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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부럽지 않은 망고빙수

캐나다에서 비빔밥으로 생일잔치 하고 먹은 디저트

by 라슈에뜨 La Chouette

이 브런치에 오시는 단골독자님들은 우리 집이 얼마나 생일에 진심인지 다들 아실 것이다. 가족들의 생일잔치는 주로 집에서 치러지며, 생일 메뉴 선택은 생일 당사자가 한다.


남편이 혼자 아이들 셋과 함께 살면서 만든 여러 가지 이벤트 중 가장 큰 행사는 생일이었고, 거기에는 다양한 추억이 들어있다. 함께 계획하고 함께 만드는 과정들을 통해서 사랑을 배웠고 요리를 배웠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처음 이 가족의 생일 파티에 합류하던 때는 그리스 식으로 차렸었는데, 그리스식 음료와 술, 애피타이저, 본식, 치즈, 디저트까지 완전 그리스 콘셉트를 맞추는 것을 보고 놀랐다.


IMG_2619.JPG 처음 참석한 생일잔치


또한 이 풀코스 식사에는 메뉴판이 등장한다. 그날 서빙되는 모든 음식들을 다 넣은 메뉴판은, 분위기에 맞는 디자인까지 합쳐져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어진다.


2507_Arianna Birthday.008.png 이번 생일에 사용된 메뉴


내가 가족이 되면서 남편의 큰 딸은 생일 메뉴로 흔히 한식을 선택한다. 모두들 미식가이지만 특히나 큰딸 부부는 다양한 음식 경험을 즐기는데, 가정식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7월 초에는 큰 딸의 생일이 있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식 생일상이 준비되었다. 뭘 먹고 싶으냐는 나의 질문에, 예전처럼 냉면을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이번엔 좀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비빔밥 사진을 내밀었다.


채소 좋아하는 딸은 단번에 매료된듯한 표정을 지었고, 메인 메뉴는 그렇게 결정되었다.


메인은 비빔밥이지만, 생일상에 비빔밥만 덜렁 얹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물류 열 가지 정도 챙기고, 그밖에 여러 가지 밑반찬을 만들었다.


그리고 본식에 앞서서 애피타이저는 멸치볶음과 배추전을 선택했다. 멸치볶음을 우리 집 인기 안주이니 이미 인정받은 음식인데, 이번에 배추전을 추가했다. 배추로 전을 부칠 수 있다는 상상이 안 되었던 모두는 정말 맛있다며 깜짝 놀랐다.


찢어먹어야 제맛이라고 했더니 다들 잘 찢어서 먹었다


원래 생일상에는 미역국이지만, 아무래도 비빔밥에는 된장찌개가 좋을 것 같으니 바지락 된장찌개를 준비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역국이 빠지는 것은 또 섭섭하다 싶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미역냉국이었다. 여름이니 시원한 국물이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생일 전에 연습 삼아 만들었더니 남편이 아주 좋아해서 메뉴로 합격


밑반찬은 깻잎조림과 연근조림을 했고, 생일상을 위해 김치도 새로 담갔다. 또 뭔가 단백질을 공급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오븐 어묵볼(https://brunch.co.kr/@lachouette/674)과 닭가슴살 냉채도 만들었다.


일단 상을 꽉 채우면 뿌듯하다. 한식은 이게 제맛이지!


그리고 마지막 디저트를 고민했다. 한과나 수정과 같은 정통 한국식 디저트를 챙긴 적도 있지만, 한국식 생크림 케이크나 쑥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뭔가 색다를 것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바로 망고빙수였다. 지난번 한국 갔을 때 남편이랑 투썸플레이스에서 먹었던 망고빙수가 아주 맛있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새 모 호텔의 망고 빙수가 가격도 맛도 핫하다는 소문을 듣고 나니 우리 집도 유행에 합류해보지 않는다면 섭섭할 것 같았다.


그래서 제작에 돌입했다. 먼저 빙수기를 구매했다. 지퍼백에 얼려서 두드려줘도 된다고 하지만, 8인분은 그냥 빙수기가 있으면 더 좋겠다 싶어서 가장 저렴한 것으로 샀는데 제법 성능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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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빙수용 얼음을 만들었다. 우유와 물을 섞는 게 보통인데, 망고빙수니 여기에 망고까지 섞어서 갈아봤다. 향을 살리기 위해서 바닐라도 함께 넣어서 갈아주니 색도 모양도 향도 그럴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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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기에 따라온 얼음통은 단 한 개였지만, 그보다 살짝 작은 실리콘 틀이 있어서 사용했는데, 아주 적당했다. 마치 계획해 둔 것 같아서 웃겼다. 작게 열두 개를 얼리니 8명 디저트에 딱 맞았다.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으면 좋은데, 집에서 만들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나올 테니 그 대신 스웨디시 크림을 만들었다. (만드는 법:https://brunch.co.kr/@lachouette/358) 개별그릇에 만들지 않고 요거트 통에 아이스크림처럼 굳혔다.


위에 뿌려줄 아몬드도 오븐에서 살짝 구워서 준비했다. 그리고 당일에 망고까지 미리 잘라서 냉장했다가 후다닥 세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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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구나 ㅠㅠ


이렇게 완성된 망고. 8개를 준비하느라 얼음이 약간 주저앉기는 했지만, 각자 망고 반 개에 스웨디시크림 한 스쿱, 아몬드, 민트잎 꿀까지 뿌려서 생일상에 냈더니 아주 히트를 쳤다.


호텔에서 십만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까지 했더니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모 호텔처럼 금가루를 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금은 맛이랑 상관없으니 통과!


이렇게 해서 우리는 또 한 번의 한식 생일잔치를 신나게 치렀다.




망고빙수

2~4인분


얼음 재료 :

우유 400 ml

물 100ml

망고 300g

바닐라 1 작은술

꿀/설탕/알룰로즈 2~3큰술 (취향껏)


기타 재료 :

망고, 얇게 썰어서 준비

아이스크림 또는 스웨디시 크림

아몬드 슬라이스, 오븐에서 180°C(350°F)로 10분 구워서 준비

민트잎

꿀 또는 연유


만들기 :

1. 얼음재료를 모두 한꺼번에 갈아서 빙수용 얼음틀에 얼린다.

(빙수기가 없으면 지퍼백에 납작하게 얼렸다가 3시간 전에 냉장실에 내려놓는다)

2. 얼린 얼음을 갈거나, 방망이로 두드려서 그릇에 담는다

3. 위에 망고를 얹어준다.

4. 취향에 따라 부재료들을 얹어준다



자세한 장면들은 영상으로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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