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를 돌다 보면 영화 또는 드라마의 일부를 편집한 meme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적절하게만 활용한다면, 글로 자신의 상황, 하고 싶은 말을 옮겨 담을 때보다 더 임팩트 있는 비유가 되죠. 저도 오늘 아침에만 '시카리오(Sicario; 2015)'와 '플리백(Fleabag; 2016)'의 일부를 편집한 '패러디'를 보고 공감하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더군다나 두 작품 모두 기억에 남는 타이틀이라 '반가움'도 컸죠. 이런 '패러디'형태의 meme은 이미 오래전부터 스크린샷(짤), .gif(움짤), 클립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었습니다. 작품 자체보다 유명한 경우도 많죠.
영화 Vampire's kiss (1988)보다 유명해진 'You don't say' meme
문득 드는 생각
이런 meme 또는 클립이 'Bite-size (바이트 사이즈; 짧은 형태)' 시대에서 상대적으로 'Long-form (롱폼; 긴 서식 형태)'에 가까운 영화나 드라마가 잊히지 않고 자리 잡은 형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콘텐츠 본연의 의도를 저해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서 '아이콘', '상징'으로 남는 것은 큰 의미라고 보고 싶습니다.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소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면, 합법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의 일부를 편집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어떨까?
meme 자체는 '패러디'로 볼 수 있지만, meme을 제작하는 과정은 합법적인 경로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아도 캡처 방지를 해놓았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애플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주문하는 VOD 또한 'DRM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저작권은 상황에 따라 주관적인 해석을 밑바탕으로 깔기 때문에 'violation (위반)'과 'fair use (공정이용)'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저는 업계 관련자도 아니고, 저작권법에 대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지도 않지만, 사람들이 꾸준히 만들고, 즐겨 찾고, 공유되는 meme과 같은 양식을 인정하고 오히려 도모하는 것이 현시대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고 힘든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분명 대중과 저작권자 사이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Netflix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이런 피쳐가 있다면?
저는 Netflix, HBO Max, Disney+, Amazon Prime Video, Peacock, Paramount+, Apple TV+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이런 meme 또는 클립을 공유하는 피쳐를 도입할 좋은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Original programming (오리지널 프로그래밍; 서비스 제공자가 판권과 저작권을 가지거나 기획한 콘텐츠)'라고해서 복잡하고 힘든 법적 절차가 생략되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홍보이자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죠. 이들은 이미 YouTube, Instagram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명대사 모음집, 하이라이트, 명장면 클립 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바이트 사이즈' 시대에 발맞춰 시청자들과 소셜미디어에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편집 권한을 시청자들에게도 준다면 어떤 형태일지 스케치해보던 중 브런치에 이틀 전 올린 첫 글이 생각났습니다. YouTube Clips도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풀고자 생긴 피쳐니까요. '크리에이터 또는 채널을 소유한자의 저작권을 보호하면서도 5초에서 1분 사이로 일부분을 편집하여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여기에 덤으로 가볍게 자막을 넣을 수 있으면 좋겠죠. 완성된 편집물은 스크린샷, GIF(움짤), 또는 클립으로 내보내 공유하게 되는 형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비스 구독자의 경우, 영상 링크를 클릭하면 스트리밍 서비스 페이지로 이동하여 본 콘텐츠를 바로 시청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고, 고객이 아니라면 신규회원을 유입하는 경로가 됩니다. 물론, 수많은 테스팅을 거치고, 구현중 생기는 문제들이 많겠죠. 하지만, YouTube Clips라는 좋은 벤치마킹이 있는 상황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컴퍼니'들이 충분히 도입할 수 있는 피쳐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들은(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자) 이미 기획 중이거나, 출시를 하지 않았을 뿐 완성시키고 'QA(Quality assurance;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상해본 클립 피쳐 예시 시나리오
스트리밍 플랫폼의 피드백 사이클
어제 WWDC에서 공개된 iOS 15의 새로운 피쳐 중 하나인 'Share play (쉐어플레이; facetime을 통해 사람들과 동시에 콘텐츠를 시청)'는 'Watch Party (와치파티)'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기능입니다. 이미 Netflix, Disney+, HBO Max에서도 'Teleparty (텔레파티)'라는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통해 쓸 수 있었고, 시간차 없이 원격으로 함께 보는 즐거움을 제공하였죠. Netflix의 경우, 최근 'Random play (랜덤 재생; 사용자의 시청기록을 바탕으로 랜덤으로 콘텐츠 재생)'이라는 피쳐 출시를 통해 시청자들이 추천 카탈로그를 브라우징 하면서 무엇을 볼지에 대한 고민하는 과정조차도 생략시켰습니다. 사소하게는 메인화면에서 시청자가 이미 완결한 시리즈나 영화의 포스터 이미지를 정기적으로 바꿔가면서 사용자가 어제와 다른 업데이트된 카탈로그를 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공통적으로 스트리밍으로 인한 데이터 소모 또는 비행시간과 같이 스트리밍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다운로드'를 허용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플랫폼의 편의성과 사용자 경험은 스트리밍 시장에서 콘텐츠만큼 중요한 요소입니다. 좋은 독점 콘텐츠가 아무리 많더라도 추천/검색 시스템이 바보 같거나, 직관적이지 않고 혼란만 일으킬 수 있는 디자인은 '고객 유지'에 방해가 되죠. 이를 넘어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자는 시청자가 하루에 한 번 더 플랫폼에 방문하거나, 1분이라도 더 플랫폼에 머무를 수 있는 수단과 미끼를 끊임없이 고안하고 던져야 합니다. 우리가 몇 시에 어떤 경로로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어떻게 찾거나 추천받아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소비를 하는지에 대한 기록 활용은 그들에게 기초 연산일 뿐이죠. 'Watch party', 'Random play'와 같은 새로운 '수단과 미끼'는 또 다른 측정 도구로써 고객(시청자) 유치와 유지에 활용될 것이고, 이 피드백 사이클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앞서 상상해본 기능이 있다는 가정하에 시나리오와 피드백 사이클을 가볍게 정리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특정 장면을 다시 보고 싶은데 어느 지점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한참 앞뒤로 찾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클립 편집 및 공유 기능이 있다면 자동으로 북마크 기능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장면을 편집하고 공유한다면 시청자가 편집을 하기도 전에 추천을 해줄 수도 있겠죠. 또, 특정 장면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또는 배우가 누구인지 알고,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묘사가 태그 되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질의에도 보고싶은 장면을 바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드라마 '마인'에서 한진희(캐릭터) 또는 김혜화(배우)가 빵 크림을 던지는 장면 다시 보고 싶어.
드라마 '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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