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면 바보가 될까?
예전에 1편에서 구시렁대던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내 유튜브 자막 번역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였다.
물론 내 속을 몇 번 뒤집은 ChatGPT는 나랑 안 맞아서 바로 버렸다. 사실 번역 수준도 상당히 떨어져서 고쳐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이러느니 그냥 차라리 내가 직접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것은 두고라도, 번역 수준이라도 좀 괜찮은 것으로 써보자 싶었다. 그렇게 시도한 것이, 번역으로 유명한 DeepL이었다. 꽤 훌륭한 번역 수준을 보여준다고 해서 기대에 차서 시도를 했다.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선은, 번역 수준이 생각에 훨씬 못 미쳤다. 그냥 적당히 단어를 엮어놓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길게 번역을 시키면 좀 맥락을 잡으려나 싶어서 자막 파일을 통으로 넣어봤다.
그랬더니 pdf 파일을 만들어서 주었다. 내가 웹에서 긁어서 복사하는 것보다 그것이 더 편할 수 있겠다 싶어서 파일을 열었는데, 이게 내 작업의 번역물임에도 불구하고 나조차 글자를 복사할 수 없었다. 그림처럼 만들어진 pdf 파일이었던 것이다.
아마 무료로 쓰니, 돈을 내라는 것 같았다. 난 여기서 바로 빈정이 상했다. 결정적으로 번역 수준도 그렇게 감동적이지 않은데, 내 것을 번역해 놓고 자기 마음대로 자기 것인 양 행세하는 것에 바로 마음이 상해서 접어버렸다.
그 이후로도 단문을 몇 개 번역시켜 봤는데, 역시 굉장히 어색한 문장을 만들어줬다. 번역 잘하기로 알려져 있는 Ai인데 나랑은 안 맞는가 보다. 아마도 논문이나 기사 같은 문장들은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사용하는 구어체는 감당을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정착한 것은 Perplexity였다.
처음 알기로 퍼플렉시티는 검색에 능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검색을 아주 잘했다. ChatGPT보다 확실한 검색 결과를 내놓았다. 필요한 정보를 좌르르 정리해 주고, 관련 링크를 함께 제공하는데, 정확도가 상당히 높았다.
무료 챗지피티는 2년 전의 정보만을 제공한다 했는데 퍼플렉시티는 새 정보도 다 찾아줬다.
늘 구글로 검색하던 나와 남편은 이제 퍼플렉시티로 갈아탔다. 그리고 와중에 교보문고에서 회원에게 3개월간의 Pro 무료 사용을 허용해 주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퍼플렉시티를 사용했다.
하와이 여행할 때에 필요한 정보를 찾을 때에도 유용하게 사용했지만, 물건 구매할 때에도 아주 편했다. 특히나 집에서 사용할 프린터를 구입할 때 아주 잘 썼다. 사실 일 년 전부터 프린터를 사고 싶었으나 뭘 사야 할지 결정이 어려워서 계속 미루고 있던 상황이었다.
레이저를 사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면 흑백이 대세이고, 컬러가 되면 출력품질이 상당히 떨어지거나 가격이 많이 올라가야 했다. 잉크젯을 쓰려면 잉크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문제가 있었다. 더구나 출력을 자주 하지 않으면 그나마 있는 잉크도 굳어버리는 문제가 있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EcoTank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잉크를 리필로 채워주면서 사용할 수 있는 프린터라고 했는데, 일반 잉크젯과 비교했을 때의 출력 품질의 차이가 궁금했다. 그러다가 퍼플렉시티에 묻기 시작했다.
각 제품의 장점과 단점 등의 비교를 요청했더니, 알기 쉽게 잘 정리를 해줬다.
예전에 구글로 검색할 때에는, 원하는 모델을 여러 개 검색하고 그것을 비교하느라 눈이 빠질 것 같았는데, 이렇게 하니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싹 정리가 되었다.
더구나 보기에는 같아 보이는데 가격차이가 나고, 잘 보면 모델명이 아주 조금만 다른 제품들을 비교하는 것은 정말 고달픈 일이었고, 결과값을 제대로 찾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경우에도 비교가 아주 명확했기에, 덕분에 프린터를 잘 구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정보 검색에서는 확실하게 퍼플렉시티로 자리 잡았다.
Ai에 의존하면 무조건 바보가 될까?
정말 모든 것을 Ai에 의지해서, 심지어 일기 같은 글까지 Ai로 쓰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보니 부적절한 Ai 사용에 대해서 나 역시 좀 부정적인 생각이 있기는 하다.
특히나 요새는 블로그 글들을 검색해 봐도 도대체 영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Ai 글들이 난무하고 있고, 심지어 스레드 글도 Ai로 쓴다고 하니, 그런 글은 읽고 싶지도 않고, 그런 사람들과는 팔로우로 연결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최근에 재미있었던 일은 이런 일이 있었다.
가드닝 동호회에서 누군가가 특정 식물 '옮겨심기'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 사람, 저 사람들이 답변을 달고 있지만, 사실상 그다지 신뢰할만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나 역시 답변을 남기면서, "이런 것은 Ai에 검색하시면 원하시는 만큼 자세하게 정보를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라고 적었다.
그때 그분의 반응은 이랬다.
"우리 딸이 Ai 자꾸 쓰면 바보 된다고 쓰지 말래요."
아마추어들로 가득한 동호회에서 질문을 하고, 거기서 나오는 답에 의심을 갖지 않고 따라간다면 그것이 과연 Ai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똑똑한 것일까? 게다가 동호회 운영자가 답글을 달면 그에 대한 신뢰가 급상승하며 그 의견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
동호회에서 질문을 해서 답변을 얻을 때에도 스스로 생각하며 맞는 답을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 똑똑한 질문법이 될 것이고, Ai를 사용한다면, 추가 질문을 반복하면서 보다 깊이 있게 들어가면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 똑똑한 사용법이 될 것이다.
Ai는 어차피 우리 앞에 던져졌다. 이제는 이것을 얼마나 현명하게 사용하느냐가 삶의 질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보인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아직도 공부가 많이 게으르다!)
그래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영상 자막 영어번역문제가 내게 남아있었다. 뭔가 좀 더 똑똑하게 사용하면, 단순노동을 최소화하면서 작업할 수 있을 텐데 맨날 미련하게 일부 복사하고, 번역시키고, 중간에 뒤섞어 놓은 거나 타임라인 바꿔놓은 거 나와서 뒤통수 맞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답답했다.
결국 스레드에 질문을 올렸다.
거기에 달린 답변 중에는 "그러는 시간에 직접 하는 게 낫겠다." 같은 것도 있었지만, 함께 고민해 주는 사람들 틈에서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해 준 분이 등장을 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연재글은데 실수로 브런치북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발견하여서 옮기느라 지우고 다시 썼습니다. 이미 보시고 좋아요까지 눌러주신 분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