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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Feb 02. 2023

한국에 갈 때는 수건을 준비하라고?

왜? 한국에는 수건이 없어?

얼마 전에 친구들과 채팅 중이었다. 한 친구가 대청소를 한다며 안 쓰는 것들을 버리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커다란 배쓰 타월(bath towel)을 아무래도 버려야겠다고 했다. 혹시 쓸까 해서 뒀는데 영 안 쓴다고... 


나는 전에 남편과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캐나다에서는 필수인 목욕수건이 한국에서는 역시 애물단지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세수수건을 목욕 시에 사용한다고 남편에게 처음 설명했을 때 남편은 깜짝 놀랐다. 190cm가 넘는 장신의 캐나다인 남편은 작은 수건을 손에 들고는, 그걸로 몸을 닦는 상상을 하면서 껄껄 웃었다. 그의 손에 들린 세수수건은 유난히 더 작아 보였다.


외국인들이 한국 갈 때 알아둬야 할 사항이라든지, 꼭 가져가야 할 물품 중 하나로 타월을 꼽는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왜? 한국에는 타월이 없어? 


그렇다! 그들의 기준으로는 한국에는 목욕수건이 없다. 뭐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급 호텔이 아니면 찾아볼 수가 없다. 민박집에도 없고, 작은 모텔에도 없다. 가정집에도 거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런 목욕수건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에 오면 목욕수건이 없어서 엄청 당황한다. 


결혼해서 남편의 집으로 들어왔더니 욕실에는 거대한 수건이 걸려있었다. 정말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온몸을 충분히 감쌀 수 있는 넉넉한 수건이었다. 덮고 자도 될 수준의 이런 큰 타월은 배쓰 시트(bath sheet)라고 하는데 심지어 일반 비치 타월보다도 크다. 


잘 생각해 보면, 처음 해외여행 갔을 때 외국의 호텔에 가면 수건이 참 많았던 것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즈도 다양하게 잔뜩 쌓여있는 타월을 보면, 도대체 뭘 쓰라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뭐가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


최근에 방문한 실비아 호텔은 상당히 단출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기본은 다 있었다


세면대 위에 놓은 작은 수건은 손을 닦으라는 것일까 싶지만, 이건 페이스 클로스(face cloth) 또는 워시 클로스(wash cloth)라고 부르고, 얼굴용이다. 손 닦는 수건은 한국에서 흔히 쓰는 세수수건 크기의 핸드 타월(hand towel)이다. 


아니, 서양사람들은 왜 이렇게 작은 손수건 같은 것으로 얼굴을 닦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이건 젖은 얼굴을 말리는 용도가 아니다. 이 사람들은 이 작은 수건을 물에 적신 후 이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낸다. 마치 아파서 누워있는 사람이 씻지 못하니 얼굴이라도 닦아주는 것 같은 그런 세안이다.


아마 물이 귀하던 시절의 세수법이 아닐까 싶은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으로 세수를 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이 작은 수건이 세면대 앞에 하나가 있고, 욕조 안에도 하나가 있다. 욕조 안에서도 역시 적셔서 몸을 닦는 용도로 사용한다. 이태리타월(!) 대신에 이걸로 부드럽게 몸을 닦는다.


왼쪽은 페이스 클로스, 오른쪽은 핸드 타월
목욕용 큰 타월과 욕조에서 나왔을 때 바로 앞 바닥에 깔아서 물받이를 할 수 있는 배쓰 매트


배쓰매트(bath mat)라고 부르는 발수건은 저렇게 욕조에 걸쳐두었다가, 목욕하러 들어갈 때, 욕조 앞 바닥에 깐다. 그리고 씻고 나오면서 그 위에 서서 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서양에서는 욕실 바닥을 젖게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이것이 더욱 유용하다. 


거대한 목용용 수건인 배쓰 타월(bath towel) 이나 배쓰 시트(bath sheet)를 보면 정말 뭐 하러 굳이 이렇게 큰 수건을 쓰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들은 이 수건을 보통 사나흘에서 일주일 정도 사용한다. 우리처럼 작은 수건으로 해서 목욕할 때마다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지만 그들은 생각이 다르다.


우선, 그들은 덩치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이 작은 수건으로 온몸을 닦는다는 것이 참으로 당황스러운 기분인 것이다. 이걸로 다 닦지 못한다 싶다. 사실 그렇다. 나도 작은 수건을 쓸 때에는 때론 수건이 부족했다. 더구나 머리를 감고 나면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젖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면 보통 새 수건을 꺼내서 좀 더 닦고 걸어놨다가, 손 닦거나 세수할 때 쓰고, 다시 샤워할 때 쓴 후에 바꾸는 것이 보통이었다. 


또 다른 점은, 우리나라는 사계절 상당히 습한 편이다. 게다가 욕실 바닥도 늘 젖어있다. 그래서 젖은 수건을 걸어놓아 봤자 절대로 마르지 않는다. 그리고 곧 쉰내가 나게 된다. 그런데 이곳은 의외로 참 건조한 데다가 욕실 구조도, 욕조나 샤워 있는 곳에 커튼이 있어서 바깥쪽으로는 물이 튀지도 않으니 욕실 안도 축축하지 않다. 따라서 큰 타월을 사용하고 나서 걸어두면 신기하게도 다시 다 마른다.


호텔에 가면 흔히 이런 사인이 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매리엇 호텔의 것이다.



요지는 환경보호다. 한 번 쓴 수건을 빠느라 물을 엄청 쓰고 있으니, 수건을 다시 사용할 생각이면 걸어 두라는 것이다. 빨아주기를 원하면 바닥에 내려놓고... 즉, 그들은 가정에서 한번 사용한 타월을 세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큰 수건을 쓰는 대신, 그것을 여러 번 재사용한다. 따라서 호텔에서 여러 날 투숙할 때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글이다.


영화에서 여배우들이 우아하게 타월을 두르고 나오는 장면처럼, 이런 큰 타월은 샤워 후 나왔을 때 몸을 감싸는 용도로 아주 좋다. 


우리 집에도 두 개의 목욕수건이 걸려있다. 각자 자신의 수건을 사용한다. 몇 년째 큰 목욕수건을 사용하다 보니 나도 이제 이게 편하다. 매번 빨지 않는 것에도 적응이 되었고, 큰 수건으로 춥지 않게 몸을 감싸며 닦는 것이 좋다. 


하지만 세수는 여전히 물로 씻는 것이 즐겁다.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각기 다른 환경에서 각기 다른 문화를 갖게 된 것을 받아들일 뿐이다. 이렇게 오늘도 한 지붕에서 두 문화를 가지고도 즐겁게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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