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ces of a Women
영화의 줄거리
가정분만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사망하게 되면서 이 영화가 시작된다. 그 사건 이후로 한 여성의 아이를 잃은 아픔을 겪는 과정과 가정분만 도우미와의 소송으로 인한 가족과의 갈등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마사와 션은 서로 사랑했다.
마사의 엄마는 션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그 둘은 서로 사랑했다.
영화가 사작되고 출산의 장면이 꽤 긴 시간으로 관객의 집중력을 사로 잡는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마사(엄마), 션(아빠), 조산사(에바), 마시의 가족들이다.
영화 초반에서 진통으로 괴로워하는 마사의 현실적인 연기가 돋보였다. 정말 목에 핏줄이 서도록 힘을 쓰고 힘들어하는 모습과 남편의 초조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가정 분만의 급박한 분위기가 잘 전달되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보이는 출산의 모습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사는 원했던 조산사가 아닌 다른 조산사가 와서 실망한 눈치다. 원래 오기로 했던 마사가 원했던 조산사는 무슨 일인지 오지 못했다. 그런데 이 조산사와 출산을 함께 하는데 결국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숨을 거두게 된다.
출산을 하면서 아이의 심장 박동을 확인하고 아이가 우는지 확인하고 울음소리를 듣고 안도와 사랑의 감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앞길이 밝지 많은 않다는 느낌을 주는 분위기였다.
아이가 세상을 떠나고 이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조산사의 잘못으로 아이가 떠났다며 조산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라는 남편과 가족들
그리고 마사는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버린 아이를 의학 목적으로 시신을 기부하기로 한다.
이 갈등으로 아이를 잃은 상실감과 가족과 다른 유산의 아픔을 대처하는 상대적인 구도가 영화 내내 계속된다.
아이를 잃은 허무함과 그 충격은 감히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영화에서는 다리가 지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4계절의 마사의 변화를 보여준다. 아이를 잃은 직후, 일상을 살아가면서 아이를 잃은 아픈 이 상기되는 모습에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영화에서는 조산사와 마사의 법정 싸움을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마사와 가족, 남편, 주변 인물들과 어떤 식으로 망가지게 되는지 그들과의 대화와 행동 그리고 감정들을 보여준다.
아이를 잃은 사람의 감정, 느낌, 생각을 간접적으로나마 헤아릴 수가 있었다.
눈빛, 숨소리, 말, 행동이 다 전달되었다.
그리고 영화의 연출이 아주 효과적이었다.
상실감과 실망감 그리고 절망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음악으로 나타낸다.
또 영화에 나오는 어두침침한 도시의 풍경을 회색과 갈색으로 물들인다.
영화에서 남편과 갈등이 심해져 몸도 마음도 멀어지게 된다. 좀 의아스러운 부분은 남편의 알몸이 나오는 것이 정말 별로였다. 그 후, 남편 션은 마사와 멀어지고 법정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와 성관계를 하는 모습도 나오게 되는데 이 부분도 정말 꼭 필요했던 연출이었는지 보는 내내 좀 으악스러웠다.
이 영화에서는 마사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를 먹으면서 세상을 관찰한다.
이 의미는 영화의 결말과도 관련이 깊다.
그리고 아이에게 사과향이 난다고 했다.
내가 놀란 연출은 마사가 사과 씨를 키우면서 모든 씨앗이 잎을 피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는 모습과
영화의 마지막에서 사과 열매가 가득한 사과나무를 보여주는 모습이 참 영화스러운 연출이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이 영화는 단순히 유산을 겪은 한 사람의 인생을 경험하는 것을 넘어서 여자로 이 세상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출산의 권리를 가진 사람이 겪게 되는 아픔과 여자라서 견뎌야 하는 출산으로 생기는 갈등이 너무나 상상 이상으로 불쾌했다.
어떤 소중한 생명을 내 몸에 품고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낳았는데 그 존재가 세상을 떠나버린다면 그 상실감은 정말 어마 무시하게 가슴이 찢어지도록 허무할 것이다.
아이를 잉태하고 몸이 망가져가면서 할 수 있는 행동들에 제약이 생기면서 임신의 과정을 견뎌내야 하는 그 숙명도 나에게는 달갑지가 않다.
이 세상은 그 긴 임신의 과정을 거쳐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너무나 험한 세상이다.
한 사람으로 태어나서 온전히 나의 인생을 살다 가기에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인데 이 세상에 없던 생명을 만들어 그를 위해 희생하고 또 그 생명이 이런 세상을 살게 하는 것이 너무 이기적인 생각 같다.
물론 네가 임신도 안 해보고 출산도 안 해보고 그런 생각을 왜 먼저 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뭐 눈이 없고 귀가 없어요?
보고 듣고 살면서 단 한 번도 좋은 영향력을 받은 적이 없네요.
여자라면 출산을 경험하게 되고 여자라면 누구나 출산을 생각해보게 되겠지만 그게 여자라서가 아니라 나라서라면 좋겠다. 그저 여자로 태어나서 출산을 해야 하는 것보다 내가 원해서, 나로 인해서라면 좋겠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임신과 출산은 감히 타인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그로 인한 고통과 희생의 결과도 그 누구도 직접 겪지 않는다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 세상은 결혼을 했으면 아이를 낳아서 키워야지가 너무나 기본적인 사상이라 답답하다.
본인의 선택으로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게 돼서 키운다면 사실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 출산과 여성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존중받고 영향력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라의 제도가 문제일까, 사람의 이기심의 문제일까
이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라 하지만 막상 아이 있는 여성, 미래의 아이가 생길 여성은 회사라는 조직에서 책상을 얼마나 오래 지킬 수가 있을까?
임신과 출산이 나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방해와 피해가 없다면 내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감히 입 밖으로 내뱉었을까
단순히 말하면 지금도 내가 하기 싫은 어떠한 일을 하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거기에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면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일이 더해지는 것이 내 인생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므로 나는 출산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 아이가 주는 행복이 있다는데
과연 나의 커리어, 나의 온전한 인생에서 나를 위한 것을 포기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고 감수하는 그 존재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것보다 그 행복이 정말 위대할까?
사람마다 어떤 부분을 인생의 우선순위로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다. 그런 것을 감당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게 행복하다면 그 사람의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니 나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면서 나를 위해 사는 것을 추구하면서 출산을 하지 않는 나의 선택도 틀린 것은 아니다.
출산과 유산의 아픔을 담은 영화를 보고 참 또 생명이란 위대함과 한 생명체를 굳이 만들어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데 더불어 그 생명체를 독립된 인성을 갖게 교육시키고 책임져야 한다는 아이러니함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