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일지 & 치즈 케이크 + 사과 타르트

인간과 인공의 엄격한 구별에 대한 서

by 라담

십년 집필한 원고의 1권 교정교열하며 출간 프로세스는 물론 그 이후까지 고민하는 동시에 2권 교정교열과 나머지 원고 퇴고 계획을 세우는 와중에 학위 공부와 (출판 아닌 방식으로 먹고살기 위한) 플랜b 실행 준비로 바쁜 나날이다. 일단 중요한 건 지난 10년 +@을 쏟아부은, 내 인생 최대 고위험 투자물의 성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내 원고를 경영전략 분석기법 중 하나인 VRIO 모델로 검토해보자면, 추구하는 가치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방식이 희소하다는 점에서 모방불가하며 내가 출간까지 전 과정을 통제하기에 조직 배태성도 어느 정도 확보된다. 그러나 창업이론으로 보자면 발견형과 거리가 먼 창출형이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불확실성의 한복판에 있는 것이다.


빨리 시장의 반응을 보고 싶다고 교정교열을 생략할 순 없으니 또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중에 여기저기 쑤신다. 창작의 고통은 끝이 없는데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니 하소연도 못하는 대신 억울하진 않다. 십년의 집필이 없었다면 이런저런 일들과 병으로 인한 고통을 이겨내기 더 어려웠을 것이다. 출간을 위해 거치는 모든 과정이 나에겐 예술 행위를 넘어 실존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이 모방불가능한 성질의 확보로 인해, 최근 부쩍 논란이 되는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거부감은 최대치다.


인공지능으로 만들어낸 글, 그림, 사진, 영상 전체에 대한 선제적 거부감은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무지함이나 잡아삼켜질 두려움도 아니다. 오히려 획일성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다. 투박해도 인간의 내면이 담긴 결과물이 아니라면 내 귀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대작이어야 예술이란 의미도 아니다. 아이가 모래밭에 그린 낙서 또한 내겐 예술이다. 기능을 초월하는 인간 본연의 정서가 들어가 있어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해야 할일이 명확해진다.


획일성을 뒤집으면 균일화이니, 정밀함이나 공정성을 요하는 분야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관료적 업무에 침투해서 가치를 증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만 허락한 상상력을 도적질해서 가공하기에 급급한 인공지능은 해적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이 아닌 가공물이 득세한다면, 오히려 영세한 창작자들에겐 기회일수도. 망쳤다고 생각되는 글과 그림의 독창성이 곧 예술이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니, 혼자 생각해보며 교정교열할수록 더 못나 보이는 내 지난 10년의 원고를 부지런히 다듬느라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해서 하루 날 잡아 종일 간식만 만들었다.



초저당 치즈케이크

초저당 사과케이크



당분간 간식 걱정 끝! 시작에 불과한 원고 정리는 아마도 평생의 숙제가 되겠지. 하...나란 인간, 어쩌자고 일을 이렇게 키웠을까, 성찰은 무의미하다. 지난 10년의 투자가 매몰비용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연중무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