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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Oct 26. 2023

선지불 후발급 , 유럽 행정 처리의 민낯

선불입니다.

웰컴투 유럽의 민낯


유럽여행을 하면서 느끼지 못하는 유럽의 민낯은 직접살아보면서 행정 기관을 방문해 보면 5초 만에 느낄 수있다.


어제는 업무에 필요한 서류를 공공기관에 발급하러 갔는데 거절당했다. 처음 방문한 것은 아니고 지난달에도 같은 방식으로 서류를 제출하고 서류 발급받을 수 있는 조건에 적합하여 다음 방문 시에 서류를 수령할 수 있도록 신청을 했었다.


이번에 서류 수령 차 방문을 했더니 내가 신청한 서류를 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빈 손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내가 제출한 서류는 회사의 임원 대신 내가 서류받을 수 있다는 위임장 같은 건데 한 번 제출하면 온라인에도 등록이 되는 것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다회성이라는 의미이다. 일주일 전에 서류 발급 신청을 하고 서류 발급 비용도 이미 지불했다.



일주일 기다렸는데 서류 발급이 되었다는 연락이 없었고 재차 확인을 하기 위해서 전화 연결을 했지만 역시나 실패했다. 직접 기관에 방문을 했더니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다. 온라인에서 내가 제출한 위임장 정보가 없다고 서류 발급을 못 해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서류 발급 신청 한 날에 정보 확인이 안 되었다고 말해줬으면 헛걸음 안 해도 되잖아?

이미 제출한 위임장은 온라인에 등록이 되었다고 했는데 오늘은 왜 등록이 안 되었다고 하는 걸까?

시스템의 오류일까?


한국은 서류 발급받고 발급 비용을 지불하지 않나요? 여기는 선불이라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한국이라면 종이 하나도 5초만에 출력이 될텐데. 서류 발급 비용은 지불하고 일주일 뒤에 서류 수령이 가능하니 비용은 비용대로 내고 서류는 손에 쥐지 못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살아온 시간이 많으니까 자꾸 한국이랑 비교하게 되는 것이 나를 힘들게했다.


일단 이 나라의 행정 시스템은 매우 낙후되어 있다. 이게 여기 살기 싫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도 계속 살고 있는 나도 정상은 아닌듯하다.


나는 여기서 외국인이니까

두 배로 화가 났던 것은 이런 모든 상황을 모국어가 아닌 제2의 언어로 통역으로 듣게 되니까 더 짜증 났다.


애초에 외국인이 일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 같다.

이 나라의 언어를 모르는데 내가 여기서 일을 한다는 게 이상하지 싶었다. 업무 시작 초반에는 계속 이 문제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맞는 건지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솔직히 업무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업무의 양이 많은 것도 아닌데 뭐랄까 박살 난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기분이 지속되었다. 업무 성과가 뚜렷하게 보이는 직무도 아니라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굳이 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지?

나는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뭘 배우는지 시간만 죽이고 있는 것 아닌지?

다른 사람들은 회사에서 하는 일이 좋을까?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까?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뭘까?


의미 없는 일만 하는 것 같고 도태되는 기분이다.

일을 하면서 내가 얻는 게 뭔지 찾아봐도 없다.

나는 상당히 내가 하는 일을 하는 공간인 회사에서 꽤 많은 삶의 의미와 영향력을 찾는 사람인가 봐.

해외에 산다는 것은 뭘까 이건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이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한국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이상한 감정이다.


분명 내가 한국을 떠난 것은 이유가 있어서 떠나왔지만 요즘은 여기에서 살아야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휴가가 길고 또 월세를 회사에서 부담해 주니까 생활 면에서는 한국 보다 워라밸도 좋고 스트레스도 적다.

물가도 저렴하고 날씨도 환상적이야.


사실 이런 삶을 나는 늘 상상해 왔고 막상 그 상상이 현실이 되었지만 보이지 않는 상상에 없었던 일들이 나에게 생기니까

굉장한 괴리감으로 낯선 느낌이 나를 괴롭힌다.


문득문득 여기에서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면 물음표로 생각만 가득 차고 혼란스러운 때가 있다.

그게 바로 어제랑 오늘 같다. 이 혼란스러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 가끔 이런 시기가 오는데 이번에는 꽤 오래 머물고 갈 것 같은 느낌이야.


가족도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 나라에서 산다는 것 문득 회의감 드는 때가 있어서 내가 굳이 안 해도 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왜 나는 사서 고생하는 걸까 싶고 참 답답하다.



일하는 곳이 문제가 아니었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라는 곳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내가 가진 역량을 어떻게 펼치는지가 엄청 중요하구나.


전 직장에서는 그래도 내가 베트남으로 방글라데시로 대만으로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컨테이너에 싣고 수출을 보냈으니 그 수익으로 회사가 돈 버는데 한 몫했다! 한 달에 수출 몇 건을 하면서 어떤 물건들을 팔았고 하나의 수출을 진행하면서 수십 번의 메일을 주고받고 전화를 하고 서류를 만들면서 그래도 뿌듯함이 있었던 일이었나 봐. 지나고 보니 그랬다.

그때는 루틴화 돼서 한 사이클 돌면 지루함이 느껴졌는데 그 보다 지금 하는 일이 더 재미가 없다.




이 직무가 처음이니까 큰 소리로 떵떵거리지도 못하고

굉장히 남의 나라에서 뭐 하는 짓인지 직무 정체성에 강한 혼란이 있었다.



지금 일이 재미가 없으니까 적극적으로 하고 싶지도 않고 주어진 것들을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는 느낌도 들고 굳이 내가 왜 필요하지 회의감이 들고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고 오늘 너무 울적했다.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내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쓰면서 일을 하고 생활을 하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재밌는 일도 아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나에게 유쾌하지 않다.

해외 생활을 처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목적이 없으니까 더 무의미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기약 없는 이곳에서의 삶은 언제든지 내가 끝내고 싶다면 끝낼 수 있다.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은 당연히 다름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굳이 내가 뭘 위해서 그래야 되나 싶다.

내가 여기에서 평생 살 것도 아니잖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여기에서 살고 싶지도 않아. 어디에서 살든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그런데 이제 그 어떤 단점도 수용하지 못하겠어.


내가 한국에 가도 행복할 것 같지 않다.

한국에 가면 또 똑같은 문제로 고민할 것이 그려지니까. 주어진 이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도 인생이 재미가 없었는데

도대체 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야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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