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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l 15. 2023

어머! 너 살 빠졌구나!

칭찬이라고 한 말이 모욕으로 전달될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은 보통 두어 달에 한 번씩 식사 모임을 한다. 길어지면 석 달이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번에 생일 모임에 온 둘째 며느리가 살이 정말 쏙 빠져서 너무 예뻐진 것이었다. 약간 토실한 체형이었는데, 일 년 넘게 꾸준히 주말마다 산에 다니더니 눈에 띄게 날씬해졌다. 게다가 건강하게 빠져서 얼굴도 더 예뻐지고 생기가 넘쳤다. 


한국에서는 이럴 때 보통 외모 찬사를 날린다.


"어머, 너 살 빠졌구나!"

"아유, 정말 예뻐졌네!"


칭찬이라고 하는 말이지만, 서양에서는 아주 큰 실례가 되기 때문에 절대 하면 안 되는 말이다. 서양에서는 외모에 대한 품평은 정말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우리 생각에는, 살이 쪘다는 것도 아니고, 미워졌다는 것도 아니고, 살이 빠져 예쁘다는 말이 왜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일단 남의 몸매를 관찰하고 그것에 대해서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결례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도 쉽사리 외모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서슴지 않고 내리꽂는 폭탄 투하다.


"살 조금만 빼면 참 예쁠 텐데..."

"너 요새 살쪘니? 신경 좀 써라."

"다음 달에 결혼식 있는데 다이어트 안 해?"

"피부 관리 좀 해."

"왜 염색 안 해요? 염색만 하면 십 년은 젊어 보일 텐데."


누군가 서양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분위기가 정말 썰렁해질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에 처음 와서 살면서 사귄 친구에게 그렇게 말해서 절교를 당했다는 일화도 들었다.


반대로 나는 워낙 마른 체형이었기에 한국에서는 살 좀 찌라는 말도 진짜 많이 들었는데, 들을 때마다 불편했다. 체질이 그래서 살이 안 찌는 것인데, 보는 사람들마다 어디 아픈 거 아니냐는 둥 심각하게 내 몸매를 들먹이는 것은 아주 불쾌한 일이었다. 그런데 캐나다에 살면서부터는 그런 소리를 전혀 듣지 않게 되니 좋다.


사실 한국에서는 외모 비하도 흔하다. 직접 대면해서 던지는 말도 많고, 각종 외모 품평의 악플도 많다. 심지어 버젓이 기사에서도 외모로 일단 타이틀을 잡는 일이 흔하다. 예쁘지 않으면 쉽게 조롱거리가 되지만, 인물이 좋아도, 실력보다는 인물 위주의 품평이 달리니 무엇이 주된 이야기인지 헷갈린다. 공공연히 '꽃미남 기대주'라든가, '미녀스타 꿀벅지' 등의 문구가 운동선수들 기사에 과연 적합한지!


이러니 일상에서의 외모 품평에는 일말의 죄책감이 안 드는지도 모르겠다. 서양 남자와 결혼한 사촌동생더러, 대학원의 한 한국인 동급생이 심지어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아, 이런 얼굴을 서양 사람이 좋아하는구나!"


무례함의 극치이다. 코만 좀 높이라든가, 쌍꺼풀만 하면 예쁘겠다는 말도 쉽게 한다. 외꺼풀인 내 딸 어렸을 때에는, 너는 왜 엄마를 안 닮고 아빠를 닮았느냐며 아이의 눈을 가리키는 어른들도 있었다. 그게 7살짜리 아이에게 할 말인지! 


이야기가 너무 극단적으로 가는 것 같은데, 그러면, 외국인에게는 외모 칭찬을 하면 안 되는 것일까? 물론 서양사람들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외모 칭찬을 하기도 한다.


대놓고 '예쁘다(pretty)' 라거나 '잘 생겼다(handsome)'라고 표현하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보기 좋다(look good)'는 말은 잘 쓰이는 편이다. 특히, 그날의 분위기가 좋다는 식으로 주로 이야기한다. 이것도 말하는 톤은 물론 조심해야 한다.


새 옷을 입고 갔다거나 좀 꾸미고 나갔다면 누군가 아는 척을 해주기를 바라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이렇게 말해주면 좋다.


"Oh, you look great today." (오늘 멋지다)

"Wow, that color is perfect on you!" (와, 그 색이 너에게 아주 잘 맞는구나)

"Nice earings!" (귀걸이가 예쁘네)


이런 말들은, 내가 보인 정성을 상대가 알아봐 준다는 것으로, 내게 관심이 있음을 표현해 주는 말이라서 적정한 표정과 톤이 어우러질 때 좋게 어필이 될 수 있다. 또한 가벼운 대화 거리를 제공하는 인사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서양사람들이 좋아하는 말 중에, 어려 보인다는 말이 있다. 사실 이 말은 한국에서도 잘 통하는 외모 칭찬에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결국 그날 며느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와, 하이킹을 꾸준히 다녀서 그런가 봐. 에너지가 넘쳐 보이네. 그리고 젊어진 것 같아."


며느리는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래서 성공.



표지사진 출처 : Unsplash의 averie wood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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