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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Jan 06. 2022

보물 찾으러 갑시다.

롤러코스터의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내가 그 탑승권을 구매하고, 그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메야하는 것 아닌가?

달콤한 솜사탕이 먹고 싶다면 직접 돈을 내고 내 손에 그것을 건네받아야 달콤함을 맛볼 수 있는 것 아닌가?



2020년 올해 앞자리가 바뀐 불혹의 골드미스 이 부장의 휴일 모습을 살펴보자. 


주말 아침은 9시를 훌쩍 넘겨 시작한다. 생각 없이 띄엄띄엄 유튜브로 짤을 보다 식탁 위에 놓인 주전 벌이를 침대 한 켠에 올려두고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가짜 식욕에 습관적으로 배를 채우고 애매한 아점 시간에 일어나 간단히 청소를 하고 관심도 없는 tv 프로그램 이것저것을 돌려보다가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하나 조금 고민한 후 집 앞 공원에 나가 한 두 바퀴를 돌다 집으로 돌아온다. 

냉장고를 뒤져 남아 있는 잔치국수를 삶아 파김치와 양념소스에 비벼 한 끼를 때우고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내일 출근하면 어떤 일을 해야 하나 잠깐 생각하다가 한 20분 독서를 하고 다시 인스타의 몇몇 인플루언서들의 사소한 일상을 훔쳐보거나 다음 뉴스의 핫한 소식을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운동을 해야 하겠다는 의지로 거실에 놓인 훌라후프를 돌리며 나름 만족한 표정으로 전신 거울에 비친 나의 몸을 확인한다. 더 이상의 뱃살은 허락할 수 없다는 강인한 의지로. 

오후 9시가 되면 내 방으로 들어가 불을 끄고 오만 잡생각을 하다가 잠이 든다. 얕은 잠에 좀처럼 개운하지도 않고, 꿈에서는 뭐가 이렇게 매사 불안하고 외로운 건지, 

아침 6시반,,엄마가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내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출근을 하면 자고 있는 척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며 하루를 멍~ 때리기로 시작한다. 


다음 날이 되면 휴일에 한 일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일주일 중 이틀 동안 나에게는 의미 있고 뚜렷한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없다는 거지. 쉬어도 다음 날은 왜 그렇게 피곤한 걸까? 나는 과연 제대로 '휴식'을 즐긴 걸까? 

내가 도대체 왜 평일 아홉 시면 노인네마냥 졸린건지,,아니면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의식적으로 '졸려야 하는 건지'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한동안 전쟁같이 산란했던 긴 시간을 지나 내 일상의 무료함이 주는 평화와 안식 속에 본능적으로 느끼는 불안함이 없진 않지만  엎질러진 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무기력한 누군가처럼 요즘 조금 한심해 보이는 나다. 이제는 너를 위해 넉넉히 쓰라고 주신 이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말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는 거다. 그 "어떻게"를 몰라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야 하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려준 적이 없다고. 돈을 열심히 모으고 나의 모자란 항아리 틈 사이를 메우는 동안 그 일이 끝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운명의 주인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려온 눈 가린 경주마가 막상 경기를 끝내고 자신의 본분을 다 한채 그다음 목표는 무엇이냐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할까? 이 곳에서 나의 목표는 이미 이루었다고...1등까진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다고 말하고 난 뒤.. 그는.. the end??? 


'아차'싶다.  아직은 보이지 않는 나의 final destination까지... 그곳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으면 이제부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가만히 쉬는 게 나에게 의미 있는 휴식은 아니었던 거다. 숨을 헐떡거리며 힘이 든 그에게 덜퍼덕 주저앉아 눈을 감고 잠을 자라고 하면 안 되는 거다. 시원한 물 한잔으로 땀을 식히고 전보다 천천히 걸으며 가야 할 그곳을 두루 살펴보는 것. 그게 휴식일 것이다. 숨을 고르고 다시 뛸 수 있도록. 

NOW. 전보다 절박한 상황은 아니다.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 심장 쫄깃하게 만드는 러시안룰렛 같은 게임도 아닐 것이다. 비슷한 또래들의 발걸음에 맞추어 그들과 비슷하게 무리 지어 가도 별문제 없을 만큼 왔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 이제 내가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앞으로의 방향은 순전히 너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이제는 가식적으로 살지 않아도 되고, 그 누구도 지금의 내 모습을 손가락질하지 않을 테니..


그러니, 넌 어떡할래?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고, 동경하던 것들, 그것이 조금 더 의미 있고 나와 내 주변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열심히 찾아보자고. 

잠을 많이 자고, 집 안에 조용히 혼자 있는 것만으로는 그것들을 찾을 수 없다고.  

내 안의 보물상자를. 

생각해보고, 심장이 떨리면, 그대로 keep going.

너무 멀리 내다보지 않고, 결과의 명암을 미리 걱정하지 않고,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면

적어도 그 일을 하고 나서 나중에 나 자신에게 후회는 없을 거라고.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에 함부로 인색하게 굴지 않기. 

기왕이면 반갑게 맞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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