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에서 뜻밖의 연예인 체험
맥도날드에서 뜻밖의 연예인 체험
부지런하지 못해서 점심 도시락을 미처 챙겨 오지 못한 날은 주로 맥도날드에 가서 점심을 먹는 편이다.
어떤 날은 맥도날드에 갔는데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오늘 무슨 날인가 싶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려고 줄을 기다리고 있는데 10살쯤 돼 보이는 소녀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이곳에서는 워낙 외국인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제 이런 시선은 그리 신경 쓰이지 않는다.
어쩌면 저 아이에게 내가 처음 보는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저 나는 미소를 지을 뿐이다.
그렇게 눈이 마주칠 때마다 계속 그 소녀도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했다.
그래도 나를 동물원에 원숭이처럼 넌, 뭔 생명체냐고 벌레 보듯이 쳐다보는 경멸의 시선은 아니고 외국인이라서 신기해서 호기심에 쳐다보는 흥미의 시선이 느껴져서 그렇게 불쾌하지는 않았다.
주문을 하고 자리를 잡아서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는데 내 옆자리에 소녀 무리들이 우르르 앉았다.
계속 나를 쳐다봐서 또 한 번 웃어줬다. 그랬더니 그 소녀들 중에 한 명이 나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 핸드폰에는 구글 번역기로
"당신은 중국인입니까?"라고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나는 "한국인입니다"라고 답변을 했더니 소녀들의 우렁찬 함성이 맥도날드에 울려 퍼졌다.
"그럼 블랙핑크와 BTS를 아세요?"라며 환호의 까르르 웃음과 모든 이들의 이목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그렇게 번역기로 이야기를 하다가 "당신은 너무 아름답습니다"라고 번역된 문장이 핸드폰 화면에 비췄다.
소녀들에게는 내가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이구나. 좋게 봐줘서 고마울 뿐이었다. 이렇게 한국의 K-POP의 위상을 직접 느끼니 매우 뿌듯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칭찬도 듣고 참 좋다.
몇 년 전에 해외에서 한국인이라 하면 북한에서 왔냐 남한에서 왔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황당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질문을 듣지 않아도 돼서 매우 편했다.
내가 햄버거를 먹고 자리를 떠나려 하자 소녀가 내 팔을 붙잡고 또 번역기를 들이밀었다.
"당신의 번호나 인스타그램을 알려주세요."
그래서 나는 소녀에게 나의 인스타그램을 알려줬다.
몇 살이냐 물어보니 12살이라고 하더라. 12살 초등학생에게 30살의 외국인은 어떤 존재였을까. 12살은 왜 나에게 번호를 물어봤을까.
사무실에 돌아왔더니 그 소녀의 친구 1, 친구 2, 친구 3... 친구 5명이 모두 나를 팔로우했다.
순간 연예인이 된 기분이고 신기했다. 적적한 해외생활 중에서 매우 즐거운 경험 중 하나로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소녀들은 나에게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내가 30살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BTS 콘서트에 가 봤냐 등 이야기를 나누다 발리볼 코칭을 받으러 떠나야 한다며 인사를 하고 떠났다.
친구가 1명도 없는 이 도시에서 드디어 나에게 12살이지만 친구가 생겼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지만,
알 수 없는 필터로 찍은 셀카 도배와 알 수 없는 해시태그로 도배된 스토리에 지쳐서 결국 나는 소녀들을 팔로우하기를 끊었다. 그 소녀들도 30살이 된다면 나의 팔로우 지속성의 실패를 이해하겠지.
마트나 은행 같은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어린아이들이 나를 정말 뚫어지게 쳐다본다. 나를 보고 미소를 짓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내가 무슨 공룡이라도 되는 것처럼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라며 의문의 눈동자로 내 얼굴에 의문의 눈총을 발사한다. 나도 그저 사람인데 검은 머리색과 갈색 눈동자인 내가 신기한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