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Oct 02. 2024

나도 Ai 써봤다!

똑똑한 줄 알았더니 거짓말쟁이였던 거야?

요즘 여기저기서 Ai 사용에 대한 이야기가 넘실댄다. 나만 모르나? Ai로 유튜브도 만들고, 블로그 글도 쓴단다. 그런 말들은 솔직히 솔깃하지 않았다.


요새 나는 점차 네이버 검색을 안 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나오는 글들에 더 이상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광고 때문에 생성된 글들이 모두 복제품처럼 떠다닌다. 


내가 검색하는 이유는, 그것을 실제로 해본 사람이, 써 본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읽고 싶어서인데, Ai가 쓴 글은 정보를 쭉 나열하는 보고서 같다. 그리고 그 말에는 깊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저 주워들은 것들을 짜깁기 한 수준이고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정보를 원한다면 나야말로 그냥 Ai에서 검색을 하면 된다. 뭐 하러 블로그를 찾아보겠는가. 그런 블로그들에는 광고가 도배되어 있다. 


유튜브 같은 곳에서는 Ai를 이용해서 얼마나 쉽게 블로그 글들을 쓰는지, 하루에 열개의 블로그가 어떻게 가능한지, 얼마나 돈을 버는지 그런 내용들이 넘쳐나는데, 결국 그렇게 들불처럼 번져서 이제 블로그는 더 이상 매력이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외면했던 Ai이건만, 점점 일상으로 파고 들어오니 계속 모르쇠를 하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정말 이 인공지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길로 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마치 누구나 세탁기로 세탁하듯이 인공지능을 쓸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좋은 옷은 손빨래를 하되, 그렇지 않은 것들은 세탁기로 빠는 세상 말이다. 그 시점에서 세탁기를 쓸 줄 모른다면 사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겠는가?


ChatGPT, 너 믿어도 돼?

그래서 나도 한 번 Ai랑 놀아보자 했다. 그 첫 시도는 챗지피티(ChatGPT)였다.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만만한 것이니까, 뭔가 내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귀찮고 손 많이 가는 거를 시켜보기로 했다.


바로, 자막 번역이었다. 내가 유튜브를 만들면, 거기에 영어 자막을 꼭 넣는다. 내 유튜브를 보는 외국인 친구들을 위한 배려이다. 하지만 이게 보통 성가신 게 아니다. 보통 유튜브 올린 후에 거기서 하는데, 자동 번역 손 보느라 유튜브 화면 들여다보는 것이 괴롭다.


그래서 이번엔 한글 자막 파일을 주고 번역을 시켜보자 했다. 



내 대본이 올라가자마자 유려하게 화면이 촤르르 올라가면서 영어 자막이 생성되었다.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잘 된 것 같았다. 



세상에! 감격이었다! 물론, 번역 품질은 떨어지니 내가 보면서 다시 수정해야 하겠지만, 일일이 쉬운 것까지 하나씩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니 생산성 그 자체가 되겠거니 했다.


고맙다고 말해주고, 얼른 그것을 복사해서 수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딸에게 전화가 왔길래, 나 수업 들어가야 하니 네가 마저 해달라고 떠넘겨 버렸다.


그런데 잠시 후 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엄마, 원래 한글 대본이랑 달라도 되는 거예요?"

"직역 안 해도 돼. 그냥 뜻만 통하면 돼."

"그게 아니라 너무 다른데?"

"알았어 수업 끝나고 다시 볼게."


다시 확인한 결과, 정말 내용이 많이 달랐다. 이게 뭐지 싶었다.


꼼꼼히 살펴보니, 한 열 번째 줄 넘어가서부터는 교묘하게 두 라인씩 막 자기 맘대로 합쳐서 줄여 버리기 시작하더니, 뒤로 가면서 점점 무성의하게 번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자막은 180줄 정도 되는데, 번역은 80줄에서 끝나있었다. 마지막 한 열 줄 정도는 전혀 대본에 없는 엉뚱한 소설이 쓰여있었다!


챗지피티가 거짓말한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 터무니없이 해놓고서 딴청을 피우리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이건 뭐, 말 안 듣는 어린애가 숙제하다 말고 딴짓거리 하다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다시 해보라고 시켰다. 구체적으로 시간 변경하지 말라고 말했고, 알았다고 했지만 여전히 내 말을 무시하고 자기 하고픈대로 또 줄을 합쳤다.


내용이 길면 감당을 못 한다길래, 줄여서도 해봤다. 결국 한 열 줄 정도씩 넣으면 그나마 시간을 변경하지 않고 타임라인 그대로 번역을 했다. 이건 일을 과연 줄여주는 것일까 의심이 들었다.


번역의 수준은 구글 번역기보다는 나았다. 구글 번역은 정말 쓸 수 없다는 기분이었는데, 그래도 단어 선정이 조금 나았다. 물론 여전히 고쳐야 하는 문장이 그냥 두는 문장보다는 많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단순작업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로 쓰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무료로 써서 그런 걸까? 하지만 수준을 보고 나니, 나는 솔직히 얘한테 생각이 사라졌다. 


인공지능 다루기 배워보고 싶기는 한데, 음! 


영어 자료 넣으면 엑셀 파일로 단어장 만들어주는 그런 거 있으면 써보고 싶다. 수업 준비해야 하는데 단어장 만들기 고달파서...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

.

.

덧붙임.

남편한테 일렀더니, 자기도 황당한 경험이 있었단다. 


뭔가 물어봤더니 주절주절 대답이 왔는데, 보니까 틀린 정보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이 "아닌데." 했더니, "그래, 맞아. 틀렸어."라고 순순히 인정을 해서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모르면 그냥 잘 모른다고 말하고,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말하는 로봇이 나는 그래도 좀 나을 것 같다. 



유튜브 하느라 브런치 요새 잘 못 올리고 있었는데, Ai 공부하면서 다시 써보도록 해보겠습니다. 얼렁뚱땅 좌충우돌 경험담 이어집니다. 어쩌면 정보도 조금 있을 수도 있어요!

수요일 연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