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남자들이 큰 일하는데 뒤치다꺼리해야지

업무를 나눈 기준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2년 동안 사수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업무 루틴화 하고 매뉴얼 만들고 실무 지식 쌓아가면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한 나의 노고들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

이렇게까지 내가 열심히 회사를 다닌 시간들이 멍청해졌다. 확인하고 싶었다. 어떤 이유가 납득이 되는 사정이 있었을지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생각보다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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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남자로 업무를 나눈 것은 아니고 사장님의 지시 사항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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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하는 업체의 출고를 왜 당사자가 아닌 여자들이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담당자가 있는데 왜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해줘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담당자의 업무적인 이유로 사무실 내에 없다면 그 상황에서는 대무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나는 담당자가 사무실 내에 있다면 다른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

 그리고 부장은 말했다.

"사장님의 생각이 이렇기 때문에 그와 반대되는 의견 말씀 못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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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직무의 꽃은 전시회이고 또 출장이다. 그런데 나에게 영업의 실적을 낼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했고 협의 없이 성별을 기준으로 업무를 나눴다. 부당하고 불합리한 이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현실을 직시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냥 이 상황들은 인정하고 외부에서 알지 못하는 내부적인 회사 문제는 그저 흐린눈 하고 감당해서 경력 3년을 채워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내가 간신히 잡고 있던 동아줄이 끊어지는 말 한마디가 들렸다.

"그럼 출장 가라고 하면 출장 갈 거야?" 이제 와서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남자인데 여자랑 같이 출장가면 방도 같이 못쓰고 보는 눈들도 있잖아"

부장은 나에게 여자가 출장을 갈 것이라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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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여자들은 운전을 능숙하게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업무의 전부는 외근과 출장과 운전인데 운전을 잘 못하지 않냐. 남자와 여자의 성차별로 업무를 나눴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했다. 업무를 나눈 이유는 나자들끼리 출장가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다. 나는 기가 막혔다. 그럼 운전수를 고용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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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했다. 여자 남자로 출장을 가는 것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출장에 적격자가 가야 하는 것 아닌지? 왜 무조건 남자만 출장을 가야한다고 단정 짓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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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출장 가고 남자가 출장 가는 것 말고 왜 대무를 여자만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팀원의 구성이 남자 3명 여자 2명인데 왜 팀원의 결석으로 인한 업무 대행을 여자들만 하는 것으로 지정하냐, 그 이유도 운전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정말 주먹을 날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남자들이 출고를 하게 되면 현장 남자 직원들이 만만하게 보고 현장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남자 직원들에게 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그럼 여자들이 출고를 하게 되면 현장 남자 직원들이 여자들한테는 일을 안 시키고, 현장에서 해야 하는 일도 안 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여자가 출고를 하든 남자가 출고를 하든 현장에서 해야 하는 일은 현장 직원들이 해내야 하는 것이고 이 업무를 영업직 사원들이 여자 남자라는 이유로 도와주고 안 도와주고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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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팀은 물건을 팔아서 매출을 남기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한다. 그런데 이제 여자들은 남자들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을 서포트하라는 것이다. 나에게 업무적으로 성장의 기회를 주지 않고 남자들 성장을 워해서 뒤치다꺼리를 하라니 도대체 이 회사는 시대를 역행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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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회사를 다닐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퇴사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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