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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May 20. 2024

유튜브 입성기

얼떨결에 뛰어들어서 두리번거리는 중

남들 다 한다는(?) 유튜브를 안 하고 계속 버텼다. 거의 십 년 전쯤 한번 시도를 했었다. 유튜버 시도라기보다는, 온라인 영어 책 강좌라고나 할까? 당시에 딸이 영어로 된 책을 출판했고, 그 내용으로 영어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서 구문 설명 강좌를 한 적이 있었다.


사실 나는 선생이 체질인 사람이라서 강의는 별로 어려워하는 일이 없었지만, 유튜브의 세계는 달랐다. 어찌나 어리바리하던지! 사람을 직접 앞에 놓고 하는 수업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나는 계속 틀렸고, 다시 녹화하는 일들이 힘들었다.


결국 영상으로 내 얼굴과 함께 설명하는 것은 포기를 하고, 화면에는 스크립트만 띄운 채, 목소리로만 녹음을 해서 올렸다. 그래도 목소리는 재녹음이 쉬워서 어느 정도 가능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역시, 화면에 올라가는 내용을 편집하는 일까지 모든 일을 혼자 다 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편도 버거웠다. 한 달여에 끝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석 달 넘어서까지 질질 끌면서 고생하며 총 25개였던가 했던 그 영상을 마무리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레시피 영상 만든다고 하다가, 그 노력대비 결과가 미천하여, 그냥 접어버렸다. 유튜브 영상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으로 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말이다.


그 이후에도 종종 유튜브 하라는 소리를 듣고는 했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한 달 전 어느 날, 한 지인이 갑자기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미국 여행준비로 한창 정신없이 바쁠 때여서 어딘가를 시간 내서 가기는 힘들겠다며, 차라리 집으로 오시라고 했다. 그 김에 모종도 좀 가져가시라고 가볍게 초대를 했다.


그런데 그분이 나를 만나고자 했던 이유는, 바로 강력한 유튜브 권고였다. 내가 편집하기 힘들고, 장비도 없고, 시간도 없다고 말했더니, 자신의 마이크를 들고 와서 직접 보여주면서 설득을 했다.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내가 가진 이야기들을 나눠보라고 했다.


내 폰에서만 소리가 작은 보야 마이크


내가 현재 브런치에 쓰고 있는 글들을 유튜브에서 한다는 마음으로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니 의미가 있을 거라고 했다. 그냥 이렇게 모종 키우는 이야기, 음식 해 먹고사는 이야기, 부부의 에피소드 등등을 올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남이 사는 이야기를 누가 볼까 싶었다. 사실 나는 그리 유튜브를 많이 보는 타입이 아니다. 자료를 찾아도 늘 글로 찾는 뒤늦은 세대인데, 세상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누군가의 사는 모습을 유튜브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분이 유튜브를 하는데, 처음에는 그냥 어딘가 화면 맞춰두고 혼자 중얼중얼 떠들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냥 딴짓하면서도 들을 수 있는 라디오 같다고 오히려 편하게 느꼈다면서, 나도 처음에는 화면 별로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해 보라고 했다. 사람들마다 유튜브를 즐기는 방식은 다 다르다 싶었다


그냥 한 번 시작해 볼까?


사실 새로운 일을 벌일 여유는 없었다. 이미 브런치 글도 밀리는 상황이었다. 얼마 전에 만났던 브런치 작가님은 최근에 책을 냈다며, 날더러도 얼른 책을 쓰라고 추천을 하셨다. 그래서 보다 적극적으로 책 쓰기에 돌입할까 하던 참이었는데, 이번엔 유튜브... 아무래도 뭔가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기는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마이크를 구입하고, 한번 해보자 싶었다. 나는 저지르고 보는 성격이니까! 하지만 영상을 녹화하자니 세상 어설프고 어색했다. 차마 내 모습은 넣지도 못했다. 되는대로 마당을 돌아다니며 찍고 나서, 추천받은 블로(VLLO) 앱을 사용해서 이리저리 편집을 하고 목소리를 삽입해서 소개 영상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제일 자주 연락하는 가까운 친구들 챗방에 보여줬다. 구독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보고 평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내용이나 편집은 괜찮은데 목소리가 좀 빠른 편이라는 평이 나왔고, 소리가 작다고 했다.


목소리가 빠른 것이야 내 성질이 급해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소리가 왜 작을까? 내 폰을 키워서 들었기에 작은 줄 몰랐는데, 다시 듣고 보니 정말 모기소리만큼 작았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결국 완성된 영상의 소리를 5배로 키워서 다시 추출하고, 그걸 다시 받아서 또다시 5배로 올려서 추출했더니 간신히 적당한 목소리가 되었다.


마이크가 불량인가 싶었는데, 남편의 지금 전화기나, 옛날 전화기에서는 정상적인 소리로 녹음이 되었다. 그러면 내 전화기가 고장이라는 결론이 났다. 애플의 지니어스 센터에 가봤지만 배터리가 오래되어서 그럴 거라는 소리만 들었다. 


미국 갈 날은 다가오고 내 마음은 급해졌다. 와중에 몸도 아팠다. 결국 급히 전화기를 새로 장만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새 전화기 역시 같은 문제가 발생된 것이었다. 예전 전화기의 셋업이 새 전화기에 고스란히 들어가서 생긴 문제라는 결론이었다. 


아이폰 서비스에 전화를 해서 장시간 상담을 했지만, 그들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찾지 못했다. 이 문제는 사실 아직도 해결이 안 되어서, 마이크에 바짝 붙여서 녹음하고 소리를 키워서 추출하는 방식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미국 다녀와서 해결하기로 하고 일단 넘어갔다.


아픈 동안 영상 한 편을 더 만들어 올렸고, 그다음에 바로 미국으로 향했다.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름 요모조모 녹화를 하고, 동생네 도착해서도 계속 녹화를 했다.


다만 영상을 편집할 시간이 없었다. 아무리 일이 적은 방법이라고 해도, 말과 영상을 맞춰야 하고, 지루한 장면을 빼야 하고, 손이 안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동생네 편을 하나 완성해서 올렸다. 이미 동생네 집을 떠나서 딸이 있는 로체스터에 도착해서 이틀 후쯤 올린 것이다.


과연 누가 내 영상을 볼까 싶었는데, 영상 기다리고 있었다는 덧글이 달려서 깜짝 놀랐다. 동시에 의무감이  올라왔다. 나는 당장 더 시간을 낼 수 없는데 난감해졌다.


그래서 편법을 쓰기 시작했다. 여행 중에는 아무래도 제대로 된 영상 제작이 어려울 테니 차라리 짧은 쇼츠를 올려보기로 했다. 마침 동생네서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남편이 즉흥적으로 시저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그때 찍은 몇 장 안 되는 장면들로 1분짜리 쇼츠를 구성했다.


편집과 녹음을 완료해서 올려놓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눈을 뜨니, 밤새 1000회의 조회수가 올라와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랐는데, 조회수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안으로 4천 회를 기록하고는 점차 증가율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며칠 후에는 라일락 구경을 갔던 쇼츠를 올렸다. 그것의 인기는 확연히 낮았다. 잘 알지 못하는 로체스터 지역의 라일락 이야기는 인기를 끌기 무리였을 것이다. 그래도 간단히 100회는 넘어갔다. 내 구독자 수보다 많은 수였다.


그래서 내 나름 내린 결론이라면, 쇼츠가 아무래도 보기에 만만하다는 것과, 레시피가 인기가 좋다는 것이었다. 나름의 방향이 잡히는 것도 같았다. 단지 우리가 아직 여행 중이었기에 더 다양한 시도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나름 짧은 쇼츠만 몇 편 더 올렸다.



첫 주에는 몰랐는데, 둘째 주가 지나자 유튜브 스튜디오에 나름의 분석이 올라왔다. 나름 유튜버를 고무시키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나는 아직 헤매는 중이다. 무슨 내용을 올릴지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우리 부부의 닭살 이야기? 우리가 만나서 결혼하게 된 사연? 자식 키우기에 대한 나 나름의 소신? 간단한 영어 강좌? 음식 레시피? 아니면 남편의 요리 영상?


하나의 채널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 주장도 있고, 일단 처음에는 다양하게 이것저것 찍어 올리고 나서, 그중에서 인기가 있는 테마를 잡아서 그쪽으로 밀고 나가라는 주장도 있다. 다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일단 집에 돌아왔으니, 녹음 마이크 설정문제를 해결하고, 영상도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아직 실험을 좀 더 해야 할 것 같다. 단지, 3주 강행군이 무리였는지 몸살이 또 왔다. 차근차근해봐야지



저의 유튜브 채널입니다. 좀 더 볼 게 있을 때까지 뜸을 들일까 했는데, 그냥 올립니다. 구경해 보시고, 소식을 받고 싶은 분들은 구독해 주세요. 의리로 구독해 주실 필요는 없으니 부담 갖지 마시고요 ^^ 맘에 들면 좋아요도 챙겨주시면 좋겠지만요. 그리고, 유튜브에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 싶은 것도 덧글로 알려주시면 힘닿는 데까지 참고하겠습니다. (저의 굵직한 목소리에 놀라지 마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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