서, 아! 내가 전혀 모르는 이런 곳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스스로의 낭만을 즐기고 있었구나! 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는데...

요새 이태리 여행 준비하면서 정보를 찾다 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여행을 즐기면서 살고 있었고, 내가 한동안 닫고 있었던 그곳에 활기찬 다른 세상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또다시 충격에 휩싸인다.

아마 영원히 그러겠지? 아직도 내가 모르는 세계는 무궁무진할 테니까!


그때가, 아이가 이태리 교환학생 중이었고, 그 학기가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서 로마에 가서 학교 구경을 하고 이태리 관광을 하자고 했던 때였다. 분에 넘치는 사치 같았지만, 이제는 인생에 있어서 더 이상 갇혀버리지 말자고 생각하게 된 시기였기에 과감히 감행을 하는 참이었다. 


더구나 당시 계획으로, 아이는 방학 때 한국으로 오지 않고 곧장 미국으로 돌아가서 여름 인턴쉽을 해야 할 것이었기 때문에, 겨울 방학도 건너뛴 아이를 나는 꼭 다시 봐야겠다고 결심한 상황이었다. 아이 없이 연말연시를 보낸 것이 너무나 가슴 절절히 힘들었고, 그해에는 꼭 이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기도 했다. 다만 가서 아이를 만나서 확실한 답을 듣고 싶은 상황이었다.


삶이 팍팍하고 힘들수록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돈 한 푼이 아쉬웠지만 악착같이 일 하면서 나의 취미를 이어가고 있었다. 탱고. 뒤늦게 배운 그 춤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당시 같아서는 프로 탱고 댄서가 되겠다는 말을 해도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탱고 슈즈를 맞추던 날

동작 하나하나의 매력에 빠져들어서, 연습을 시작하면 서너 시간을 쉴 새 없이 춤을 췄으니, 42킬로의 가느다란 여자의 몸에서 어떻게 그런 에너지가 나오느냐는 말도 들었다. 그 에너지는 내 영혼을 짜내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납작한 운동화만 신는 내가 탱고를 출 때에는 9센티의 힐을 신은 채 몇 시간을 걸었으니까.


나는 탱고를 만나면서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이런 곳이 있는 줄, 이런 사람들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던 그런 세상이었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아르헨티나에서 온 것 같은 예법으로 춤을 신청하고, 강렬한 음악에 맞춰 춤에 빠져들었다. 


남사스러운 사교댄스라니!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탱고는 나 자신과 추는 춤이었다. 내가 바로 서지 않으면, 내가 나를 지탱하지 않으면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상대를 안고 추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안고 추는 것이라는 말씀이 무엇인지 이 춤을 통해서 배웠다.


둘이서 호흡을 맞추러면 내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가 탱고에서 느낀 최대의 매력이었다. 


내가 모르던 이 세계를 들여다봤더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자연스레 숨을 쉬고 있었다니. 나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을 나와서 다른 우물을 들여다본 것이었다. 


Gabriel Ponce & Ananlia Morales의 공연


그 상황에서 아이를 만나러 이탈리아에 가기 위해서 검색을 해보니, 나는 내가 또 다른 우물에 들어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그들끼리 통하는 언어가 있었고, 그들이 나누는 정보가 있었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이 있었다. 척 하면 알아듣는 수많은 팁들이, 마치 누구나 숨 쉬는 공기같이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또 그렇게 다른 세상을 보고 감탄하며 우물 안 개구리임을 실감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4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당시에 전혀 꿈조차 꾸지 못했던 곳에 와서 또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던 우물에서 나와서 완전히 다른 것들을 보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는 것이, 마치 다른 공기를 마시고 있다고 느낄 만큼 다르다.


인생은 이렇게 끊임없이 우물에서 빠져나오면서 사는 것이겠지?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멋진 것이라는 것을, 지금의 남편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고, 인간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식물과도 교감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웠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젖어드는 지금, 나는 알고 있다.


우물 밖은 위험하지 않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탱고 댄서 Vanessa Gauch Arabacioglu와 Esref Tekinalp의 춤을 오랜만에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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