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여권을 잃어버리면 생기는 일
런던에서 여권을 잃어버리는 건
여행 계획에 없었는데
지갑을 잃어버리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더욱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부터였을까 해외에서 여권을 잃어버리는 사람은 더 이해하지 못했다. 여권을 잃어버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여권을 잃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싶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이 그동안 살면서 지갑이나 핸드폰처럼 잃어버리면 다시 사기에 골치가 아픈 물건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데 하필이면 국내도 아니고 해외, 영국 런던에서 여권을 잃어버리게 됐다.
여권을 잃어버렸다고 하기보다 실종이 되었다고 해야 하는 게 더 정확하다. 나는 내 의지로 여권을 잃어버린 게 아니고 정말 여권에 발이라도 달렸는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런던에서 짧은 여행을 끝내고 비행기를 타고 다시 폴란드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핸드폰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탑승 시간이 됐다.
백팩에서 여권을 꺼내고 탑승을 하려고 하는데 이상하다. 큰일 났다. 온몸에 피가 거꾸로 흐르는 기분이다. 오싹했다.
백팩에 있어야 될 여권이 없었다.
당장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여권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지 정말 소름이 돋았고 당황스러워서 머리가 새하얗게 텅 비었다.
눈앞에서 비행기를 놓치고
게이트 직원에게 내가 여권을 잃어버렸는데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Of course, No. 정말 단호하고 정확하게 No , No. No! No~ 내 귀에 들린 거절의 대답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짐 검사를 했던 곳으로 달려갔다.
"I lost my passport..." 공항 직원은 내 말을 듣고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냐라는 표정으로 짐검사하는 모든 곳에서 접수된 분실물 통을 가져오더니 여기서 찾아보고 없다면 오늘 우리에게 접수된 분실물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무리 찾아도 내 여권이 들어있는 핑크색 파우치를 찾지 못했다. 그럼 도대체 여권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보니 공항에 도착하고 여권을 본 기억이 없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여권이 있는 파우치를 봤고 그 이후에 언제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우선, 오늘 비행기를 타는 건 실패했으니 시내에 돌아가서 자고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루턴공항에서 와이파이가 안 된다. 답답했다. 폴란드 유심으로 로밍했는데 데이터가 연결이 안 된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불고 우산도 없고 핸드폰 액정에는 빗방울이 촘촘히 맺혀서 제대로 검색도 못했다. 이 날은 하필 영국 런던에 태풍 주의보가 내려졌다.
왜 때려요?
공항버스에 타려고 한 걸음 한 걸음씩 계단에 발을 올렸는데 갑자기 툭하고 누군가 내 입술을 때렸다.
내 앞에 가던 사람의 백팩에 달려있던 헬맷이 나의 입술에 있던 수포를 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가지가지한다. 빗방울도 흐르고 눈물도 흐르고 이제 피까지 흐르고 서러워서 눈물이 펑펑 흘렀다.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를 타고 겨우 잡은 간당간당한 와이파이로 내리는 정류장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에 가는 동안 여권을 해외에서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방법을 찾아봤다.
다행인 건 영국 런던에 대한민국 대사관이 있어서 긴급여권을 발급받으면 영국에서 타국으로 출국은 가능하다는 정보를 얻었다.
내가 타고 갔어야 했던 비행기는 지연이 됐다.
여권을 찾았더라면 지연이 됐어도 비행기를 타고 벌써 집에 도착했을 텐데 아쉬움이 컸고 아직도 여권의 상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