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ve는 떠나는 것일까, 남는 것일까?
예전에 어떤 엄마가, 아이 영어학원을 보내는데, 영단어를 매일 30개인가를 외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뜻을 하나만 외우면 안 되고, 두 번째 뜻까지 외워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 말이 틀리는 것은 아니다. 단어에는 하나만의 뜻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두 번째 세 번째 뜻도 다 알아야 한다. 그건 어느 나라 말이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달달 외워도, 그 두 번째, 세 번째 뜻까지 이해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초등생 머리로는 그게 왜 그렇게 엉뚱하게 다른 두 뜻을 갖는지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이들은 그럴 시간에 차라리 원서를 읽으면 그 단어 뜻을 저절로 알게 된다. 재미있기만 하다면 단어의 뜻뿐만 아니라 문장까지도 왕창 외워버리기도 한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앗! 이야기가 옆으로 새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어 대 단어로 의미를 암기하기보다는 그 단어가 가진 성질을 이해하면 더 포괄적으로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새 영어동화로 수업을 하는데, 오늘 질문이 나온 김에 이 단어를 짚고 가려고 한다.
leave
참으로 기초적인 이 단어가 우리는 어쩐지 편하지 않다. 그냥 좀 불편한 단어이다. 사전을 찾으면 첫 번째 뜻으로 '떠나다'가 나오는데, 우리는 사실 '떠나다'라는 용도로도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
"우리 몇 시에 나가?" 이런 작문 숙제를 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렇게 만든다.
"What time will we depart?"
문법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아무도 이렇게 쓰지 않는다. 사실 그냥 봐도 거창하고 어색하다.
"What time do we leave?" 또는 "What time are we leaving?"
저 위 문장에서 will이 어색하다는 것은 뒤로 빼두고, leave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가볍게 해결된다.
그래, leave는 나가는 것이다. 집에서 나가서 직장을 가거나 한다고 말할 때에도 이 leave를 사용한다. 그러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나게 된다. (회화 교재에 나온 문장이다)
We have only a couple of eggs left.
우리, 계란 두 개밖에 안 남았어.
아니! leave는 '떠난다'라고 해놓고서, 왜 달걀은 떠나지 않고 남은 거지? 혹자는 분노한다. 이 두 가지는 반대 개념이 아닌가? 떠나든가, 남든가 하나만 하라고!
그러면 leave의 개념을 다시 정리하자. 떠나기는 떠나는 것인데, '~를 두고 떠나다'라는 개념을 심어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즉 달걀을 12개를 샀는데 (캐나다는 12개씩 담아서 판다) 모두 떠나가고 두 개만 남은 거다. 그래서 이 두 개의 달걀은 수동태로 말해서 '떠남을 당한'것이다. 즉, 어쩔 수 없이 남은 것이다.
머릿속에 이런 그림을 그리고 나면 다른 문장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He left a note for his mother.
그는 어머니께 쪽지를 남겼다.
즉, 어머니를 위해 쪽지를 두고 떠난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쪽지는 어머니께 남게 된다.
Jane left her mother.
제인은 그녀의 엄마를 떠났다.
이번엔 엄마를 떠났다. 그러면 엄마는 혼자 덩그러니 집에 남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표현은 동시에 "엄마를 남겨두었다."라는 의미까지 포괄할 수 있는 것이다. 즉, Her mother was left. 그녀의 엄마는 떠남을 당해서 남았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쯤 되면 대충 감이 잡힌다. 떠나고 떠남을 당하고, 그래서 남고...
여기에서 파생해서, 남은 음식을 leftover라고 한다면, 그것도 더불어 외우기 쉽다.
A: What shall we have for lunch? 우리 오늘 점심 뭐 먹지?
B: Do we have any leftovers from last night? 어제 먹고 남은 거 없어?
그런데, 오늘의 동화책에서 이런 문장이 등장한 것이다.
I left space to look out and to breathe.
나는 떠났다 우주를 보고 숨 쉬러???

여기서의 space는 우주가 아니고 '공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leave는 떠난다는 의미를 완전히 버리고 오로지 '남겨두었다'라는 의미만을 가지고 사용된 것이다. 즉, 공간을 남겨두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to 뭐 하려고? 뭐 할 공간? to look out 내다보고, to breath 숨을 쉴 공간을 말한다.
사실 이 문장의 바로 앞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I put the cover over me.
나는 뚜껑을 내 위로 뒤집어썼다.
주인공이 쓰레기통 안에 들어가서 뚜껑을 뒤집어쓰고는 숨은 장면이다. 그렇지만 내다보고 숨을 쉬어야 하니 뚜껑을 완전히 닫은 게 아니라 그만큼의 공간을 살짝 남겨두었다는 것이 된다.
이렇게 되면 동사 leave는 이제 떠나는 것을 벗어나 남기는 영역을 확실하게 확보한다.
그래서 이런 문장들도 가능해진다.
Leave the door open.
문 그냥 열어 둬.
열린 상태로 남겨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Leave me alone.
나 좀 냅떠유
나를 혼자 남겨두라는 말은, 나를 성가시게 하지 말고 좀 내버려 둬 달라는 말이 된다.
이 정도면 이제 leave는 대충의 개념이 머리에 잡혔을 것이다.
그럼, 다음 문장은?
Come on, it's time we left! (어서 가자, 우리 갈 시간이야!)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웬 과거형??
찬물을 끼얹어서 죄송하지만, 이것은 다음 시간에...
표지 사진 : Unslp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