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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l 14. 2023

세상 쉬운 쑥 젤라또

나는 생크림이 남아서 곤란하면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근데, 아이스크림인 건가, 젤라또인 건가? 사실 그게 그거다. 이탈리아어로 아이스크림이 젤라또니까. 그래도 이탈리안 젤라또는 나름의 비결이 있기도 하다. 아이스크림은 유지방이 젤라또보다 높다. 생크림의 비율을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에 달걀노른자를 넣는데,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젤라또에는 달걀은 보통 생략한다. 그리고 그 쫀득함을 전분으로 잡는다.


그래서 귀찮아서 달걀을 넣지 않으면 나는 젤라또라고 부른다. 하지만 내것은 정통 젤라또는 아니겠지, 고소하라고 생크림과 우유를 반반 넣으니까. 뭐 어떤가, 맛있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나는 아이스크림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저렴한 것을 중고로 사서 써봤는데 결과가 그닥 흡족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가의 기계를 들이고 싶지는 않다. 없이도 충분히 맛있게 만들 수 있으니까.


아이스크림 기계가 없으면, 중간중간 냉동실에서 꺼내서 질감을 부드럽게 저어줘야 하는데, 그게 보통 고역이 아니다. 깜빡 잊기도 쉽거니와, 잘 저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면 딱딱한 하드처럼 되어버리는데, 그러면 또 그걸 젤라또라고 부를 수는 없다.


머핀틀에서 나온 젤라또는 모양도 예쁘다


여기에 편법이 있다. 실험 삼아 해봤다가 결과가 마음에 들어, 우리 집은 쭉 이 스타일로 간다. 바로 컵케익 몰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종이로 된 것 말고, 실리콘으로 되어서 재사용이 가능한 것을 사용하면, 적은 양의 아이스크림을 굳힐 수 있다. 뒤집으면 아주 쉽게 내용물이 빠져나온다. 


그럼 만들기 시이작!


일단 냄비에 가루류를 섞어준다. 전분과 당분이 들어가고, 쑥 가루도 이때 들어간다. 나는 콜라겐도 이때 함께 넣는다. 콜라겐은 열을 가해도 괜찮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조금 더 먹으려고 노력한다.


가루끼리 미리 섞어줘야 나중에 액체에 더 잘 풀린다.


이제 우유와 생크림을 넣을 차례다. 신나게 계량해서 확 붓는 게 아니라, 조금만 넣고 먼저 잘 섞어주는 것이 좋다. 안 그러면 가루들이 둥둥 떠다니면서 잘 개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충분히 잘 개어졌거든 그다음에 나머지 액체를 눈치껏 넣으며 섞어준다.



이제 불에 올리고 계속 저으면서 가장자리가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까지 데운다. 팔팔 끓이지는 않고, 뭉근히 끓인다. 쑥이 모자란 듯 색이 희멀게 보이지만, 굳으면 다시 진해지므로 쑥을 더 넣을 필요는 없다. 다 되어갈 무렵이 되면 액체가 좀 끈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정상이다



끓고 나면 불을 끄고, 버터를 넣어서 섞어준다. 그리고 실리콘 머핀 컵에 내용물을 부어준다. 처음 액체 계량할 때 사용했던 계량컵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이제 이대로 냉동실로 들어가고, 하룻밤 자고 나면 완성이다. 


먹을 때에는 그대로 뒤집어서 디저트용 그릇에 담은 뒤에, 전자레인지에 강으로 10초 정도 돌려준다. 10분이 아니고, 10초! 그러면 살짝 부드러워진다. 너무 돌리면 다 녹아서 물이 되므로, 냉장고에 며칠 둬서 딱딱해져도 최대 20초를 넘기지 않는다.


꺼낸 모양이 예쁘기 때문에 그대로 서빙해도 되지만, 손님 초대 시에는 거기에 장식을 얹으면 날개를 단다. 나는 생크림을 휘핑해서 올리기도 하는데, 그러면 아이스크림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이렇게 초록 아이스크림에는 빨간 산딸기가 잘 어울린다. 마당에서 얼른 따서 얹었다.



쑥가루 대신에 코코아 가루를 넣으면 초코 아이스크림이 되고, 호두를 갈아서 넣으면 호두 아이스크림이 된다. 냉동 딸기를 푹 끓여서 넣을 수도 있고, 집안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좋다. 로즈메리 아이스크림도 아주 고급스러운 맛이었는데, 그것은 다음 기회에 다시 소개하겠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꿉꿉한 장마철 다들 시원하게 보내시길...




쑥 젤라또

머핀컵 9개 분량


재료:

우유 1컵반

생크림 1컵반 

자일리톨 1/4컵 (취향껏 조절)

타피오카 전분 2큰술 

쑥가루 1/4 컵

콜라겐 파우더 1/4 컵 (옵션)

소금 한 꼬집

바닐라 액 1 작은술 (옵션)

버터 1큰술 


만들기:

1. 냄비에 가루 재료들을 먼저 섞어둔다

2. 우유를 조금씩 부으면서, 가루가 뭉치지 않게 저어준다. 

3. 생크림을 붓고 중불로 끓이기 시작한다. 계속 저어준다

4. 뭉근히 끓기 시작하면, 불에서 내리고 바닐라 액을 넣는다. 

5. 버터도 넣어서 저어준다

6. 실리콘 머핀틀에 넣고 실온까지 내려가면 냉동실로 넣어 5시간 이상 얼린다.

7. 먹기 전에 틀에서 꺼낸 후, 전자레인지에서 10초 정도 돌려주면, 먹기 딱 좋은 젤라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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