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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r 04. 2023

I'm boring?????

나 따분한 거 맞아?

영어가 필요한 것 같기는 한데, 정말 절실한 것은 아니고, 그렇다 보면 어중간하게 한 발 걸쳐 놓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나는 사실 평생 영어할 일이 없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가 미국에 잠시 살게 되었었고, 그 이후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내가 뭐 또 미국에 가겠느냐는 마음으로 영어를 완전히 접은 케이스였는데, 사람 일은 모르다 보니 이제는 종일 영어를 하며 살고 있다. 


아무튼 영어는 전 국민의 취미생활인지, 아니면 발목을 잡는 무엇인가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영어에 엮어 있는 기분이다. (물론, 전 국민은 과장이다.) 어쨌든 영어에 관한 약간의 부담감이나, 아니면 그냥 영어를 좀 잘했으면 좋겠는 마음일 수도 있다. 


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영어 공부를 하고,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실, 영어가 만국 공통어는 아니지만 그런 행세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려면 영어를 아는 게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 연습 삼아 영어로 일기나 몇 마디씩 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 틀린 영어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하긴 뭐, 나도 잘 틀린다. 아무 생각 없이 썼다가 나중에 다시 보면, 왜 이렇게 썼지 싶은 것도 있다.


그런데 유독 잘 틀리기도 하고, 틀린 만큼 웃기게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이거다.


I'm boring...

설정샷

스타벅스 같은 데서, 커피 사진 찍고, 그 옆에 책이 한 권 놓여있거나... 그리고 거기에 쓰여있는 말로 정말 여러 번 봤다. (남의 것을 캡처해 오는 무례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므로 설정샷)


왜 틀릴까? 우리가 사전에서 '따분하다, 지루하다' 찾으면 boring 나오고, 이 정도 영어쯤은 누구나 아는데, 틀린단다.


이건 우리랑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서 그렇다.


나 따분해.

이 영화 따분해.


한국어로는 이렇게 똑같이 쓰는데, 영어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무조건  이렇게 외운다.


boring : 사물

bored : 사람


좀 편리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게 다 맞는 것은 아니다. boring을 사람에게도 쓸 수 있다. 이게 왜 이렇게 되는지를 아는 편이 훨씬 유리하니 간단하게 설명을 하겠다.


영어에서의 '따분하다'는 표현을 알려면, '따분하게 만들다, 지루하게 하다'라는 의미의 동사 'bore'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따분하다는 표현은, 내가 스스로 따분함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으로 인해서 따분한 기분이 드는 것뿐이다.


따라서 뭐가 날 따분하고 지루하게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해가 좀 쉬워진다.


얼마 전 딸과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는 중이었는데, 남편이 뭔가 딴소리를 했다. 그러자 딸이 농담 삼아 이렇게 말했다. 


"Am I boring you?"

내가 엄마 아빠를 따분하게 만드나요? 저랑 얘기하는 게 재미없어요? 


이런 의미가 된다. 즉, boring은 따분하게 만드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누가 누구를 따분하게 만든다는 전체 문장을 다 쓰지 않아도, boring은 따분함을 일으키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면 된다.


That movie was so boring!

그 영화는 진짜 따분했어.


What do you do on a boring day?

심심한 날에는 뭘 해?


That's such a boring job!

그건 정말 따분한 일이야.


자, 이제 "I'm boring."이 왜 안 되는지 감이 오는가? "난 따분한 인간이야" 즉, 누구든 나랑 있으면 지루해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가 심심하다는 말을 하고자 할 때에는 이 단어의 수동태를 사용하면 된다.


I'm bored. 나 심심해. 


뭔지 모르겠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서 내가 심심해졌다는 말이다.


Whenever you're bored, just call me.

언제든 심심해지면 나를 불러. 나한테 전화해.




여기까지 감이 잡혔다면, 응용을 해보자.


<< It's interesting. / I'm interested. >>

Her love story is so interesting. 그녀의 사랑이야기가 아주 재미있어.

I'm so interested in Jenna. 나 제나한테 정말 관심 있어. 


<< It's exciting. / I'm excited. >>

This was the most exciting movie I've ever seen! 이건 내 평생 가장 흥미진진한 영화였어.

You know what? Andy was so excited by your news! 그거 알아? 앤디가 네 소식 듣고 완전 흥분했어.


<< It's disappointing. / I'm disappointed. >>

The trip was disappointing. 그 여행은 실망스러웠어.

You really are disappointing me now. 네가 이제 날 정말 실망시키는구나.

I'm disappointed in you. 너한테 실망이야.

He was disappointed that she hadn't phoned. 그녀가 전화를 안 해서 그는 실망을 했어.


<< It's amazing. / I'm amazed. >>

Adele is amazing. 아델은 정말 굉장해.

Her voice is amazing그녀 목소리 끝내줘.

She has an amazing voice. 그녀는 정말 끝내주는 목소리를 가졌지.

I was amazed by her song. 나는 그녀의 노래에 감탄했어.


<< It's depressing. / I'm depressed >>

He's in a coma, on Christmas day! How depressing! 크리스마스에 혼수상태라니, 너무 우울해!

He was so depressed that I wasn't able to say anything. 그가 너무 우울해져서 아무말도 못 했어.


이런 식으로 관련된 표현을 불러오면 정말 끝도 없이 나온다. 이렇게 어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될 때 -ing 형태로 사용하고, 그 감정을 느끼는 존재가 될 때 -ed 형태가 되는 것이다.




그럼 마치기 전에 살짝 다르지만, 역시 잘 틀리는 것을 하나만 더 보고 끝내겠다.


나 무서워. 

저 여자 무서워.


역시 똑같이 무섭다고 썼지만, 이 두 문장에서 이 단어는 전혀 반대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나 무섭다고 할 때에는 scared를 쓰면 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저 여자 무섭다고 하려니까 scaring을 쓰기엔 좀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이 scare라는 단어는 그에 맞는 형용사가 따로 있다. scary. '무서움을 유발하는'이라는 의미의 형용사가 있기 때문에, 굳이 동사에서 가져온 형태의 형용사를 쓰지 않는다. 오히려 scaring이라고 한다면, '겁을 주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I'm scared. Please stay with me tonight. 나 무서워. 오늘 밤 나랑 같이 있어 줘.

There's my boss. She's so scary. 저기 우리 상사가 있네. 저 여자 진짜 무서워.

Stop! You are scaring the cats. 그만해! 네가 고양이들을 겁주고 있잖아.



표지 사진: Unsplash의 Priscilla Du Pre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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