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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Apr 08. 2024

스팸이 8,500원인 곳에서 살아서 눈물이 난다.

스팸이 이렇게 비쌌어


그런 날이 있다. 매콤한 고추장 베이스 국물에 하얀 밥을 말아서 꼬들거리는 스팸짜글이를 먹고 싶은 기분이 드는 때가 있다. 한국을 떠나고 알게 된 사실은 해외에서 스팸의 인식이 안 좋다. 한국 사람들만 스팸을 즐겨 먹었던 것이다.


저 끝까지 쭉 내려간 기분을 끌어올려줄 매운맛을 이왕이면 햄과 함께 즐기고 싶었다.


퇴근하고 30분을 달려서 한국마트에 도착했다. 패기롭게 손을 뻗어 스팸을 사려다가 문득 가격표에 가격을 보고 잠시 내가 이 돈 주고 스팸을 사 먹어도 되는 건지 머뭇거리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아쉽게도 스팸 말고 다른 것을 먹으며 풀어야겠다. 스팸이 이렇게 비싼 줄 몰랐다. 한국에서 얼마인지 찾아보니 1,070원인데 폴란드 한국마트에서는 즈워티로 26 PLN이니까 원화로는 대략 8,840원이다.


왜 그렇게 비싼 걸까? 폴란드의 물가와 비교하면 한국마트에 파는 식재료들은 굉장히 비싼 편이다. 과연 현지인들은 어떻게 사 먹는 걸까? 돼지라도 키워서 도축 기술을 배울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우리 집에는 이미 돼지가 살고 있다.



그 돼지가 접니다. 내가 나를 도축할 수는 없잖아?

콩나물을 싫어해보도록 하자


한국 식재료를 한국마트에서 구할 수 있지만 가격을 보면 쉽게 구매를 하지 못한다. 우리가 한국에서 슬리퍼를 질질 끌고 집 앞에 작은 슈퍼라도 가면 살 수 있던 콩나물, 깻잎, 샤부샤부용 얇은 고기를 여기서는 정말 구하기가 힘들다. 사람들이 얇은 고기 자체를 먹지 않는다. 한 번은 정육점에서 삼겹살을 얇게 썰어 달라했더니 고양이에게 밥을 줄 거냐며 못 잘라준다며 나를 비아냥 거렸다.

차라리 진짜 고양이에게 줄 거라고 대답을 할 걸 그랬다.


콩나물은 1kg 크기로 파는데 혼자 사는 내가 절대 다 먹어치우지 못하는 양이다. 조금 먹고 남는 것들은 늘 쓰레기통 행이었다. 그렇게 어차피 사도 다 못 먹으니 비싼 돈 주고 사 먹을 바에야 먹지말기를 선택했다. 안 먹다 버릇을 하니 또 그렇게 먹고 싶지 않아 졌다. 안 먹은 시간이 길어지니 이제 그 맛도 생각이 안 나서 더 이상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지도 않게 되었다.

 

해외생활이 힘든 부분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언제가 가장 힘들고 한국에 가고 싶은지 묻는다면 이럴 때다. 내가 먹고 싶고 좋아하는 식재료를 바로 살 수가 없을 때, 못 구하는 것을 알고 못 먹음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고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가 먹는 락이었기에 한식을 좋아하는 나에게 해외살이는 조금 힘들다.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누리던 것들이 이제는 마음먹고 한국에 가야 된다. 깻잎도 콩나물도 바로 사서 싱싱하게 먹어야 맛있는 재료들인데 이걸 한국에서 가져오는 것도 골치가 아프다. 신선식품을 24시간 내내 캐리어에 넣어두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스팸 대신 과자랑 다른 한국 음식 재료를 구매했다. 그렇게 한국 돈으로 6만 원을 썼는데 이럴 거면 그냥 스팸 하나를 살 걸 그랬나 싶다. 한국마트에는 과자 종류도 많지는 않다. 그중에서 맛있는 과자를 골라왔다. 아쉽게도 신상과자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국과자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한국을 떠나서 가장 힘든 것은 맛있는 한국의 음식과 식재료를 느끼지 못할 때다. 해외에서 한국 마트에서는 웬만한 한국 식재료를 구할 수 있지만 한계라는 것은 있다.


스팸이 8천 원이라 서러웠다. 나는 왜 그렇게 한식을 좋아하고 음식에 대한 애정이 큰 걸까. 스팸이 먹고 싶다.



폴란드 생활 이야기는 또 다른 곳에서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wehZIbi5zTo?si=pjWfe_z7tuHLFoq2



https://m.blog.naver.com/lada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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