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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절이 무럭무럭 자라는 콩글리쉬

스트리트가 네 글자인 줄 알았는데 한 글자였어?

by 라슈에뜨 La Chouette

지난번에 영어에서는 강세가 중요하다고 했고, 그게 틀리면 못 알아듣는다고 했지만, 그 강세를 도대체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넣을지 난감한 경우가 참 많다.


우선 강세가 무엇인지를 짚어보자. 강하게 발음하는 것이 강세라는 것 정도로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면 강세는 어떤 기준으로 들어가는가. 일단 강세는 모음을 기준으로 부여되고, 그 모음이 있는 곳을 영어에서는 음절이라고 부른다. 즉, 어떤 음절에 강세가 들어가야 하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발음이 된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자. 음절이란, 하나의 음을 내는 단위를 말한다. 음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음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음을 기준으로 음절이 형성된다. 즉, 하나의 음절에는 하나의 모음이 들어있다.


할머니


이렇게 쓰면, 여기서의 모음은 ㅏ, ㅓ, ㅣ 이것들이다. 이런 모음에 자음인 ㅎ, ㄹ, ㅁ, ㄴ이 붙어서 완전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어떤 음절은 ㅎ,ㄹ 이렇게 두 개의 자음이 들어가기도 하고, 어떤 음절은 이나같은 하나의 자음이 들어가기도 한다. 할머니에서 은 받침이다.


아니, 뭐 이런 쉬운 소리를 왜 이렇게 어렵게 하는 거야? 영어에서는 a, i, o, u, e 이게 모음이잖아! 자음은 b, c, d... 이런 반응이 나올 것이다. 맞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한국어와 영어에서는 음절이 부여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 단어는 몇 음 절인가? 한눈에 봐도 다섯 음절이다. 크-리-스-마-스. 그런데 이게 영어로 바뀌면 두 음절로 변신한다. 어떻게 그런 신박한 재주가 펼쳐지냐고?


Christmas


여기서 모음은 ia 뿐이다. 즉, 모음이 두 개니까 음절도 두 개인 것이다. 그러면 저기 빈대 붙어 있는 s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그건 받침으로 해결한다. 한국에서는 s으로 인식되어서 그걸 받침으로 넣었다가는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크릿맛


이건 뭥미? 크림맛도 아니고, 버터맛도 아니다. 영어에서의 s 받침은 저렇게 넣을 수가 없다. 저렇게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스치듯 모음 없이 넣는다. 한국어의 라는 모음을 넣지 않는 것이다. 한국어의 표기법으로는 적을 수 없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런 모양으로 꾸며 보았다.


-


모음을 점령하지 못한 자음은 그냥 그 모음 근처에 빈대 붙는다. 독립적인 소리를 낼 힘이 없으므로 힘없이 부서지듯 소리를 낸다. (와중에 힘은 '리'에 준다, 첫 음절에 강세가 있기 때문이다)


"아놔! 그게 그거지, 뭘 그걸 따져 물어?"하고 저항할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원어민들은 음절이 바뀌는 순간, 세상에서 처음 듣는 단어를 만난듯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라떼 라지를 주문한 사람을 멀뚱히 쳐다보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커피숍에서 말이다. 뭘 그리 다르게 주문할 것이 있겠느냐만서도 그들은 그냥 못 알아듣는다.


Latte Large


무슨 소리냐, 라지에 e가 붙었으니까 모음으로 쳐줘야지! 그러면 정말 좋겠다만 서도 영어에서의 대부분 끝의 e는 그냥 장식품이다. 다른 소리가 나는 것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자체적으로 소리를 못 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안타깝게도 비슷하게 쓰여있지만, latte는 이탈리아어에서 온 말이므로 e를 챙겨서 발음해 준다.


다시 large를 살펴보면, 여기서 모음 구실을 하는 것은 a 하나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소리를 내느냐?


라-ㄹㅈ???


써놓고 보니 택도 없다. 라르쥬 아니다. 한국 철자법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구나. 그러나 우리에겐 유 선생님이 있으니까 소리를 빌려왔다.



언뜻 들으면, 라알쥬 하는 것 같지만, 라는 모음이 들리지 않고, 자음만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하는 조금 더 쉬운 방법은, 위에 읽어준 예처럼, 모음을 최대한 끌어주는 것이다. 그 소리를 길게 냄으로서, 뒤에 따라 나오는 자음이 자연스레 짧게 달라붙게 되는 것이다.


이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 하면, 우리가 기본으로 알고 있는 영단어의 30% 이상이 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식과 영어식의 음절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스트리트(4음절) street(1음절)

샌드위치(4음절) → sandwich(2음절)

노트북(3음절) notebook(2음절)

블루(2음절) blue(1음절)

그레잇(3음절) great(1음절)

오브콜스(4음절) → Of course(2음절)

프린트(3음절) → print(1음절)

기브미(3음절) give me(2음절)


이렇게 우리가 아는 단어나 표현으로만 나열해도, 아마 나는 밤을 새워서 적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설마 음절 좀 틀린다고 못 알아듣겠냐며, 대충은 알아들을 거라 생각된다면, 일본어를 가지고 생각을 해보자.


일본어는 대표적으로 받침을 사용하지 않는 언어이다. 따라서 영어의 음절은 우리보다 더 열심히 늘어난다. 구리무가 영어의 cream에서 왔다면 다들 웃는다. 너무 뜬금없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구리무(3음절) → 크림(2음절) → cream(1음절)

미루꾸(3음절) → 밀크(2음절) milk(1음절)

뱌꾸(2음절) → (1음절) back(1음절)

후라이(3음절) 플라이(3음절) → fly(1음절)


일본어의 발음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음절 인식이 그래도 영어에 조금은더 가깝다고 보인다. 이런 예를 보면서 우리가 일본어의 발음이 웃기거나 알아듣지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영어 원어민들 역시 우리의 발음이 저렇게 들리기 때문에 알아듣기 힘든 것이다.




이 습관은 하루아침에 고쳐지기는 어렵다. 우리는 평생 이렇게 영어를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렇게 글로만 가지고 내가 교정을 해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도 그래서 부득이 번거로워도 영상통화 수업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보통 한 3개월 정도 되면 많이 교정이 된다. 완전히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틀리게 말하는 순간 바로 알아듣게 된다.


하지만, 혼자서 노력해서도 고칠 수 있다. 이 음절을 염두에 두고, 아주 쉬운 영어 오디오북을 따라 읽는 것이다. 문장에서 하는 것이 어려우니 단어별로 연습하고 싶다면, 구글 검색으로 sandwich pronounce라고 검색하면, sandwich를 따라 읽기를 할 수 있게 바로 발음이 뜬다.


그걸 컴퓨터에 띄워놓고, 원어민의 소리와 내가 따라 읽는 소리를 함께 녹음을 하고 들어보자. 어떻게 틀리는지 차이가 들릴 것이다.


문장에서도 연습해야 한다. 특히 have, didn't, must, is 이런 기초적인 단어부터 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단어 하나만 읽어도 이렇게 음절 수가 확 늘어나는데, 문장으로 가면 말할 것도 없다.


아이워즈 소 타이어드. (9음절) → I was so tired. (4음절-심지어 3음절처럼 들림)

더프린트 머스트비 온디아더사이드. (15음절) → The print must be on the other side.(9음절)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차근차근하다 보면 어느새 많이 가까워져 있으리라 생각한다.




글로서 발음교정을 돕고자 하는 야심 찬 마음을 갖고 연재를 시작했는데, 몇 개 하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친 기분이네요. 그냥 이 페이지에 소리를 끼워 넣을 수 있으면 좋은데, 음성파일은 삽입이 불가하고, 반드시 동영상으로 넣어야하니 참으로 어렵습니다!


이것 때문에 팟캐스트를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지경이에요. 하하! 일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 말이죠. 유튜브 하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그건 정말 시간 많이 들거 같아서 엄두가 안 나고요...


아무튼 지금 이 정도로라도 어느 정도 감이 잡혀주시기를 기대하면서, 궁금한 점의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이번 내용이 좀 어렵고 지루했을것 같아서 다음번에는 좀 더 가벼운 것으로 들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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