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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Dec 15. 2023

폴란드 생활 1년 후기 1편

1. 폴란드의 장점과 단점

(한국보다 살기 좋다고 느껴지나요?)


폴란드에서 1년 살면서 느낀 점은 어디든지 장점만 존재하고 단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멸의 진실을 깨닫는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한국에서도 어떤 도시에 어떤 동네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서 주변 편의 시설과 교통, 분위기에 맞춰서 삶의 환경이 조금 편리하다 아니다로 구분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와 300km 떨어진 곳으로 차량으로 이동하면 3시간이 걸리고 기차로 이동하면 2시간 30분이 걸린다. 나는 한국에서도 수도인 서울에서 살지 않았다.

그래서 지방러의 슬픔을 알고 수도권에 삶이 얼마나 편리한지 잘 안다.


물론 이곳 폴란드도 콘서트, 박물관, 미술관 같은 문화공간, 대사관, 공항 같은 큰 행정이나 볼 일을 보려면 수도인 바르샤바로 가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공항이 없다. 그래서 공항에 가려면 1시간 버스를 타고 옆 도시에 있는 공항을 이용한다. 혹은 또 다른 옆 도시에 있는 공항을 이용해서 바르샤바 공항으로 간다.


물론 나는 내가 사는 곳을 시골이라 지칭하지만 이 도시에도 올리브영,맥도날드,서브웨이 같은 프랜차이즈는 있어서 깡시골은 아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없다. ZARA도 없다!


그리고 다른 도시에 있는 폴란드 체인 음식점이나 ㅇㅇ은행이 없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이런 것들이 있는 옆도시로 30분 정도 차를 타거나 기차를 타고 간다.


한국으로 비교를 하자면 내가 사는 곳은 수원 옆의 작은 도시, 내가 사는 곳 보다 조금 더 큰 도시는 수원이라 비유할 수 있겠다.


이건 도시의 특성을 살펴보면 더 구분이 잘 된다. 바르샤바나 브로츠와프처럼 한국인이 비교적 많은 곳에는 한국 식당, 한국 미용실, 한국 마트가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이 내가 사는 도시에 없다 해서 죽을 정도로 못 사는 건 아니지만 있으면 편리함의 차이가 크다. 이런 편리함을 매일 누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필요에 따라서 가끔 큰 도시에 가서 편의시설을 누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한국에서도 지방에 거주했고 살았던 동네도 조용한 편이라서 지금 사는 도시와 매우 비슷하다.

성격상 사람이 많고 도시적이며 시끄러운 곳보다는 평온하고 사람이 적으며 약간은 도시 파보다 시골파에 더 잘 맞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현실을 받아들임에 쉬운 편이라서 이 도시에 사는 것에 큰 어려움은 없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 나는 집과 회사가 근처에 있고 내 생활 반경이 그렇게 넓지 않다.

사람이 어떤 곳에 적응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생활공간이 안정됐다는 뜻이다.

운동하는 곳, 회사가 있는 곳, 장을 보는 마트, 미용실, 병원처럼 새로운 곳에서 살게 되면 나만의 정착지를 찾아야 한다.


정착지를 찾기 위해서는 나처럼 친구가 없는 ‘외국인’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마트에서 우유를 사더라도 어떤 브랜드의 우유가 비린 냄새가 덜한지 직접 사서 마셔보고 알게 된다. 아마 누군가 나에게 가장 힘든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지인이 없이 산다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나는 동네 친구가 없었고 연고가 없는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곳에서의 삶과 이곳에서의 삶은 큰 차이가 없다.


지금 나는 내가 일상을 보내는 곳에 모든 것이 가깝고 내가 어떤 것을 구매해야 만족하는지 잘 안다. 어쩌면 한국에서의 삶보다 이곳에서의 삶이 더 편해졌다고 말할 정도로. 다만, 문제가 있다면 폴란드어를 알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가 가끔은 버겁다. 다행히 회사에 있는 폴란드어를 아는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행정 문제나 언어적으로 문제가 생겨도 크게 문제없이 생활하고 있다.


결론은 폴란드 생활과 한국에서의 생활은 큰 차이가 없고 어디가 더 살기 좋다, 나쁘다를 단언할 수 없다. 간단히 말하면 빠르고 말이 잘 통하는 것은 당연히 한국에서 사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들이 없어서 가끔은 외롭긴 하다.


전반적으로 폴란드 삶이 만족스러운데 심적으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외국인이라는 특수성으로 낯선 사람으로 어떤 나라에 외계인처럼 사는 삶이 내 성향에 맞아서 좋다. 어디가 더 살기 좋냐는 질문에는 어떤 점을 기준으로 평가하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것 같다.



2. 한 달 월세


전체적으로 집값이 모두 비싸다. 내가 사는 곳은 큰 도시도 아닌데 월세가 굉장히 비싼 편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회사에서 월세를 지원해 주고 있어서 크게 부담은 없다. 하지만 현지인들의 평균 월급으로 비추어보면 이곳의 월세는 꽤 비싸다.


한 달 평균 우리나라의 원룸 같은 곳은 한국 원화로 60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 다양하다.  나는 복층구조의 집에 살고 있고 방 하나, 화장실 두 개, 거실과 주방이 있는 곳에 한 달 월세는 90만 원 정도이다. 월세를 제외한 인터넷, 전기, 가스, 수도 요금은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다른 도시에 비교하면 이곳은 저렴한 편이다.


사실 폴란드에 LG가 있는 브로츠와프는 방 두 개에 월세가 200만 원으로 매우 비싸다. 따라서 도시마다 방 컨디션에 따라 정확하게 얼마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현지인 월급, 현지 물가 대비 월세는 비싼 편이라고 생각한다.



3. 대중교통


내가 사는 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없다. 그만큼 도시가 작아서 도보로 모두 이동이 가능하다. 가끔 버스를 이용할 일이 있는데 교통카드를 핸드폰 앱으로 구매가 가능하고 트램이 있는 도시에는 트램 내부에 교통카드 구매 기계가 있어서 카드로 구매한다.


바르샤바에는 지하철이 있지만 다른 폴란드 도시에는 지하철이 없다. 다른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전체적으로 버스와 트램이 교통수단인데 이용하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도시 간의 이동은 기차로 하는 편인데 기차 지연은 꽤 잦은 편이다. 버스 요금은 내가 사는 도시 기준으로 1,200원 정도다. 택시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짐이 무거운 경우 이용하는데 4.5km 거리에 3,000원 정도다.



4. 현지인과 어울리나요?

   외롭지는 않으세요?


나는 거짓말 안 하고 이 도시에 친구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0명이다.


회사 동료들을 제외하면 이 도시에 아는 사람은 자주 가는 네일숍 직원들, 타이 마사지 직원들이 전부이다. 평소에 회사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거나 당구를 치면서 시간을 보낸다. 사실 한국에서도 살던 곳에 친구나 아는 사람이 0명이었고 친한 친구들이 모두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서 지금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다만 이제 지금은 친구들을 만나려면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야 한다는 것이 조금 슬플 때가 있다.


나는 21살 때, 처음 러시아에서 동계 연수로 한 달 동안 한국을 떠나 살아봤다.

그리고 22살 때, 한 학기 동안 한국 식당이 없고 한국 마트가 없는 나라, 벨라루스에서 교환학생을 경험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24살 때는 1년 동안 우즈베키스탄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그다음 해에는 캐나다에서 1년 동안 일을 하고 공부를 하며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했다.


따라서 해외에 거주한 경험이 처음이 아니고 한국이 아닌 낯선 곳에서 쉽게 적응해서 사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가끔 찾아오는 향수병으로부터 나를 다독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평소에 혼자 여행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하는 것을 잘해 왔고 타인과 무엇을 하는 것보다는 혼자의 행동을 선호해서 크게 외로움을 타는 성격은 아니다.


나에게 하루에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충분히 친구 없는 삶의 외로움이 충족된다.



5. 현지인들 특성이나 성향


사실 내가 만나는 폴란드 사람들은 회사 사람들과 회사 밖에서는 편의점, 은행, 공항, 마트에서 마주한 사람들이 전부이다. 깊게 관계를 맺은 경험이 없어서 감히 폴란드 사람들을 판단하기에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우리 회사 폴란드 사람들은 꽤 활발하고 적극적이며 오지랖이 넓다. 이건 일반적인 폴란드 사람들의 성향은 아닌 것 같다. 이 친구들의 성격이 타인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고 남의 일에 관심이 많으며 다양한 외국인들과 근무를 해서 그런지 제법 열린 마음의 친구들이 모여있다.


그러나 회사 밖에서 경험한 폴란드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잘 웃지 않으며 상냥한 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도움 주는 것을 회피한다. 예를 들어, 내가 마트나 상점에서 어떤 물건을 찾느라 직원에게 “월계수 잎”이 어딨 냐는 질문에 모두가 무조건 대답을 “없다”라고 했다. 찾아보는 시늉도 안 함. 찾아보려는 노력도 안 함.


그리고 내가 10바퀴 돌면서 그 제품을 직접 찾아내면 진짜 기분이 ㅈ같다.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과 처음 온 사람 누가 더 물건의 위치를 잘 알까? 하긴 모든 물건의 위치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외국인을 조금 경계하는 것이 느껴지고 젊은 친구들은 영어를 꽤 하지만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영어를 말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폴란드에서 친구를 사귀려고 헬스장 그룹 수업도 참여해 봤지만 외국인인 나에게 아예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외국인이라서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친해지면 정이 많고 내 편견과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도 많겠지?


이런 말 하면 매우 무례할 수도 있지만 폴란드 사람들은 일을 못한다. 센스가 없고 책임감이 없고 아마 유럽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융통성이 없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산다. 또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거의 없이 회사를 다니는 것 같다.


일에 대한 욕심이 없고 그만큼 나라에서 주는 복지가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악용하는 직원들도 많고 아무튼 k-직장인을 경험한 조선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이 나라의 자유로운 직장문화가 가끔은 놀랍다.



타 회사 폴란드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겉으로는 굉장히 똑똑해 보이나 속을 파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이건 내 경험에 의한 것이라서 전체적인 국민성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적다 보니 굉장히 긴 글이 되었다. 폴란드에서 1년 가까이 살면서 느낀 점은 한국인이 살기에 크게 불편한 점이 없는 나라다. 하지만 어디든 그렇겠지만 이 나라의 언어를 모른다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소속되지 못하는 이질감은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곳에서 살든 내가 내 삶을 꾸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 탓은 안 하기로 했다. 노잼도시지만 내가 재미를 만들면 된다.


다음 편에서는 실제 생활 부분에 대한 답변을 가져오겠습니다.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혹시나 또 궁금하거나 의견 나누고 싶은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댓글로 문의하세요.


질문의 답변이 아니라 해외에서 외노자로 살면서 하소연과 푸념을 하는 글이 되어버려 민망해서 저는 그럼 이만.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질문을 했는데 팀원마다 다른 대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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