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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케익이 아니고 ㅅ떡!

우리만 영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by 라슈에뜨 La Chouette

지난번에 음절을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어쩔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 그냥 쭉 다르게 박힌 습관 때문에 자동으로 나오는 소리들을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다음 편은 음절 말고 좀 더 쉬운 것을 써야지 했는데, 또 음절타령하는 글을 하나 더 쓰게 된 것은, 바로 어제저녁 메뉴 때문이다.


앉아서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있는데 우리 아저씨가 저녁 할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다. 분명히 오늘의 메뉴는 남편의 햄버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농담 삼아, "오늘 저녁, 내가 만드는 건가?"하고 던졌더니, 남편이 "Yes."라고 대답을 했다.


갑자기 머릿속이 핑핑 돌면서 기억을 헤집기 시작했다. 맞다, 햄버거는 이미 어제 먹었고, 오늘 저녁은 내가 하겠다고 했구나! 다짐육이 있어서 그걸로 궁중 떡볶이를 하겠다고 해놓고서 까맣게 잊은 것이다. 허둥지둥 떡볶이 떡을 물에 담그고, 야채를 썰고 있는데, 남편이 다가와서는 묻는다.


"이게 왜 rice cake이야? 하나도 케익 같지 않은데."


나도 사실 그게 궁금하다. 은 영어로 rice cake 이라고 늘 말하고, 한국인들이 떡을 소개할 때에도 당연히 그렇게 사용되고는 했는데, 사실 영어로 rice cake은 이미 사용되는 단어이다.


ENG_2023_017.jpg 이 쌀뻥튀기를 rice cake 이라고 부른다


쌀뻥튀기를 하나로 뭉쳐놓은 이것을 영어로 rice cake이라고 부른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너희는 설날에 뭐 먹느냐는 질문 같은 것에 rice cake soup이라고 대답하면 상대방은 엉뚱한 상상을 하며 황당한 표정이 되곤 한다. 뻥튀기를 담근 수프라니 창의성을 발휘하려고 해도 너무 어렵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남편에게 이라는 단어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사실 남편은 귀가 굉장히 서양인이어서 한국인 발음 구분을 힘들어하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 그냥 영어로 풀어서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지난번에 김밥을 성공한 것을 믿고, 이번엔 떡을 시도했다.


"This is 떡."


나의 이 말에, 남편은 되물었다.


"ㅅ떡?"

"아니, 앞의 ㅅ는 떼고 그냥 떡"


영어로 설명하니 앞의 is 때문에 ㅅ떡이 된 것 같기에 정정을 해줬다. 굉장히 비슷하게 발음했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가르쳐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억?"


남편은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어렵사리 억이라고 되물었다. 아뉘! 만 떼라는데 왜 까지 떼어버린 거냐고. 그게 아니라 는 그냥 두라고 재차 설명했지만, 남편의 입에서는 만 빼고, 컥, 헉 등의 단어들이 나왔다.


나는 다시 ㅅ떡으로 돌아갔다. 찰지게 발음하는 남편은 분명히 입으로 이 소리를 낼 줄 아는데, 가 떨어지는 순간 그 소리가 사라진다. 지난번에 영어에서 스트리트(street)가 사실은 한 음절로 'ㅅㅌ리ㅌ'라고 설명했는데, 그걸 한 음절로 소리 낼 수 있는 비법은 바로, 그들의 귀에 'ㅅㅌㄹ'가 한 덩어리로 인식되기 때문인 것이다.


남편에게 있어서 'ㅅㄸ'는 한 덩어리였다. stuck의 발음은 낼 수 있지만, 은 안 된다. stuck도 되고, tuck도 되고, duck도 되지만, 은 안 되는 현상은 그로서는 극복 불가한 넘사벽이었다.




이 상황은 내가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디저트(dessert) 발음을 설명할 때와 마찬가지 증상이다. 비록 이 이야기는 음절 이야기가 아니고, 자음에 관한 이야기지만, 의도와 상관없는 소리의 발생이라는 점에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 중에 이 dessert를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은 한 3%나 될까? 물론 교포나 영어 능통자는 제외하고 말하는 것이다.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이 발음이 너무 어렵다. 이게 z 발음을 내야 하는데, 심지어 별도로 z 발음을 낼 줄 아는 사람도 이 단어는 틀리는 것이 보통이다.


너무나 아이러니한 것은 야채(vegetables)에서의 ge는 오히려 z로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디저트의 zge로 내는 것이다. 분명히 두 가지 소리를 다 낼 줄 아는데, 자신이 그 소리를 낼 줄 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른다. 즉, 어떻게 내는지 모르고, 그냥 우연히 그 소리가 나오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gez가 쓰일 곳을 반대로 사용한다.


비교해서 들어보자.


vegetables :

31초에 시작하는 vegetables의 발음을 들어보자 (안타깝게도 ge 소리의 설명은 없다)


dessert :

디저트와 사막을 비교해서 가르쳐주지만 둘 다 z 발음이다.


이 두 발음이 구분이 안 되는 분들은 사실 이런 영상을 봐도 구분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귀로 들리기에는 모두 똑같은 ''인 것이다. 단지 어떤 상황에서 소리를 내느냐에 따라서 그 소리가 자동으로 바뀔 뿐이다. 따라서 내가 백날 글로 설명해도 느낌이 잘 안 올 것이다.


간단하게 보자면, vegitables에서의 ge쥬스(juice)에서의 j와 같은 소리로 발음을 하면 맞다.


dessertss는 눈앞에서 설명해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글로는 불가할 듯하다. 그래도 굳이 설명하자면, 소리를 먼저 연습하고, 그 소리를 유성음으로 바꿔주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파열음이 아니고 마찰음이기 때문에, 한없이 소리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즈으으으으으 라는 모음의 향연이 아니라 즈즈즈즈즈 를 한큐에 내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나야 한다. 꼭, 꿀벌이 날갯짓하는 것 같은 소리인데, 혀끝을 아랫니 뒤쪽에 붙이고 낸다. 직접 들으면서 연습하고 싶다면, 아래 동영상에서 s와 비교하여 z를 설명하는 영상을 따라 하면 좋을 듯싶다.




오늘의 글은, 딱히 발음을 딱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엔 좀 역부족이다. 다만, 왜 구조적으로 어려운지를 이해하고, 잘 안된다고 해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어제 저녁 메뉴로 ㅅ떡볶이를 먹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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