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soft를 쓰지 말 것! 19금 됨.
우리가 단어를 1:1로 외우다 보면, 단어의 뜻을 아는 거 같으면서도 쓸 수 없는 지경에 쉽게 이르게 된다. 하루에 50 단어씩 외운다고 덤비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서 나는 말리기 바쁘다. 그렇게 외운 단어는 남지도 않고, 무슨 뜻인지도 결국 다시 모르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어에서 양말이라는 단어를 배워도, 그것을 신는 것인지, 입는 것인지, 쓰는 것인지 모르면 양말 조차 제대로 한글로 신을 수가 없지 않은가? 어느 누구도 양말을 입는다고 말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꼭 이렇게 명사뿐만 아니라 다른 품사는 더 어렵다. 영어에서는 하나의 단어가 명사 및 동사로 동시에 쓰이는 경우가 흔하다. 비슷하게 상상되는 뜻일 때도 있고 전혀 다를 때도 있는데, 나도 그로 인한 실수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아는 단어 chop은 "다지다"라는 뜻이었다. 학교 때 그렇게 배운 것을 고이고이 간직하고 의심의 여지없이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도마를 영어로 말할 때, chopping board 또는 cutting board라고 한다. 나는 요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요리 영어도 관심이 많은데, 곱게 다진 양파는 finely chopped onions라고 한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pork chop을 해주겠단다. 나는 진짜 폭찹이 뭔지도 몰랐다! 뭐든 상관없으니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완성된 음식은? 어? 이건 돼지고기 스테이크 아니야? 돼지를 챱챱 다진 게 폭찹인 줄 알았는데 덩어리 고기가 완성된 것이 아닌가?
알고 봤더니 폭찹은 뼈가 붙은 돼지나 양고기의 한 부위를 일컫는 말이었고, 스테이크처럼 이렇게 덩어리로 요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한국 웹사이트에서 한국어로 폭찹을 검색하면 뭉텅뭉텅 썰어서 볶은 돼지고기 사진이 나왔고,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면 이렇게 덩어리로 구운 요리가 나왔다.
다시 chop이라는 단어를 관심 있게 찾아봤더니, 이 단어는 조근조근 다지는 것보다는 힘차게 내려서 찍는 동작에 더 가까운 동사였다. 즉, 장작을 패는 것 같은 동작을 말한다. 즉, 도마에서 양파를 다진다면 도마를 두드리듯 챱챱 내리치게 되는 것이고, 그 동작 역시 chop에 해당된다. 하지만 큰 돼지를 뼈째로 확 내리쳐서 토막을 낸 고기가 바로 pork chop이고 이것은 스테이크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무튼 이 고기는 아주 연하고 맛있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오늘은 형용사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중에서 흔히 고기가 연하다는 표현을 하고자 할 때 많이 틀리는 것이 바로 soft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고기는 tender라고 말해야 한다.
This pork chop is so soft! (x)
This pork chop is so tender. (o)
반대로 고기가 질기다고 말할 때에 역시 hard를 쓰지 않는다. hard는 단단하다는 의미이지 질기다는 의미가 아니다. 질긴 것은 결국 입 안에서 씹히는 맛이 많다는 얘기다. 이럴 때 사용하는 단어는 tough이다.
방생한 토종닭은 운동을 많이 해서 질기기 쉽다. 그래서 특히 더 푹 익혀야 한다. (조만간 이 레시피를 올릴 예정) 우리 집에서 애용하는 통닭구이는 닭을 아주 연하게 해 준다.
This chicken isn't tough at all.
이 닭은 전혀 질기지 않아.
다시 정리하면, 고기는 tough (질기다) / tender (연하다)로 사용할 수 있다.
hard meat 나 soft meat라고 하면 엉뚱한 연상을 해서 19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절대주의할 것.
그래서 이 hard나 soft는 단단한 정도를 일컬을 때 사용한다.
These pears are already soft.
이 복숭아가 벌써 물렀네.
위와 같은 경우는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된다. 한국배와 마찬가지로 서양배도 무르면 당연히 맛이 없다.
This peach is soft and sweet!
이 복숭아는 부드럽고 달콤해.
My mother bought some hard nectarines. They are tough but flavorful.
우리 엄마가 딱딱한 천도복숭아를 사 왔어. 씹기에 단단한데 풍미가 좋아.
사실 나는 soft 한 천도복숭아보다는 tough해서 씹히는 맛이 있는 것이 더 좋다. 이럴 때 tough는 꼭 나쁜 표현은 아니다. 즉, 씹히는 힘이 있을 때 주로 tough를 쓰고, 눌러봐서 단단한 경우에 hard를 사용한다고 머릿속에 이미지를 만들면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영어에서 삶은 달걀을 hard boiled egg라고 하는데, 껍질을 깔 수 없을 만큼 덜 익힌 상태에서 위를 열고 숟가락으로 떠먹는 경우는 soft boiled egg라고도 한다.
그렇게 단단한 정도를 말하다 보니 힘든 것이나 거친 것에도 이 단어들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의 반대말은 대부분 soft가 아니다. 실제로 만져서 soft 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I got a tough/hard case.
탐정이나 형사가 풀기 힘든 사건을 맡았을 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tough나 hard를 다 쓸 수 있고, 사실상의 의미는 difficult이다. 따라서 반대말은 easy가 되겠다.
즉, 하나의 단어를 사전 찾아보고 뜻을 달달 외울 것이 아니라, 사전을 찾는 경우, 거기에 나온 예문들을 읽어보고 그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 쓰임새와 느낌을 알아보는 것이 실제로 그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지름길이다.
오늘의 설명은 hard to understand 했을까? 아니면...?
(여기서 soft라도 설마 대답하는 분은 안 계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