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라는 것이 언제나 그렇듯이 정답은 없다. 이렇게 쓰는 사람들도 있고 저렇게 쓰는 사람들도 있고, 틀리게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냥 결국 그게 맞는 맞춤법이 되거나, 그렇게 써도 하나도 이상하게 들리지 않게 되는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영어를 도와주다보면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Can I...?" 또는 "May I...?" 또는 "Could I...?" 이런 것들을 도대체 어떻게 써야할까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Can I go to the bathroom?
영어를 처음 배우는 분들이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흔히 사용하고싶어하는 것이 바로 이거다.
그렇지만 이 문구를 쓰는 게 적합한 경우는 거의 없다.
우선 우리가 남의 집에 가거나 했을 때 화장실 가도 되냐고 묻지 않는다. 허락을 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일하게 허락을 요구하는 경우, 학교에서 수업중에 선생님한테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한테 이렇게 물었다가는 농담 섞인 비아냥을 받기 쉽다. can 이라는 동사는 "할 능력"이 있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학교에서는 may와 can의 차이를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교사들이 순순히 응해주지 않는다. 실제로 딸아이 중학교때 학급에서 어떤 아이가 그렇게 물어봤다가 선생님이 놀리셨다고 했다. 거의 "네가 생식기가 있으면 갈 수 있겠지" 뭐 이런 식이다. 아니면, "글쎄다, 너 갈 수 있니?" 이런 식으로 놀리기도 한다. can 이 가진 의미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즉,
“Am I capable of going to the bathroom?”
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 화장실 갈 능력이 되는감요?"
물론 사회생활에서 can으로 묻는 것이 많이 일상화 되긴 했지만, 역시 우아한 표현은 아닌거다.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묻는 게 좋다.
"Excuse me, Mr. Baran, may I go to the bathroom?"
화장실에 가도 되느냐고 공손하게 허락을 묻는 것이다.
간단하게 다른 예문을 비교해본다면, can을 이용해서 다음과 같이 물었을때
까칠한 사람은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A : Can I use your pen?
B : Yes, you can use my pen, but you MAY not.
즉, 너는 펜을 이용할 능력은 있지만 (손이 있으니까) 그러나 내가 너한테 허락안해. 이렇게 대답하며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뭘 굳이 이렇게 까칠하게 하느냐 할 수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런 의미가 되기때문이다. 즉, 한국어에서 흔히 많이 틀리는 것이, "너랑 나랑 틀려." 라고 진짜 많이 틀리는데,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너랑 나랑은 달라." 라고 말해야 맞다. 전자처럼 말하면 잘못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잘못된 맞춤법을 사용하고 또 그럭저럭 무난히 넘어간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 경우에는 용납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우리는 이왕이면 그 차이를 제대로 알면 편하겠다 하는 얘기다.
그러면 다시 화장실 이야기로 돌아와서, 학교가 아닌데서 대화를 나누다가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 이웃집에 초대되어 갔는데, 아니면 지인들과 카페에 갔는데,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Excuse me (for a moment).
그러면 사실 뻔하다. 화장실 간다고 안해도 된다. 카페에서 잠시 일어나는데 가봐야 어딜 가겠는가?
좀더 공식적으로 공손하게 말해야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회의 하다 말고 일어나야한다면 이유를 분명히 말해야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잠시 실례한다고 하거나 상황에 따라 적절히 말할 수 있다.
May I be excused (to use the restroom)?
카페가 아니고 남의 집에 처음 갔다면, 화장실이 어디있느냐고 물어도 된다.
Would you tell me where the bathroom is, please?
또는 더 정중하게,
May I use your bathroom?
그러면 집주인은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또는 카페나 식당에 가서 화장실을 물어볼 때도 있다. 이런 경우 그곳 종업원에게 물어보는데, 많은 분들이 toilet을 사용한다. 하지만 미주지역에서는 이렇게 잘 쓰지 않는다. 이 단어는 엄밀히 말해서 "변기"이다. 흠! 그렇다면 어쩐지 쓰기엔 좀 불편하지 않은가? 그래도 영국이나 기타 유럽에서는 toilet을 흔히 쓴다. 가정에서는 주로 bathroom을 사용하고 외부에서도 미주지역에서는 흔히 그렇게 사용한다. 원래 욕조가 있는 욕실을 의미하는데 그들이 그렇게 쓰니 뭐 그런가보다 할 수 밖에. 그리고 공공장소나 식당 같은 곳에서는 흔히 restroom을 사용하고, 간혹가다가는 ladies' room / men's room 이라고 사용하기도 한다. 캐나다에서는 washroom 도 많이 쓰는데, 미국에서는 이상하다고 반응한다. 다 같은 영어같아도 이렇게 다를 수가! 그리고 사실 개인별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서 식당이나 커피숍에서는 간단하게 Where's the restroom, please? 라고 해도 된다. 물론, 위에서 물었던 공손한 표현을 사용하면 우아해보인다. 잘 사용할 수 있는 구문이다.
Would you tell me where the restroom is, please?
자, 이제 외국 나가서 화장실 가실 준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