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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Aug 25. 2023

종이 한 장 받는데 일주일을 기다리라고요?

유럽의 느린 행정 처리 이유

서류받고 싶어? 일주일 기다려


한국의 행정 처리가 매우 빠르고 간편하다는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사실 한국인이라서 다른 나라에서 행정 처리를 하는 경험이 많지 않지만,

그동안 내가 살아봤던 러시아,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캐나다에서 어떤 곳도 행정처리가 한국만큼 빠른 곳이 없었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업무 관련 세무서에 가서 서류 발급받는 일이 종종 있다.

한국에서 행정 업무를 볼 때 간단한 업무는 인터넷을 통해서 버튼 하나 누르면

바로 인쇄가 가능해서 굉장히 편리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이 나라에서는 서류 한 장을 발급받으려면 일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처음 서류 한 장 발급받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이해가 안 됐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서류 발급 신청서 작성

2. 전용 계좌로 서류 발행 비용 입금

3. 입금 확인증 메일로 전송

4. 일주일 뒤 서류 발급 연락 수신

5. 직접 서류 수취하러 방문


구석기시대인가 종이 한 장에 서류 발급 하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듣자 하니 복사를 하면 되는데 원본이 다른 지점에 있단다. 그럼 그 원본의 스캔본도 인터넷 시스템 상에 등록이 안 돼 있을까? 컴퓨터를 두고 왜 활용을 못할까?


다른 서류 발급은 한 두 달이 넘어 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지금이 2023년이 맞을까?


서류 발급 비용은 선불이야


한국에서는 서류 발급 됨과 동시에 비용을 지불하면 끝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서류 발급 비용을 선지불하고 일주일 뒤에 서류를 찾을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황당한 경험을 한 날이 있다.

서류 발급 신청 후에 약속된 날에 세무서에 방문했다.


비용도 지불했고 서류 신청도 완료했는데 발급된 서류를 찾으러 간 날에 내가 요청한 서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묻자 내가 요청한 서류가 다른 지점에 보관돼 있고 그 서류를 다시 발급받으려면 또 발급 비용을 납부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럼 내가 처음 서류 신청 당시에 다른 지점에 있으니 그 지점에 발급 신청, 발급 비용 지불을 하라고 안내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알 수 없는 시스템과 이런 방식으로 세금을 걷어들이는 이 나라의 문화가 굉장히 낯설었다.

이렇게 남의 나라에서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방식에 물들어가면서 일을 하고 있으니 상당한 회의감이 들었다. 어쨌든 일하려면 이런 방식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마치 라면을 포크로 먹는 것처럼 못 할 것은 없지만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행정처리는 한국이 최고야


한국에서는 행정상 주소가 달라도 전산으로 연결이 다 돼 있어서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서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을 하면 웬만한 서류는 즉시 발급이 가능하다. 문득 이곳에서는 전산의 정보가 제대로 갖춰있지 않고 행정 주소가 달라도 통합된 정보가

어느 곳에서 열람이 불가능한 점이 꽤 아날로그스럽지만 적잖하게 편하지 않았다.


행정 처리가 느린 이유가 있다. 이 나라는 정부의 전산 업데이트가 굉장히 느리다. 예를 들어, 세금 납부 내역이 뒤늦게 전달 돼서 세금을 이미 납부해도 국세청에서 내가 낸 세금 납부 확인이 안 돼서 스스로 납부 내역을 증빙하는 꼴도 있다. 답답하고 정말 속이 터진다.


전산으로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면 내가 서류 발급을 신청했을 때, 다른 지점에 서류가 보관 돼 있다는 사실도 빠르게 확인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컸다.


한국에서 20년 이상을 살다가 다른 나라에 와서 처음 겪는 문화를 겪다 보면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발전된 문화가 주는 편리함이 매우 소중하고 그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나라에서 조금 덜 예민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문화가 존재하더라도 그런 것을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나도 이런 방식이 편하다.


조금 여유를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이 생기고 있다. 빨리빨리 문화가 생긴 한국은 그럴만한 행정적인 시스템이 갖춰지게 돼서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도 빠른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나 싶다.


이렇게 또 이 나라에서 서류 발급받는 생존 스킬이 하나 늘었다. 굳이 알아야 되는 스킬 인가 싶지만 내가 또 어느 나라에 가게 될 줄 모르니까. 이런 식의 다양한 경험치가 쌓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나는 꽤 변태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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