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는 주인집이 싫습니다.

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해 보자.

by 라다

우리나라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중소기업, 더 작게는 소기업 또 다르게는 스타트업까지 회사가 분류된다. 그중에서도 흔히들 중소기업을 JOTSO 기업이라고들 한다. 회사를 다니기 전에는 중소기업도 좋은 회사는 많잖아라며 내가 다닐 회사가 그 많은 JOTSO 기업 중의 하나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한 달 조금 넘게 다니면서 느낀 우리 회사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회사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워서 그냥 주인집이라 하겠다. 나는 노비이다. 노비 중에서도 여자 노비이다.



당연한 것이 장점으로 인식되는 이상한 한국 회사의 문화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캐나다에서 잠깐 지냈을 때 수직적인 관계, 개인 영역 존중, 휴가 사용, 좋은 복지에 눈을 뜨고 한국의 직장인은 정말 노예가 아니면 뭐란 말인 가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선진국의 회사 문화가 좋은 회사라도 악질적인 사장이 존재하는 회사도 있겠다.
내가 캐나다에서 오래 살아보지 않아서 맛보기에 불과했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점은 대체적으로 한국의 회사 문화는 전세계 어디에 자랑할 만큼 좋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회사를 다녀야한다면 회사의 단점을 감당해줄만한 장점을 찾아보기로했다.

모든 회사가 장점만 존재할 수 없으며, 모든 직장인들은 회사의 담점이 있지만 그 정도는 그냥 눈감아 주기로 하면서 회사를 다니는 것 같다.


먼저 장점을 찾아봤다.



1. 칼퇴, 주말 출근 X 야근 X



사실 이건 장점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회사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근무한다. 그 이후 근무나 주말 근무는 전혀 없다.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는 정해진 시간만 일을 하고 그 시간에 맞는 임금만 받는 것이 서로가 좋다.


캐나다에서는 고용주가 추가 수당 주기 싫어서 야근을 권하지 않는 분위기다. 또, 추가 근무를 하면 당연히 수당을 줘야 하는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덤으로 야근을 하면 업무의 능력이 부족해서 업무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고용돼서 일을 하면서 칼 같이 시간을 지켜서 일했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 되면 하던 일도 멈추고 바로 휴식을 취했다. 어떻게 보면 정 없고 융통성 없을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고객이 원하면 혹은 회사를 위해서라면 몇 분, 몇 시간 정도 더 일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만연한 것이 싫다.

우리나라는 야근해도 추가 근무해도 수당 주고 식비 주는 곳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당당하게 받아야 할 돈인데 왜 돈을 달라고 말을 못 할까?

정말 이상한 나라다. 당연히 줘야 하는 돈인데 왜 고용주는 안 줄까?







2. 중식 제공

당연히 밥도 줘야 한다. 회사 측에서 식당이 없어 식사 제공이 어렵다면 식비라도 줘야 한다. 아무튼 우리 회사는 중식이 제공되는데 맛이 없어서 그렇지 이 점은 좋다.

예전에 인턴을 하던 회사에서는 구내식당이 없어서 뭐 먹을지 고민/ 상사들의 입맛대로 메뉴 선정 / 상사들과 먹으면서 대화/ 먹고 나서 정산 문제 등으로 점심시간이 마냥 즐겁지 않았는데 지금은 각자 그냥 밥 먹고 끝이다.






3. 통근버스 제공

회사 특성상 외진 곳에 있어서 자차 없이 출, 퇴근이 불가능하다. 나는 자차가 있지만 굳이 주유비 쓰기 싫어서 통근버스를 타고 다닌다.









단점을 찾아봤다.



1. 남초+공장 연계형 회사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남초 회사와 여초 회사는 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성별의 뚜렷한 특징이 회사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전형적인 남성우월주의 회사이다.



남자는 힘쓰는 일을 하고 여자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 남자는 해외출장, 국내 출장을 나가고 여자는 사무실에서만 일해야 한다. 남자는 큰 소리 내도 되지만 여자는 큰 소리 내고 나서면 안 된다. 이런 마인드가 꽉 박혀 있어서 젠더 감수성이 예민한 나는 조금 견디기가 힘들다.



그리고 공장 연계형이다 보니 업무 특성상 생산, 출고팀들과 직접적인 대면으로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알다시피 툴툴거리고 버럭버럭 호통치는 전형적인 한국 호랑이 같은 남자들 틈에서 나 역시 고분고분 순한 민들레처럼 날아다닐 수만은 없다. 하지만 나는 아직 신입사원이라 눈치를 살피며 성격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강아지풀 마냥 살랑살랑 순하게 조용히 다니고 있다.

그리고 군대식/보수적/조선시대 마인드와 더불어 모든 대화에 저 ㅅㄲ, 이 ㅅㄲ, G랄과 그 이상의 욕이 일상이다. 수준 낮은 사람들이랑 일하기 싫어서 퇴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2. 연봉 적음

연봉이 적어서 처음 입사 때도 고민을 많이 했다.

정말 평균 임금에서 아주 살짝 조금 더 받는 정도라서

이럴 거면 알바를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칼퇴가 보장이 되고 야근도 전혀 안 하니까 연봉 부분은 마음을 비웠다. 업무강도는 연봉에 비례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비교적 여유로운 업무를 하면서도 고연봉을 받는 사람이 있고 고강도의 업무를 하면서도 저연봉을 받은 사람이 있어서 연봉이라는 것이 참 욕심이 나면서도 어느 정도는 만족해야 나보다. 무조건 연봉 많이 받는 것 =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연봉은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야근하고 그러면서 까지는 받기가 싫다.



3. 연차 없음

연차가 자유로운 편은 아니다. 면접 때도 이야기를 했지만 신입은 1년 동안 연차가 없고 대신 회사 자체 휴무일이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1년에 제공되는 법적 연차 15일 중에서 여름휴가와 4대 공휴일을 제외한 빨간 날, 그리고 대체공휴일을 연차에서 소진한다. 그리도 남은 연차는 3일 정도이다. 그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연차는 3일인데 이 마저도 눈치 보면서 써야 하는 분위기이다.

또 연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수당 지급이 안되므로 연차를 기간 내에 다 쓰라는 공지사항을 보고 나는 또 퇴사 생각을 했다.





5. 고인 물, 꼰대 집합소

사원급 2-3년 근무자 3명을 제외하면 모두 5년, 15년, 20년 이상 장기근속한 임원급이다. 따라서 중간급이 없어서 고인 물, 꼰대 파티다.

정말 21세기에 듣지 못할 말을 하고 사고방식도 인절미가 목에 탁 걸린 듯이 답답하다.

문제는 그 임원들이 다 남자라서 더욱 이 회사에서 나의 승진, 커리어상의 성장성의 기회가 0%라는 것을 확인하여도 퇴사를 생각했다.

사장이 들어오면 일어나서 인사해야 하는 부분을 보고 확신했다. 사장으로 대접받고 싶어 한다면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직원들을 위해 좀 신경 써주면 그 사장 대접하지 말라 해도 하지 않을까? 가끔 개인적인 질문을 한다. 뭐 이런 것을 물어보지 싶은 사람도 있다.

집이 어딘지, 가족과 같이 사는지, 부모님은 뭐하는지,

남자 친구는 있는지 정말 업무 관련이 전혀 없는데 왜 물어볼까?



7. 각종 수당과 복지 없음

연봉이 적은데 상여도 없고 추가 수당은 당연히 없다.

야근을 안 하고 회식도 안 한다. (회사가 직원들 위해서 돈 쓰기 싫어해서) 야근 수당 주기 싫어서 야근을 안 시킨다. 좋아해야 할까... 더불어 문구류도 구매가 까다롭다.

간식도 없다. 커피 기계는 있다. 정수기도 있다.

그런데 이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연봉도 적고 각종 수당 복지비가 없으면서 얼굴도 모르는 직원 어머니의 환갑 축하비는 걷는다.

참 이상하다. 돈이라도 많이 주면 축하하는 마음으로 축하비를 내겠지만, 돈도 적게 주면서 걷어가는 것이 참 양심이 없는 것 같다.



우리 회사라고 말하기도 부끄럽고 내가 이렇게 별로인 회사를 다니는 것이 자존심 상하지만 이 글을 읽고 제발 급하다고 아무 회사나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적어본다. 회사를 다니면서 버틸 낙이라는 것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연봉이 높은 것도 아니고 같이 일하는 사람이 좋은 것도 아니라서 도저히 어떻게 이 회사에서 버텨야 할지 고민이다. 막말로 출근길에 차에 치여서 병원에서 지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회사가 싫다. 노비가 되더라도 어차피 돈 벌어야 할 노비라면 조금이나마 나은 곳에서 노비가 되고 싶다. 이 회사를 탈출할 수 있을까?



대기업이라면 달랐을까?

이 회사가 아니라 다른 회사라면 달랐을까?

무조건 대기업이라 좋은 회사 x

무조건 중소기업이라 나쁜 회사 x

그런데 작은 회사는 아무래도 체계가 없어서 사장 마음대로 가족회사의 운영방식으로 좋은 회사는 정말 드문 것 같다.



어딜 가든 회사라는 곳이 지금 회사와 비슷하다면 나는 더 이상 회사를 다닐 마음이 전혀 없다.

이직을 5번 한 사람이 이직을 하면 할수록 회사가 더 별로라서 이직을 후회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직을 하면 지금 회사보다 더 좋은 회사로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회사는 정막 최악 중의 최악이다.

물론 이 회사 보다 더 최악인 곳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떤 회사든 누구나 한 명쯤은 이상하고 나 빼고 다 비정상이고 일을 하다 보면 안 되는 일도 해달라고 부탁해야 하고 원하지 않아도 일정을 바꿔야 한다.

각 부서의 상황을 고려해서 일을 해야 하니까 직원들과 적절한 인간관계도 유지가 필요하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데

왜 누구는 좋은 회사 다니고 왜 나는 운이 없어서 나쁜 회사를 다니나 현타가 오기도 한다.



어차피 회사가 거기서 거기라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자꾸 자기에게 맞는 회사를 만나기 위해 찾아다닌다.



나도 나에게 맞는 회사를 찾아다니며 끝없이 고민하고 도전하면서 인생의 성장을 하게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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